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른바 ‘삼전닉스’의 반도체 실적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발(發) 새로운 투자 내러티브로 삼전닉스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주가는 전례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 진입한 상태다. 기업 실적에 따른 주가 상승도 좋지만, 막대한 성과급을 받는 임직원의 셔세권(동탄·용인·수원 등 회사 셔틀버스 노선에 있는 거주권) 아파트 가격 상승세도 매섭다. 주식시장을 뒤흔드는 삼전닉스의 주가 폭등과 자금 쏠림 현상을 보면서, 자산 시장의 또 다른 축인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돌아보게 된다.
부동산→주식, 머니 무브는 뉴노멀일까
금융권 자산가의 부동산 상담이 줄고 있다. 부동산 투자 관심이 줄어든 데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대했던 금리 인하는 사실상 멀어졌고, 오히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환율 급등으로 금리 인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온라인 시장의 가속화로 오프라인 상권은 침체를 거듭하고 있으며, 가계 자금을 생산적 자본으로 유도하려는 정부의 부동산 대출·세금 규제 강화 역시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거대한 자금 이동이 부동산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가장 결정적 원인으로 보인다. 투자는 결국 수익률이 높은 대체 시장으로 유동성이 흐를 수밖에 없다. AI로 인한 생산성 혁명의 수혜가 유형 자산인 부동산이 아닌, 무형의 AI 관련 기업으로 향하는 시대적 전환기인 것이다.
향후 상당 기간 자산 시장의 돈은 주식시장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포트폴리오 관점의 자산 배분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주식시장에서 차익을 실현한 자금이 일부는 부동산으로 유입될 것이다. 무형의 가치가 대체할 수 없는 ‘물리적 공간’의 역할은 여전히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실거주용 아파트, 기업의 사옥 빌딩, 독점적인 관광, 체험형 리테일 상권은 앞으로도 견고한 투자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삼전닉스 쏠림과 부동산 양극화
최근 코스피 지수는 주도주인 삼전닉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두 종목이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을 넘었고, 삼전닉스 주가의 평균 상승 폭은 약 140%에 달한다. 반면 나머지 종목은 평균 6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주도주로의 자금 쏠림과 양 그룹 간 주가 격차가 벌어지면서 K 자 자산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수도권과 지방, 서울과 경기도, 강남과 비강남 간 부동산 가격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또 주거용과 상업용, 아파트와 비(非)아파트 간 투자자의 선호도도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위기 속에서 서울로 인재가 집중되고, AI 시대를 주도하는 그들이 부를 축적할수록 서울 핵심지 아파트 한 채로 향하는 자금 쏠림 현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스마트 머니는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그 자산군에서 가장 안전하고 우량한 섹터로 수요가 집중된다. 소외된 비우량 섹터와 가격 격차는 K 자로 더 벌어질 공산이 크다. 현재 주식의 주도주는 삼전닉스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를 부동산에 대입하면 주도주는 서울 핵심지 아파트다. 각 자산군 대표 주자 간 자금 흐름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부동산으로 읽는 삼전닉스의 PBR과 PER
예전에는 삼전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을 분석할 때,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주가의 바닥과 천장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여겨졌다. 반도체는 시황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매우 큰 사이클 산업이어서 장부상에 적힌 공장·클린룸·노광 장비 등 고정자산을 기준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삼전닉스의 PBR 범위(밴드)는 1~2배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 PBR 밴드가 5~10배까지 치솟으면서 금융 업계는 주가수익비율(PER) 가치 평가법을 도입하고 있다. 폭발적인 메모리 반도체 수요로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와 5년 이상의 장기 공급 계약 구조로 사업 체질이 바뀌었고, 이익 변동성이 크게 줄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해졌다고 분석한다.
이를 부동산에 빗대면, 부동산 평가에서 공시지가(장부가)를 기준으로 시세와 비교하는 것은 주식의 PBR과 유사하다. 토지의 공시지가 대비 시세 격차를 PBR로 본다면, 수도권은 1.5~2.5배, 지방은 1.0~1.5배 수준이다. 지역에 따른 PBR 차이는 입지 매력도, 즉 토지에 대한 수요 강도와 미래 가치 상승 잠재력에 기인하고 있다.
주식의 PER은 부동산 평가에서 수익환원법과 메커니즘이 거의 같다. 연간 3억원의 순 임대료가 발생하는 지방 빌딩의 자본환원율이 10%라면 부동산 수익가치는 약 30억원이다. PER 멀티플 약 10배에 해당하는 셈이다. 반면 임대료 안정성이 높고 공실 위험이 낮은 강남 빌딩은 자본환원율이 4%를 밑돌기도 한다. PER로 환산하게 되면 약 25배 수준인데, 이는 지방의 2.5배에 달한다. 삼전닉스의 현재 PER 약 7배를 마이크론처럼 10배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논리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삼전닉스가 앞으로 강남 빌딩처럼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영업이익을 창출할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한 것이다.
부동산 들썩이게 하는 성과급 67조원
삼전닉스 성과급이 셔세권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예상 성과급 재원은 약 67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2663조원)의 약 2.5% 수준이다. 이처럼 대규모 성과급이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 일대 집값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주요 반도체 대기업 셔틀버스 노선이 집중된 용인 수지(6.93%), 성남 분당(4.33%), 수원 영통(3.13%), 화성 동탄(2.05%) 등 이른바 셔세권의 2026년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은 수도권 평균 1.54%를 크게 웃돌고 있다. 실제 동탄역롯데캐슬 전용 84㎡의 경우 6월 4일 22억2500만원에 거래됐고, 이보다 작은 65㎡도 6월 6일 20억원에 팔렸다. 여기에 삼성전자 노사는 2026년 임금 협상 합의안에 최대 5억원의 주택자금 대출 제도를 넣었다. 이 주택자금 대출을 더할 경우 경기 남부 셔세권 아파트 매수 여력은 한층 커진다. 실제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수지·분당·영통·동탄 등에서 실거주 목적의 젊은 맞벌이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삼전닉스의 현금화 가능한 성과급 규모를 2026년 4조원에서 2027년 16조원, 2028년 30조원으로 전망했다. 두 기업의 성과급 규모는 2021~2025년 연평균 주택 담보대출 증가액의 8% 수준이었으나, 2027년에는 32%, 2028년에는 57%까지 치솟을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