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6월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반도체·인공지능(AI) 호황의 과실을 어떻게 사회 전반으로 흘려보낼지에 대한 정부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대기업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공식화하는 한편, AI와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과실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새로운 사회적 갈등에 대한 적극적인 중재와 포용적 금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6월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6월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호남 'K-반도체 새 터전' 추진… 용인은 그대로"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대목 중 하나는 반도체 산업 지도의 재편이었다. 정부의 국가 균형 발전 정책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호남권에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를 조성할 예정이며, 이르면 6월 말 민관 공동으로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광주·전남 등 호남권에 반도체 생산 공장(전공정)과 패키징 공장(후공정)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투자 규모는 40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양사가 용인에서 추진하던 공장 일부를 호남으로 옮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됐다. 이에 김 실장은 “용인에 짓기로 한 반도체 클러스터를 지방으로 옮기는 차원은 절대 아니다”라며 “수도권 클러스터가 조성된 이후에 공간이 없어 제2 클러스터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AI 시대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공급 병목현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존 투자를 앞당기는 성격과 함께 이미 포화 상태인 수도권 외 대체 부지로 전력·용수 등 입지 조건을 따져 호남·충청권 클러스터 투자가 논의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동남권 소외 우려에 대해서는 “동남권도 당연히 계획을 짜고 있다”며 “피지컬 AI(물리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AI)의 기초가 되는 산업은 전부 동남권에 있다”고 말했다. 

초과 세수, K자 성장 막을 '담대한 청년 프로그램'에 투입

김 실장은 이번 토론회에서 거시 경제지표의 화려한 성적표 뒤에 가려진 격차 문제를 핵심 화두로 던졌다. 올해 한국 경제는 실질성장률 3%, 명목성장률 10%대 달성이 전망되며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경제 성과가 커질수록 새로운 과제도 부각되고 있다. 김 실장은 “AI와 초과이윤, K자 성장, 지방 소멸, 초고령화라는 문제가 동시에 우리 앞에 도착해 있다”며 “어쩌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미래를 경험하고 있는 나라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기록적 호황과 AI 시대의 고용 절벽이 공존하는 국면에서, 내년 예산에 추가 세수를 활용한 ‘담대한 청년 프로그램’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초과 세수로 국민 배당금을 설계해야 한다’고 제기했던 화두를 청년 프로그램이라는 구체적 방향으로 한 단계 진전시킨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국가는 부유해지는데 일부 국민은 성장의 흐름에서 멀어지고, 경제지표는 개선되는데 미래에 대한 불안은 줄어들지 않는 상황”이라며 “AI 전환 과정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투자, 미래 세대를 위한 저축, 복지 지원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찾을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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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 성과급 쟁의 제동… "세계 최초, 룰 만들어야"

최근 대기업 노동계가 요구하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 및 파업 국면에 대해서는 신중하면서도 명확한 정책적 기준 마련을 예고했다.

김 실장은 “특별 경영 성과급을 무조건 쟁의 대상이다 혹은 아니다라고 단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면서도 “삼성전자 사태 같은 특별 성과급 요구가 일상적인 쟁의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가 영업이익 가지고 노사 협상하는 것은 전 세계 최초”라며 “(성과급 협상과 관련한) 논의를 해서 룰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과급 분배 문제와 관련해서는 프랑스의 이익 분배 규정 등을 참고해 제도적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실리콘밸리식 고수익 구조와 달리 국내 대기업은 거대 제조 기반에서 이익을 내는 만큼, 성과급 분배 절차와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라는 취지다.

‘노란봉투법 시행 등 현 정부의 노동정책이 친노동 쪽으로 편향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삼성전자 파업 국면에서 내놓은 언급이 노동자 측에만 유리하게 해석된 게 아니지 않나”라며 “오히려 대통령이 친기업적이라는 의견도 많이 나온다”고 반박했다. 

지방에서 그리는 AI 산업 지도와 '연결된 금융'

김 실장은 공간과 금융의 패러다임 전환도 함께 촉구했다. 지방 균형 성장은 새로운 성장 전략의 시각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AI 시대 산업은 막대한전력과 부지,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필요하다.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업, 재생에너지와 미래 전력망은 오히려 지방의 강점과 맞닿아 있다”며 “과거 산업화 시대처럼 AI 시대의 새로운 산업 지도 역시 지방에서 다시 그려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현재의 금융 시스템을 ‘잔인한 금융으로 규정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실장은 “단순히 신용 등급이라는 불완전한 과학의 이름으로 절박한 취약 계층을 배제하고 회피하는 시스템은 온당치 않다”며, 이들을 포용하고 위험을 함께 관리하는 ‘연결된 금융’이자, 생산적 금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Plus Point

"(주택) 닥치고 지어야"
부동산 세제 국민대토론회 연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관훈토론회에서 최근 서울 및 수도권의 매매·전세·월세 가격 강세와 관련해 “닥치고 (주택을) 지어야 한다”며 과감한 공급 확대 의지를 밝혔다. 그는 주택 공급 확대 필요성을 묻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재의 공급 부족 원인에 대해 “2023년과 2024년 고금리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예년보다 공급 준비가 30~40% 부족했다”며 “그 결과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구조적 공급 절벽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구체적 공급 방안으로는 영등포·구로구 등 서울 시내 준공업지역 규제 완화와 폐교 부지 활용을 언급했다. 정부는 2027년까지 수도권에 매입 임대 9만 가구를 공급할 방침이며, 규제 지역은 수요가 많을 경우 사실상 무제한 매입해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부동산 세제 개편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을 예고했다. 보유세·양도세 개편과 관련해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하겠다”며 “맘(육아)카페를 포함해 직접적으로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까지 의견을 들으면서 공개 토론을 거쳐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관료 중심 논의에서 벗어나 실수요자 목소리를 직접 청취해 정책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청와대는 7월 세법 개정안 발표를 앞두고 7월 15일쯤 국민대토론회를 열 방침이다. 교수·세무 전문가는 물론 맘카페 운영자, 공인중개사, 무주택 청년, 신혼부부, 다주택자 등 광범위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보유세·양도소득세 개편과 주택 공급 방안 등을 폭넓게 논의할 예정이다.

김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