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룡 연세스타병원 병원장 - 연세대 의대, 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외래교수, 현 대한정형외과학회 정회원
권오룡 연세스타병원 병원장 - 연세대 의대, 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외래교수, 현 대한정형외과학회 정회원

요즘 환자는 무릎 통증이 시작되면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보고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진료실에 들어오자마자 “내 무릎은 몇 기인가요”라고 묻는다. 하지만, 이런 질문은 정작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친다. 

관절염은 무릎이 보내는 신호를 읽어야 하는 병이다. 퇴행성 관절염은 단순히 연골이 닳는 게 문제가 아니다. 무릎 전체의 균형이 조금씩 무너지는 과정이다. 연골이 닳기 시작하면 충격을 흡수하던 기능이 떨어지고, 그 부담은 뼈와 인대, 근육으로 넘어간다. 이때부터 통증은 관절 손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가 된다. 

초기 관절염의 특징은 ‘특정 상황에서만 아프다’는 점이다. 평지는 괜찮은데 계단을 내려갈 때만 아프다. 오래 앉았다 일어날 때만 뻣뻣하다. 통증이 있다가 없다가 간헐적으로 나타난다. 이 단계는 아직 회복 가능성이 남아 있는 시기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 신호를 무시한다. 

문제는 이 시기가 지나면 통증 양상이 바뀐다는 점이다. 특정 동작이 아니라 ‘일상 전체’가 불편해진다.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보폭이 좁아지고, 무릎을 완전히 펴거나 굽히는 것이 어려워진다. 이때부터는 단순한 관리만으로는 한계가 생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관절염 단계를 진단하는 영상 검사로는 현재 무릎 상태의 전부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같은 관절염 3기라도 누구는 여행을 다니고, 누구는 집 안에서도 힘들어한다. 결국 통증은 연골뿐 아니라 근력, 체중, 다리 정렬, 생활 습관이 함께 결정한다. 특히 허벅지 근력은 무릎 건강의 핵심 변수다. 근육이 약해지면 무릎이 받는 하중이 그대로 관절로 전달된다. 근육이 약해지면 걸을 때마다 체중 부담이 관절에 직접 전달된다. 반대로 허벅지 근력이 유지되면 연골이 일부 손상돼도 무릎을 받쳐주는 힘이 생겨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또 간과하기 쉬운 부분은 ‘움직임의 질’이다. 같은 걷기라도 발을 쿵쿵 디디거나, 계단을 내려갈 때 충격을 주는 습관은 무릎에 반복적인 부담을 남긴다. 골프처럼 몸을 비트는 동작, 테니스처럼 급정지와 방향 전환이 많은 운동도 통증이 시작된 무릎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결국 관절염은 연골이 얼마나닳았는지만이 아니라, 무릎을 얼마나 잘 지지하고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증상이 달라진다. 그렇다면 언제 병원을 찾아야 할까. 단순히 아픈 날이 아니라 ‘패턴이 생겼을 때’다. 특정 동작에서 반복적으로 아프고, 쉬어도 회복 속도가 느려지고, 통증 때문에 움직임이 달라지기 시작했다면 이미 관절은 적응이 아니라 ‘손상’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퇴행성 관절염 치료의 핵심은 하나다. 진행을 늦추는 것이다. 완전히 되돌리는 치료는 아직 없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개입하느냐’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다.

퇴행성 관절염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무조건 주사를 맞거나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먼저 통증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연골 손상 정도와 염증 유무, 다리 정렬, 허벅지 근력, 보행 습관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같은 단계라도 원인이 다르면 치료 방향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체중 조절, 생활 습관 교정, 허벅지 근력 강화 운동이 기본이 된다. 통증과 염증이 뚜렷하면 약물 치료나 물리치료를 병행하고, 관절 움직임이 뻑뻑하거나 마찰감이 큰 경우에는 연골 주사 같은 주사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증상만 잠시 누르는 치료가 아니라, 무릎을 오래 쓰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무릎은 오래 써야 하는 관절이다. 치아처럼 한 번 손상되면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관절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무릎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단계에 맞는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데 있다. 무릎 통증을 단순한 노화로 넘기지 말고, 지금 필요한 관리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 치료의 첫걸음이다. 

권오룡 연세스타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