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다 마사야스 스페이스타이드 대표가 7월 6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 도라노몬 힐스 모리 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최대 규모의 우주 비즈니스  콘퍼런스 ‘스페이스타이드 2026’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박근태
이시다 마사야스 스페이스타이드 대표가 7월 6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 도라노몬 힐스 모리 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최대 규모의 우주 비즈니스 콘퍼런스 ‘스페이스타이드 2026’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박근태

“우주는 더 이상 단순한 혁신의 개척지가 아니다. 인류 전체에게 혜택을 주는 핵심적인 경제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일본의 대표 민간 우주 진흥 단체인 스페이스타이드(SPACETIDE) 이시다 마사야스 대표는 7월 6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 도라노몬 힐스 모리 센터에서 시작한 아시아·태평양(아·태) 최대 규모의 우주 비즈니스 콘퍼런스 ‘스페이스타이드 2026’ 개막 연설에서 이렇게 말하며 ‘우주 경제’의 본격적인 도래를 선언했다. 일본 민간 우주산업의 상징적 인물로 주목받는 이시다 대표는 “지난 10년간 비약적인 기술 발전을 통해 약 5만 개의 위성이 발사됐고 7000명 이상이 우주를 다녀왔다. 이 기간에 투자된 자금만 3000억달러(약 453조원)에 달한다”며 인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 ‘마지막 개척지’로 우주를 지목했다. 그는 “지난 6월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는 글로벌 자본시장의 중대한 전환점이자, 우주가 본격적인 자본의 영역으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청신호”라며 “우주 수송 능력이 확대되고 비용 효율화가 달성됨에 따라 저궤도 위성통신, 상업용 우주정거장, 궤도 데이터센터 등이 기존 산업과 사회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든 인류를 위한 개방된 우주(Unlocking Space for All Humanity)’를 주제로 7월 9일까지 열린 올해 행사는 35개국 이상에서 2000여 명의 참가자와 200명 이상의 최고경영자(CEO·C레벨)급 연사가 참여했다.

"우주의 10%는 일본 몫 목표"

일본 정부는 2026년도 예산에서 우주 관련 예산 총액을 전년 대비 12% 증가한 1조446억엔(약 9조9200억원)으로 배정했다. 사상 처음 1조엔 관문을 돌파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우주를 국가 성장 전략의 17개 핵심 산업 중 하나로 지정하고, 2040년까지 민간투자 900억달러(약 138조1700억원) 유치를 목표로 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운용하는 ‘우주 전략 기금’은 일본 우주 생태계 변화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2023년도 예산부터 세 차례에 걸쳐 누적 8000억엔(약 7조6000억원)이 투입됐으며, 10년간 총 1조엔 규모가 투자될 전망이다. 이시다 대표는 “현재 우주 수송, 공급망, 탐사 등 65개 기술 개발 과제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며 “향후 2~3년 이내에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JAXA는 별도로 2030년대 초반까지 연간 30기 발사 체제 구축, 5기 이상의 독자적 위성 군집 시스템 확보, 달· 화성권 탐사 임무를 10건 이상 추진한다는 정량적 핵심성과지표(KPI)가 있다. 야마카와 히로시 JAXA 이사장은 “글로벌 우주 경제 영토가 폭발적으로 확장하는 상황에서 전 세계 우주 역량의 최소 10%는 일본 지분으로 채우겠다”고 했다. 도쿄도는 아·태 지역의 우주 비즈니스 허브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도쿄도는 세계적 수준의 우주 관련 기업과 대학, 연구 기관이 밀집해 있는 유수의 집적지”라며, 새로운 스타트업 전략을 통해 ‘글로벌 이노베이션’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민간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미국이나 국가 주도형 모델인 중국과 달리, 공공과 민간 자본을 융합하는 ‘포용적 접근’을 표방하며 아·태 지역 우주 협력의 구심점을 노리고 있다. 오노다 키미 일본 우주정책 장관은 기조연설에서 “정부가 앵커 테넌시(초기 핵심 수요자) 역할을 분명히 하고 국제 우주 질서에서 메이저 파워가 되겠다”고 말했다.

전시장에 마련된 일본 우주 기업 아이스페이스의 달 착륙선 울트라 랜더 모형. 지난해보다 전시 회사가 늘면서 전시관이 두 개층에 걸쳐 마련됐다. /사진 박근태
전시장에 마련된 일본 우주 기업 아이스페이스의 달 착륙선 울트라 랜더 모형. 지난해보다 전시 회사가 늘면서 전시관이 두 개층에 걸쳐 마련됐다. /사진 박근태

日 우주산업에 AI 열풍, 전통 기업도 주목

케빈 머피 미국 항공우주국(NASA) 최고 데이터·인공지능(AI)책임자 대행은 ‘우주 개발에서의 AI 활용’ 세션에서 “화성에 보낸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가 스스로 경로를 지정해 완전 자율주행하는 데 성공했다”며 “지상국 개입을 배제함으로써 과학적 탐사 효율을 기존보다 세 배 이상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그는 NASA가 보유한 150PB(페타바이트) 이상의 위성 관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한 파운데이션 AI 모델을 전 세계에 개방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카스카 신이치 리쓰메이칸대 교수는 “일본 우주산업 역시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장인 정신과 암묵지에 의존하던 기존 제조 방식을 AI 에이전트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본 우주 기업의 AI 활용 사례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아크에지스페이스의 스즈모토 료 공동 창업자는 “궤도 위에서 위성에 문제가 발생하면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판단해 최적의 명령을 제안하므로 24시간 안정적인 위성 관리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로켓 개발 지원 회사 스페이스르네상스의 노무라 아키유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로켓 엔진 시험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클라우드 분석을 거쳐 곧바로 3D 프린터 설계 변경에 반영되고 있다”며 “과거 15~20년이 걸리던 로켓 개발 주기를 혁신적으로 압축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8일 부대 행사로 열린 미국지리공간정보심포지엄(USGIF)에서 방대한 우주 데이터 AI 분석에 특화된 우주 전용 컴퓨터를 공개했다.

우주 기술을 생활 저변으로 확대하자는 흐름이 정부와 민간으로 확대하면서 전통 제조 기업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인공 별똥별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에일(ALE)’과 손잡은 전통 주방 가구 회사 타카라스탠더드의 야쿠 히로키 부장은 “인공 별똥별 프로젝트에 파트너로 참여하면 수천만엔만으로도 브랜딩과 신소재 검증이라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 사내 제안 5분 만에 전격 승인이 났다”고 소개했다.

JAXA 출신 스타트업 ‘웨어(WHERE)’ 아쿠츠 타케오 CEO는 “JAXA에서 AI로 달 표면의 크레이터를 자동 해석하는 연구를 보다가 이 기술을 지구에 적용하면 전국의 숨은 부동산 매물을 찾아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2022년 창업 비화를 소개했다. 웨어는 2024년에는 사가미하라시와 위성 데이터와 수도 계량기 데이터를 매칭해 약 70%의 정확도로 빈집을 탐지하는 실증 실험을 완료했다.

혼다 미국 법인의 데렉 아델만 최고엔지니어는 ‘달 탐사를 위한 다음 단계 가동’ 세션에서 영하 170도가 넘는 가혹한 14일간의 밤을 견뎌낼 수 있는 수백 (킬로와트시)급 ‘재생연료전지(RFC)’ 인프라를 공개했다. 혼다의 모빌리티 및 에너지 기술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일본의 통신 공룡 NTT의 사와다 준 회장은 저궤도 광통신위성에 탑재하는 ‘아이온(IOWN) 우주 네트워크’를 소개했다. 2028년 첫 위성 발사가 예정되어 있다. 내각부 우주정책위원이기도 한 사와다 회장은 “정부가 자금을 대고 민간이 수탁받아 연구하는전통적인 방식으로는 기금이 바닥나면 산업이 식어버린다”며 “이제는 민간이 자발적으로 리스크를 지고 수익을 창출하는 출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박근태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