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디한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육성하고, 글로벌 광고와 IP(지식재산권) 사업을 강화해 올해 흑자 전환에 나서겠다.”
차병곤 샌드박스 네트워크(이하 샌드박스)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올해 회사 목표를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2015년 설립된 샌드박스는 국내 대표 다중채널네트워크(MCN) 기업이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의 콘텐츠 제작 지원과 광고 사업 등을 핵심 비즈니스로 한다. 현재 샌드박스에는 감스트, 뚜식이 등 약 320개 크리에이터팀이 소속돼 있다.
샌드박스는 최근 수익성 개선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4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전 연도인 2023년 영업손실 152억원과 비교하면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지난해 매출은 731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샌드박스의 수익성 개선 중심에는 공인회계사 출신 경영인 차 대표가 있다. 그는 2023년 샌드박스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합류한 뒤 지난해 공동대표에 선임됐고 지난 1월에는 단독 대표에 올랐다. 공동대표였던 이필성 창업자는 이사회 의장을 맡아 사업 전략과 비전을 맡게 됐다. 차 대표는 “그동안 e스포츠 등 비(非)핵심 사업을 정리하며 수익성 회복 기반을 다졌다면 이제는 흑자 전환을 통해 다시 성장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며 “단순히 일회성 흑자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는 사업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첫 종합 MCN 코스닥 상장사 도전”
샌드박스는 최근 크리에이터 지원과 콘텐츠 제작이라는 본업에 집중하고 있다. 차 대표는 “회사는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와 리스크 관리, 광고주 대응은 물론 콘텐츠 기획·촬영 등 제작 과정 전반을 지원하고 있다”며 “크리에이터가 콘텐츠 제작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MCN의 핵심 역할”이라고 말했다.
차 대표는 MCN 시장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대형 크리에이터가 많은 조회수를 확보하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콘텐츠와 팬덤 중심으로 시장이 세분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구독자 수 중심에서 콘텐츠 중심으로 시대가 바뀌고 있다”며 “게임, 라이프스타일, 애니메이션 등 카테고리별로 팬덤이 형성되고 있고, 약 50만 구독자 규모의 중소형 크리에이터 영향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했다.
샌드박스는 이런 추세에 맞춰 숏폼 형식에 기반을 둔 ‘나노 크리에이터’ 사업을 강화했다. 짧은 영상으로 높은 구매 전환 효과를 내는 크리에이터를 적극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차 대표는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 콘텐츠 기반 광고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면서 “광고 시장에서도 한 명의 대형 크리에이터에게 큰 비용을 쓰는 것보다 카테고리별 크리에이터를 조합해 다양한 팬덤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광고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샌드박스는 텐센트, 넷이즈 등 해외 게임·IT(정보기술) 기업의 국내 마케팅을 맡고 있다. 해외 기업이 한국 시장에 진출할 때 인플루언서 기반 광고 전략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라이프스타일·키즈 콘텐츠까지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IP 사업도 새로운 성장 축으로 키우고 있다. 키즈 콘텐츠 IP를 애니메이션, 출판, 굿즈, 공연으로 확장 중이다. 유튜브 인기 애니메이션 ‘뚜식이’는 애니메이션 채널을 넘어 뮤지컬과 굿즈 사업으로까지 연결됐다. 차 대표는 “광고가 브랜드 노출 중심이라면 IP 커머스는 실제 구매 전환과 연결되는 사업으로, 수익률도 높다”며 “팬덤이 강한 크리에이터 IP를 활용해 공동 상품 개발과 커머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추얼 IP 사업도 확대했다. 샌드박스는 ‘베이라이트’ ‘유아렐’ 등 버추얼 아이돌을 육성하고 있다. 차 대표는 “버추얼 캐릭터는 언어와 문화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 글로벌 확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샌드박스는 올해 매출 850억원 달성과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는 실적 개선 흐름에 맞춰 연내 코스닥 상장도 추진할 계획이다. 차 대표는 “샌드박스는 크리에이터 산업의 성장 방향을 제시하는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기반으로 국내 종합 MCN 기업 가운데 첫 상장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MCN 시장 변화 이끄는 3대 키워드 ‘세분화·팬덤·신뢰’
국내 다중채널네트워크(MCN) 시장이 대형 크리에이터 중심에서 ‘전문 콘텐츠’와 ‘팬덤’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콘텐츠는 더욱 세분화하고, 크리에이터의 전문성과 신뢰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MCN 시장은 100만 명 이상 구독자를 보유한 대형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대중성을 앞세운 콘텐츠로 폭넓은 트래픽을 확보하는 것이 성공 공식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크리에이터가 충성도 높은 팬덤을 기반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며 시장의 중심축이 바뀌고 있다. 음악·게임·패밀리·라이프스타일·경제·푸드·뷰티·애니메이션·반려동물·여행, 자기 계발 등 콘텐츠 세분화는 가장 뚜렷한 변화다.
소비자 관심사가 다양해지고 취향이 세밀하게 분화하면서 콘텐츠 역시 특정 관심사와 라이프스타일을 공략하는 ‘초(超)세분화’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영향력을 판단하던 공식도 달라졌다. 업계는 10만~50만 명 수준의 구독자를 확보한 ‘미들 크리에이터’가 새 성장 축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과거 ‘B급 콘텐츠’로 분류되며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개성 강한 콘텐츠도 이제는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고 있다. 콘텐츠의 완성도보다 취향과 공감, 팬덤 결속력이 중요한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시장 변화의 또 다른 핵심 키워드는 ‘신뢰’다. 최근 유튜브가 발표한 ‘유튜브 임팩트 리포트 2025’에 따르면, 크리에이터가 단순한 콘텐츠 제작자를 넘어 신뢰를 기반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정보 제공자로 진화하고 있다. 정보량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가짜 뉴스와 허위 정보도 함께 확산하면서, 사용자는 재미보다 정보 정확성과 전문성을 더욱 중요하게 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 경제와 재테크, 의료·건강, 여행, IT, 교육, 라이프스타일 등 정보성 콘텐츠에서는 전문성을 갖춘 크리에이터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특정 분야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신뢰를 구축한 크리에이터일수록 팬덤이 견고해지고 장기적 성장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는 콘텐츠보다 특정 분야에서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자와 장기적인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크리에이터가 시장을 주도하는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