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열 코리아테크 대표 /사진 코리아테크
이동열 코리아테크 대표 /사진 코리아테크

서울 북촌의 한옥을 개조한 뷰티 플래그십 매장 ‘와이레스(YLESS)’. 이곳 지하에서는 격주 주말 아침마다 이색적인 댄스파티가 열린다. 잘 차려입은 남녀부터 가벼운 복장의 러너까지, 다양한 참가자는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음악과 춤에 빠져든다. 파티지만 어디에서도 술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시작된 행사는 입소문과 소셜미디어(SNS) 알고리즘을 타고 금세 북촌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지난 6월 말까지 누적 참가자만 5000명을 넘어섰고, SNS 해시태그를 보고 찾아오는 해외 관광객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북촌 모닝 레이브’로 불리는 이 행사는 코리아테크의 뷰티 브랜드 ‘가히(KAHI)’가 기획했다. 모닝 레이브란 ‘아침(morning)’과 ‘파티(rave)’의 합성어로, 차나 커피 같은 음료와 함께 음악, 춤, 요가를 즐기는 웰니스 아침 문화를 뜻한다. 심야의 취기 대신 아침의 생기를 챙기려는 2030 세대의 새로운 사교 문화를 포착한 이동열 코리아테크 대표의 마케팅 전략이다. 실제 참가자는 음악과 춤을 즐기다가 전문가에게 퍼스널 컬러 진단을 받거나 포인트 메이크업을 받을 수 있다. 파티가 정점에 달하면 철갑상어알(캐비아)을 듬뿍 넣은 주먹밥 등도 제공된다. 이 대표는 “모닝 레이브는 단순히 술을 배제한 아침 파티가 아니라, 소비자가 일상에서 고가의 캐비아 성분을 가장 유쾌하게 경험하도록 설계한 행사”라고 말했다.

2003년 회사를 설립한 이 대표는 해외 히트 생활용품 판매에서 시작해 독자 뷰티 브랜드 가히를 성공시킨 입지전적 인물로 업계서 통한다. 스틱형 화장품 ‘가히 멀티밤’은 2020년 첫 출시 이후 지난 3월까지 전 세계에서 2410만 개가 판매되며 K-뷰티의 새 역사를 썼다. 지난 1월에는 미국 아마존 스킨케어 카테고리 8위, 뷰티 및 퍼스널 케어 전체 카테고리 1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가 최근 주목하는 것은 캐비아에서 추출한 피부 미용 성분 ‘PDRN(폴리디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이다. 이 대표는 “그간 희소성 탓에 고가로 인식되던 캐비아 원료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길을 열었다”며 “가히 멀티밤의 뒤를 잇는 고품질 캐비아 PDRN 제품으로 차세대 성장을 이끌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대표를 북촌 와이레스 매장에서 만났다.

젊은 층이 몰리는 성수동이나 홍대가 아닌, 한옥이 밀집한 북촌에 매장을 열고 행사를 기획한 배경은.

“매장 부지를 매입한 지는 8년 정도 됐다. 가히 브랜드를 기획하기 전부터 브랜드가 성공하려면 고유의 헤리티지(유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를 담아낼 ‘영혼의 마당’ 같은 플래그십 스토어가 필요했는데, 유구한 역사를 간직한 북촌이 적임지였다.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공사 과정에 어려움도 많았지만, 이제는 전 세계 고객이 찾는 북촌 최고의 뷰티 체험 매장이 됐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춤추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심야의 취기 대신 아침의 맑은 정신과 해방감을 선택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우리가 기획한 모닝 레이브는 단순히 이 트렌드를 소비하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자기 삶을 건강하게 통제하고 또렷한 감각을 즐기는 흐름이야말로 가히가 지향하는 웰니스 라이프와 완벽하게 궤를 같이한다. 가장 맑고 깨어 있는 아침의 정신 상태에서 최고급 캐비아 원료를 오감으로 체험함으로써, 성분의 고유한 가치를 왜곡 없이 각인시키고 싶었다.”

주말 아침 이색적인 댄스파티가 열리는 뷰티 플래그십 매장 ‘와이레스(YLESS)’. /사진 코리아테크
주말 아침 이색적인 댄스파티가 열리는 뷰티 플래그십 매장 ‘와이레스(YLESS)’. /사진 코리아테크

화장품 성분으로 ‘캐비아 PDRN’에 주목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브랜드가 한때 유행에 그치지 않고 오랜 생명력을 가지려면 대기업도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스토리와 독점적이고 강력한 원료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캐비아에서 추출한 PDRN이 확실한 후보라고 생각한다. 캐비아는 인간 DNA 구조 및 염기 서열과 가장 유사해 흡수율과 세포 재생 효과가 우수한 최고의 뷰티 소재다. ‘연어 PDRN’은 이미 글로벌 시장을 장악했고 가히의 초기 멀티밤에도 쓰였다. 캐비아 PDRN은 여기서 한 단계 더 진화한 차세대 원료다. 이미 뉴욕 팝업 스토어에서 샘플을 사용해 본 해외 바이어와 인플루언서의 선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캐비아는 국제 거래가 엄격하고 한 개체에서 얻는 양도 매우 적다고 들었다.

“코스맥스 이경수 회장과 전략적 동맹을 맺고 6년 가까이 연구개발(R&D)에 매진했다. 국내 최초로 철갑상어 양식 상용화에 성공한 충주 농장과 독점 파트너십을 맺었다. 통상 캐비아를 채취하려면 상어 배를 갈라 꺼냈지만, 이 농장 대표는 자식처럼 키운 상어를 죽이지 않겠다는 숭고한 철학이 있다. 철갑상어를 마사지해서 자연스럽게 알을 배출하는 ‘자연 분만’ 채취 기법을 개발했다. 덕분에 상어를 해치지 않고 1~2년 주기로 양질의 캐비아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가치 사슬을 완성했다.”

그래도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감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3년 전부터 빌드업 작업을 시작했다. 서울 논현동 본사에서 VIP 고객을 대상으로 ‘캐비아 오마카세’ 행사까지 열어 가며 많은 소비자가 캐비아를 접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3년간 700㎏의 캐비아를 사용해 5만 명이 넘는 소비자에게 최고급 캐비아를 대접했다. 소비자의 심리적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파트너 농가와 상생 협력 차원의 마케팅이기도 했다.”

코리아테크는 해외 브랜드 제품을 유통하다가 노재팬 등 이슈 속에서 탄생시킨 가히 브랜드 성공으로 2020년 매출 139억원에서 2021년 2513억원까지 급성장했다. 하지만 이후 매출이 2022년 1943억원에서 2023년 943억원, 2024년엔 743억원, 2025년 807억원을 오르내리며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매출이 수년 새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멀티밤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매출이 단기간에 급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매출 구조가 지나치게 단일 제품에 편향돼 있었기에, 임직원에게 ‘지금의 매출 2600억원은 거품이다. 우리의 진짜 기초 체력은 1000억원대’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그리고 곧바로 글로벌 시장 개척과 온라인 직판 체제 구축에 나섰다. 장기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 3년간 적자를 감수하며 해외 인프라를 구축했고, 지난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는 구조조정을 완수하고 완전히 바뀐 체력으로 다시 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이다.”

대기업과 경쟁에서 중소 브랜드인 가히의 성공 전략은 무엇인가.

“전 세계 모든 바이어는 미국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순위를 일종의 ‘뷰티 업계 빌보드 차트’로 삼아 움직인다. 가히는 이곳 상위권에서 몸집이 10조원 단위인 글로벌 거대 기업과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자금력으로는 압도당할지 몰라도 우리는 과거의 결핍을 통해 ‘제한된 비용을 가장 날카롭고 경제적으로 집행하는 법’을 배웠다. 라방(라이브 방송)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틱톡샵 전용 라방 스튜디오를 열고, 그간 쌓아온 홈쇼핑 노하우를 접목해 대대적인 라이브 커머스를 전개할 계획이다. 핵심 거점국은 미국·영국·인도네시아·태국 4국이다. 

해외 라이브 셀러와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이들이 한국에 방문할 때 우리의 베테랑 전문가가 공동 호스트로 직접 출연해 시연해 주면, 실제로 매출 전환 효율이 수백%씩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Company Info

회사명 코리아테크(KOREA TECH)

본사 서울 강남구

대표 이동열 설립 연도 2003년

사업 가히(KAHI) 등 뷰티 브랜드 기획 및 판매, 체험형 오프라인 뷰티 스토어 와이레스 운영, 뷰티 디바이스, 메디컬 디바이스 제조 및 유통

박근태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