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 보기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세계 최대 전기 이륜차 업체 야디(雅迪·Yadea)가 뜻밖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 동남아시아와 남미를 중심으로 전기 이륜차 수요가 빠르게 증가해 주문이 몰리면서다. 중국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했으나 내수 시장 둔화에 직면한 야디는 이를 발판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야디는 중국 장쑤성 우시에 본사를 둔 전기 이륜차 전문 업체다. 창업자인 둥징구이(董經貴) 회장은 안후이성 농촌 출신으로 군 복무 시절 오토바이 정비 기술을 익혔다. 아내인 첸징훙(錢靜紅) 부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식당을 운영하다 1990년대 후반 오토바이 사업에 진출했고, 이후 국영 공장을 인수하며 사업 규모를 키웠다. 야디는 전기 스쿠터와 전기 오토바이, 전기 자전거 등 누적 판매량 1억 대를 돌파하며 세계 최대 전기 이륜차 업체로 평가받는다. 첸 부회장은 포브스 차이나가 선정한 ‘베스트 CEO’ 명단에 수차례 오르기도 했다. 

유가 출렁이자 전동화 수요↑… 동남아·남미 주문 급증

중국 화촹증권에 따르면, 야디는 2025년 총 1630만 대를 판매해 370억위안(약 8조3500억원)의 매출과 29억1000만위안(약 6573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는 각각 전년 대비 31%, 129%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시장은 올해 야디 매출이 409억위안(약 9조2393억원), 순이익은 32억7000만위안(약 7386억원)에 달해 매출과 순이익 모두 전년 대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야디가 주목받는 이유는 해외 사업 성장세 때문이다. 화촹증권에 따르면, 야디는 해외에서 2024년 21만 대, 2025년 31만 대를 판매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올해 해외 판매는 이보다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야디 측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올해 해외 수요는 2025년보다 약 70% 증가했다”며 “주문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느냐는 고객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 출하를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동남아시아와 남미 지역에서 주문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크라이나의 한 배달 기사가 야디 전기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우크라이나의 한 배달 기사가 야디 전기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야디의 해외 사업 확대에는 국제 유가 상승이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란 전쟁 영향으로 오른 휘발유 가격 때문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가 전기 이륜차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오토바이가 주요 이동 수단인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연료비 부담이 구매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야디는 이를 기회로 유럽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전기 스쿠터 보급 확대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FT는 “유가 불안은 중국산 전기차, 전기 스쿠터 등 친환경 산업 제품 수요 급증을 촉발했다”며 “전문가는 중동발 유가 급등이 장기적으로 전동화 전환을 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BYD 따라가는 야디, 포화된 中 내수 시장 넘어 글로벌 공략

야디의 성장 경로는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와 닮아 있다. 중국 정부가 추진한 교통 전동화 정책의 수혜를 입으며 성장한 야디는 세계 최대 전기 이륜차 시장인 중국 내수 시장에서 선두에 오르며 규모의 경제를 구축했다. 현재 중국 내 6개의 공장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고급형 제품 비중을 늘리고 배터리 등 핵심 부품의 자체 조달 비중도 높이면서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 화촹증권은 2025년 야디의 순이익 급증 배경으로 제품 고급화와 공급망 효율화 효과를 꼽았다.

야디가 해외 사업 확대에 나선 것은 중국 시장의 성장 한계와도 무관하지 않다. 야디 측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는 약 3억 대의 전기 스쿠터가 보급돼 있다. 야디 측은 “가구당 평균 1.5~2대 수준”이라며 “인구 감소로 인해 내수 시장이 더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야디의 해외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다. 시티은행 분석에 따르면, 2025년 해외 사업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에 불과했다. 하지만 성장 잠재력은 크다. 야디는 올해 해외 판매 목표를 45만 대로 제시했다. 2025년 31만 대에서 많이 늘어난 수치다. 이를 위해 판매망도 3700개에서 최대 1만 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야디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튀르키예, 브라질, 멕시코 등에 생산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유럽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헝가리에도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시장 전망도 밝다.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글로벌 이륜차 시장에서 전동 이륜차 비중은 15% 수준에 그친다. 자동차 시장보다 전동화 전환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만큼 향후 성장 여력이 크다. 여기에 주요 업체가 기능 강화에도 속도를 내면서 시장 성장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최근 전기 이륜차는 원격 제어와 스마트키, 차량 상태 실시간 확인 기능 등이 기본 사양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자체 차량 운영체제(OS)까지 개발하고 있다. 야디 측은 지난 3월 말 실적 발표에서 “전기 이륜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에서 벗어나 스마트 기능과 디자인, 라이프스타일 요소를 갖춘 제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말했다. 

베이징=이은영 조선비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