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2002 한일 월드컵은 분명 남다른 의미가 있다. 지구촌 축제의 일원으로서 누렸던 그 황홀한 몰입의 체험은 결코 잊히지 않을 추억이다. 4년마다 한 번씩 세계는 이상한 경험을 한다. 평소에는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서로 다른 국기를 흔들며 살아가던 사람이 어느 순간 하나의 감정으로 모인다.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환호하고, 누군가는 낯선 사람과 서로를 끌어안는다. 냉정하게 보면 공 하나를 놓고 벌어지는 경기일 뿐인데, 인간은 왜 이토록 깊이 흔들리는것일까.
집단 무의식, 스포츠라는 무대에서 깨어나
칼 구스타프 융의 분석심리학은 여기에 흥미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그는 인간 마음 깊은 곳에 개인의 경험을 넘어서는 집단 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이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 안에는 수천 년 동안 반복되어 온 공통의 이야기, 즉 원형(archetype)이 살아 있다고 말했다. 영웅의 이야기, 시련과 성장의 이야기, 공동체와 연대의 이야기, 죽음과 부활의 이야기다. 그렇다면 월드컵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인간 정신 속 오래된 신화가 다시 살아나는 무대일 수 있다. 원시 부족의 축제와 제의가 현대사회에서 글로벌 규모로 되살아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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