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주는 든든한 울타리. /사진 챗GPT
가족이 주는 든든한 울타리. /사진 챗GPT
신동우 나노 회장 - 영국 케임브리지대 이학박사, 현 한양대 총동문회장
신동우 나노 회장 - 영국 케임브리지대 이학박사, 현 한양대 총동문회장

미국에서 갓 태어난 손자의 육아를 돕기 위해 아내가 집을 비웠다. 늘 곁에서 대화하고 교감하던 아내의 빈자리가 시간이 갈수록 적막하다. 신생아가 가져온 기쁨과 부부간의 생이별이 새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성평등가족부 조사에서 ‘가족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약 80%가 서로 의지가 되고 든든한 존재라고 답했다고 한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우리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변함없이 1위를 차지한 것은 ‘가족’이었다. 특히 국민 다수가 가톨릭 신자인 남미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는 가족 간 연대감이 매우 강하다고 한다.

스페인에서 공장을 운영할 당시, 여름이면 한 달 동안 공장 문을 닫고 직원이 모두 휴가를 떠나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목적지는 대부분 부모 집이다. 형제자매, 가족이 함께 모여 부모와 한 달을 보내는 것이다. 가족주의가 강한 국가에서는 청년 실업률이 높아도 사회적 혼란이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가 많다. 가족과 친척 공동체가 서로를 도우며 어려움을 견뎌내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족은 동서양 구분 없이 삶을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울타리다.

우리나라처럼 출산율이 낮고 평균수명이 길어지는 사회에서는 형제자매 수는 줄어드는 반면 세대 간 관계는 길어진다. 껍질 안에 나란히 들어 있는 강낭콩처럼 3~4대 직계가족이 함께 이어진다. 전통적인 가정에서는 살아가는 동안 최소 다섯 번의 직계가족 구성 변화가 생긴다. 출생을 통한 부모와의 만남, 결혼을 통한 배우자와의 만남 그리고 자식의 출산, 자식의 결혼 그리고 결혼한 자식이 낳은 손주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직계가족은 각 개인의 행복과 불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돌이켜보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자식이 오랫동안 간절히 원하던 목표를 노력 끝에 이루는 모습을 지켜보는 순간이었다. 반대로 자식이 겪는 고난과 슬픔은 나의 고난으로 인한 슬픔보다 더 크게 다가왔다. 그렇기에 자식을 키워보지 않으면 어른이 되기 힘들다고 했던가. 

미국에서 공부하던 아들 내외는 약 10년간의 유학 생활을 마친 뒤 한국으로 돌아올지, 미국에 남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주변 사람에게 조언을 구해보았지만, 한국과 미국의 여건이 크게 달라져 답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다만 양국의 문화 차이는 시간이 지나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미국은 개인의 자유와 수평적 관계가 강점이고, 한국은 서로에 대한 관심과 효율성이 장점이다. 과거에는 미국에서 학위를 마치고 귀국한 가족이 자녀 교육 문제로 다시 떨어져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가 중학교에 진학할 즈음 어머니와 자녀는 미국으로 돌아가고, 아버지만 한국에 남는, 이른바 ‘기러기 가족’이 흔했다.

우리 가족 역시 아이들이 어릴 때는 지방 대학 근무지에서 함께 생활했다. 주말이면 가까운 산과 바다로 소풍을 가고 여름휴가도 함께 보냈다. 두 아들은 지금도 그 시절을 가장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이후 자녀의 대학 진학을 목표로 가족이 서울과 지방으로 흩어져 생활했고, 아이들은 가장 경쟁이 치열한 학군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그리고 그 시기는 두 아들에게 가장 지우고 싶은 시간으로 남았다.

아들 내외에게 나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미국에 살든 한국에 살든 가족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곳을 선택하고, 아이를 입시 경쟁으로 내몰지 말고 사랑이 있는 가정 안에서 주관 있는 자녀 교육을 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가족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서로 사랑하는 시간을 어떻게 늘릴 것인가가 인생의 첫 번째 목표가 되어야 한다.

훌륭한 지도자나 품격 있는 인격체가 되는 것은 명문대를 졸업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잘 산다는 것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작은 희망의 불씨가 보이면 이를 놓치지 않고 지속적이고 끈질기게 그 희망을 키워가는 것이다. 성공은 대부분 끈기에서 온다. 인생의 고난은 선량함과 굳건함으로 이를 극복하라는 도전이다. 최상의 교육은 이를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다. 

신동우 나노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