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황강 마실길은 거창 삼봉산(1254m)에서 발원해 낙동강으로 이어지는 황강을 따라 조성된 네 개 코스의 산책로다. 2 '함벽루' 현판 서체는 우암 송시열의 것이다. /사진 최갑수
1 황강 마실길은 거창 삼봉산(1254m)에서 발원해 낙동강으로 이어지는 황강을 따라 조성된 네 개 코스의 산책로다. 2 '함벽루' 현판 서체는 우암 송시열의 것이다. /사진 최갑수

합천 황강 마실길은 강물을 옆에 두고 걷는 길이다.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이 시를 남긴 함벽루(涵碧樓)에서 잠시 앉아 쉬어가도 좋고, 천년을 이어온 해인사 장경각 앞에서 고려인의 지혜에 잠겨도 좋다.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고령 분기점을 빠져나올 때였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비가 쏟아졌다. 워낙 기세 좋게 내리더니 10분도 안 돼 거짓말처럼 그쳤다. 경상남도 합천 읍내에 들어서자, 빗물을 잔뜩 머금은 나뭇잎이 반짝이고 있었다. 황강가에 차를 세웠다. 강 쪽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희미하게 청량한 오이 향취가 나는 듯했다. 바람에 실려 오는 강의 향기일 것이다. 지도에서 볼 때보다 강폭이 훨씬 넓었다. 제방 아래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 강아지와 산책 나온 사람이 보였다.

최갑수 - 시인,여행작가,
'우리는 사랑아니면 여행이겠지' '밤의 공항에서' 저자
최갑수 - 시인,여행작가, '우리는 사랑아니면 여행이겠지' '밤의 공항에서' 저자

강이 품은 천년의 기억

합천에 온 이유는 황강 마실길을 걷기 위해서다. 황강은 거창 삼봉산(1254m)에서 발원해 깊은 산골짜기를 굽이굽이 흘러 합천 읍내를 지나 낙동강에 합류하는 강이다. 길이는 약 111㎞. 마실길은 이 황강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로 모두 네 개 코스로 나뉜다. 이름 그대로 ‘마실 나가듯’ 편안한 길이어서 운동화에 반바지 차림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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