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인공지능(AI) 기업 스페이스X가 2026년 6월 12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사상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이번 기업공개(IPO)로, 스페이스X는 750억달러(약 114조원)의 자금 조달에 성공하며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큰 기업(시총 기준)이 됐다. 필자들은 같은 달 3일 1800년대 유럽 무역 회사들의 역사 데이터와 우주 발사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스페이스X의 시장 집중 현상’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재사용 발사체 기술에 성공한 스페이스X가 스타링크라는 수익 모델까지 찾아내면서 글로벌 발사 시장점유율(질량 기준)은 2014년 10% 미만에서 2025년 약 80%로 급등했다. 이는 1820년대 영국 정부를 대신해 해외 침탈과 시장 개척에 나선 영국 동인도회사의 유럽·아시아 해운 점유율(72%)을 능가한다. 필자들은 스페이스X가 이미 생산·지식·안보·금융 등 영역에서 국가에 준하는 영향력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규제가 필요해도 자칫 중국에 뒤처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미국 정부마저도 선뜻 나서지 못한다는 점이다. 전례는 한때 전권을 휘두르던 동인도회사에서 찾을 수 있다. 영국 정부는 1858년 재정 위기와 식민지 반란이 발생하고 나서야 통제 불능에 빠진 동인도회사 통제권을 되찾으려 했는데, 그 과정에서 큰 비용을 치러야 했다. 필자들은 “역사는 반복되며 스페이스X가 IPO를 한 지금이 바로,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기회”라고 말한다.
스페이스X 주가를 나타내는 그래프와 로고. /사진 로이터 연합
스페이스X 주가를 나타내는 그래프와 로고. /사진 로이터 연합
알레시오 테르치 영국 케임브리지대 베넷 공공정책대학원 조교수 - 독일 헤르티스쿨 정치경제학 박사, 현 프랑스 시앙스포(파리정치대학) 경제학 겸임교수
알레시오 테르치 영국 케임브리지대 베넷 공공정책대학원 조교수 - 독일 헤르티스쿨 정치경제학 박사, 현 프랑스 시앙스포(파리정치대학) 경제학 겸임교수

스페이스X가 6월 12일 약 1조7500억달러(약 2647조원)의 예상 기업 가치로 나스닥에 상장했다. 이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IPO이다. 투자자는 로켓을 제작하고,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위성 인터넷 네트워크를 운영하며, 미국과 그 동맹국의 군 통신을 점점 더 책임지고 있는 기업의 가치를 평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이러한 성공적인 사업은 일론 머스크가 동일한 기업 구조 내에 묶어놓은 막대한 자금을 소모하는 AI 기업의 손실과 함께 저울질해야 한다.

스페이스X의 투자 설명서는 야심 차고 독보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그렇게 안심할 수만은 없다. 스페이스X와 가장 닮은 기업은 애플이나 엔비디아가 아니라 바로 거의 300년 동안 지속되었던 ① 동인도회사에 가깝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 근대 초기에 설립된 칙허 기업(勅許企業·왕실로부터 특별 허가를 받아 독점권을 행사한 기업)이 그랬던 것처럼, 스페이스X가 주민에게 세금을 부과하거나 피지배자를 통치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주에는 (우리가 알기로는) 주민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어떤 주권국가의 손길도 닿지 않는 곳에서 운영되며, 정부가 뒤늦게 되찾으려고 애쓰고 있는 거대한 권력을 이미 축적한 기업을 마주하고 있다.

1570년에서 1860년까지 유럽 국가는 칙허 합자회사를 통해 영유권이 없던 대양 너머로 자기 지배력을 투사했다. 영국과 네덜란드, 프랑스의 동인도회사가 대표적이었다. 이들 기업은 상업적 벤처이면서 동시에 국가의 도구 역할도 하는 잡종 괴물이었다. 그들은 시장을 독점하고, 법의 공백을 틈타 제 손으로 규칙을 썼으며, 화폐를 찍고 주민을 단속하는 일에서 전쟁을 치르고 조약을 맺는 일까지 국가의 권한을 행사했다. 에드먼드 버크는 동인도회사를 “상인의 탈을 쓴 국가”라고 불렀는데, 지금 지구 궤도에서 바로 그 똑같은 구조가 다시 짜이고 있다.

먼저 독점 문제를 살펴보자. 스페이스X는 부스터를 착륙시키고 재사용함으로써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딜레마를 해결했다. 재사용성은 발사 빈도가 높을 때만 수익성이 있다. 이 회사는 수천 개의 위성으로 구성된 군집 위성인 스타링크를 구축해 지속적인 발사 빈도를 보장하는 자체 수요를 확보했다. 로켓과 위성 연결성에 대한 자체 수요를 모두 갖추지 못한 경쟁사는 쉽게 진입할 수 없다.

전 세계가 우주 궤도로 쏘아 올린 화물의 총질량에서 스페이스X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4년 10% 미만에서 오늘날 거의 80%로 올라갔다. 최대 고객 중 하나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포함해 미국에서는 94%까지 치솟았다. 이 과정에서 스페이스X는 희소한 궤도와 무선주파수를 선점해 미래의 후발 주자에게 진입 장벽을 높였다. 

그다음은 법적 공백이다. 1967년 체결된 ②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은 정부가 우주를 독점하던 세상을 위해 작성됐다.이 조약은 “외기권의 우주는 주권 주장, 사용 또는 점령, 또는 기타 어떠한 수단에 의해서도 국가적 점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우주를 ‘인류 전체의 이익을 위해’ 유보해 두고 있다. 그러나 이를 강제할 집행 메커니즘은 제공하지 않는다.

스테파노 마르쿠치 이탈리아 고등국방연구원 국제관계사 조교수 - 영국 옥스퍼드대 역사학 박사, 전 유럽대학원 막스 베버 펠로, 전 더블린대 마리 퀴리 펠로
스테파노 마르쿠치 이탈리아 고등국방연구원 국제관계사 조교수 - 영국 옥스퍼드대 역사학 박사, 전 유럽대학원 막스 베버 펠로, 전 더블린대 마리 퀴리 펠로

미국이 2015년 ③ 상업우주발사 경쟁력법(Commercial Space Launch Competitiveness Act), 2020년 ④ 아르테미스 협정(Artemis Accords)을 도입한 것은 바로 이 거대한 틈새를 통해서다. 이 법안은 우주에서 자원을 채굴하는 것이 ‘점유’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는 스페이스X가 정확히 필요로 하던 변화였다. 마찬가지로 3세기 전 기업의 특허장(차터)은 무역 허가증인 동시에 법으로 포장된 일방적인 권리 주장이었다. 두 경우 모두, 선발 주자가 자신을 위해 규칙을 작성한 것이다.

또 다른 평행 이론은 주권과 민간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2022년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함대 공격을 돕기 위해 필요했던 크림반도 상공의 스타링크 가동을 머스크가 거부했던 일을 떠올려 보라. 민간인 한 명이 주권국가의 결정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며, 미국 정부조차 이를 쉽게 무력화할 수 없었다.

활동 무대가 달로 이동함에 따라, 스페이스X는 표준 설정, 자원 관리 그리고 (아르테미스 협정이 국가에 선언할 수 있도록 허용한) ‘안전지대’의 치안을 유지하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영국이 네덜란드가 향신료 무역을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동인도회사에 특허장을 부여했던 것과 똑같이, 미국은 중국보다 먼저 우주에서 전략적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 속에서 스페이스X에 힘을 실어 주었다. 하지만 그 기업이 더 필수 불가결해질수록, 국가의 권한은 더 줄어들 것이다.

이런 취약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머스크가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였을 때 고스란히 드러났다. 트럼프는 스페이스X의 정부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맞섰고, 머스크는 미국 정부의 국제우주정거장(ISS) 접근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했다.

칙허 기업의 시대가 주는 교훈은 이들 권력이 일단 확고히 자리 잡으면 이를 다시 회수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영국은 기근, 재정 위기, 세포이 항쟁(영국인은 ‘대반란’, 인도인은 ‘제1차 독립전쟁’이라 부르는 사건)으로, 더는 방치할 수 없게 된 1858년에야 비로소 동인도회사를 본격적으로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통제에 필요한 대가는 감당하기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반복된 역사는 정부가 너무 늦기 전에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제안한다. 동인도회사의 유럽 대륙 경쟁사는 이 시점에 더 좋은 지침이 된다. 포르투갈과 프랑스 왕실은 각자의 칙허 기업에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내부에서부터 일종의 전략적 통제권을 확보했다.

국가와 다름없는 권력을 행사하는 기업에 정부가 임명하는 이사회 의석을 확보하거나, 최근 미국이 인텔에 취했던 것과 같은 소수 지분을 참여시키는 방안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는 우주 부문을 역동적으로 한 민간의 인센티브를 억누르지 않으면서도, 안전지대, 자원 소유권 주장, 핵심 인프라에 대해 감시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다.

오늘날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 주권 기업’ 의 행동을 통제할 기회의 창은 빠르게 닫히고 있다. 정책 입안자에게 던져진 질문은 과거 동인도회사가 어떤 괴물이 되었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21세기 기업이 똑같은 길을 걷지 않도록 막을 만한가 하는 점이다. 스페이스X의 IPO는 바로 이 질문을 던지기에 적절한 순간이다. 

Tip

17~19세기 유럽 열강이 아시아 무역 독점을 위해 설립한 국책 성격의 민간 합자회사. 영국은 1600년, 네덜란드는 1602년에 각각 설립했다. 이들 회사는 단순 무역을 넘어 조약 체결, 군대 운용, 화폐 발행, 영토 통치까지 국가 주권에 준하는 기능을 수행했다. 영국 동인도회사는 1858년 세포이 항쟁(인도 대반란) 이후 해산됐다. 

1967년 10월 10일 발효된 국제우주법의 근간이 되는 다자 조약. 정식 명칭은 ‘달과 기타 천체를 포함한 외기권 탐사·이용에 관한 국가 활동 규율 원칙 조약’으로, 우주의 비핵화, 천체의 국가 영유 금지, 우주의 인류 공동 이익 원칙을 규정했다. 그러나 민간 기업 활동에 관한 규율 조항이 없어 상업우주 시대에는 사실상 법적 공백 상태를 낳았다.

2015년 1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미국 우주 상업화 관련 연방법으로, ‘우주법(SPACE Act) 2015’로도 불린다. 미국 시민과 기업이 우주에서 채굴한 자원-물, 광물-등에 대해 법적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1967년 우주조약이 천체의 국가 영유를 금지했지만, 이 법은 ‘자원 채굴은 영유가 아니다’라는 해석을 제도화하면서 민간 우주 자원 개발의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2020년 10월 미 항공우주국(NASA)이 주도하여 8개국과 체결한 달 탐사 협정. 2026년 5월 기준 한국을 포함해 67개국이 서명했다. 민간 기업이 달 기지 주변에 ‘안전 구역’을 설정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알레시오 테르치

스테파노 마르쿠치

정리=박근태 선임기자

정리=임채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