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대기권으로 추락하는 우주 망원경을 구하러 로봇 구조대가 출발했다. 임무는 우주 망원경을 밀어 올려 고도를 높이는 것이다. 작전이 성공하면 구조대는 우주 망원경과 분리돼 지구 대기권에서 불타 사라진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같이 동료를 구하려고 자기를 희생하는 작전인 셈이다. 6월 3일 오후 8시 36분(이하 현지시각·한국시각 오후 5시 36분) 남태평양 마셜제도 콰잘레인 환초에서 미국 카탈리스트 스페이스 테크놀로지스(이하 카탈리스트)의 우주선 링크(LINK)가 발사됐다. 링크는 3개월 안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우주 망원경인 ‘닐 게렐스 스위프트 관측소(스위프트 우주 망원경)’를 로봇 팔 세 개로 붙잡고 엔진을 점화해 고도를 높일 계획이다. 나사가 추진 중인 ‘스위프트 상승 임무’다.
2004년 우주로 나간 스위프트는 별의 마지막 순간인 감마선 폭발을 관측하다가 최근 급격히 고도가 떨어졌다. 발사 시 임무 궤도는 지구 상공 600㎞였지만, 지난 2년 동안 360㎞까지 낮아졌다. 태양에서 분출된 고에너지 입자에 밀린 탓이다.
골든 타임 1년 안에 구조해야
카탈리스트에 따르면, 스위프트는 구조가 불가능한 고도인 300㎞ 아래로 떨어지기까지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이 회사는 2025년 9월 나사와 3000만달러(약 460억원) 규모 계약을 맺고 8개월 만에 스위프트를 구조할 로봇 우주선을 만들고 시험까지 마쳤다.
링크는 다른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처럼 지상에서 이륙한 로켓에 실려 우주로 가지 않고 공중 발사 방식으로 우주 궤도에 진입했다. 6월 3일 미국 방산 업체 노스럽 그러먼의 대형 항공기인 스타 게이저는 12㎞ 상공에서 링크를 탑재한 페가수스 XL 로켓을 분리했다. 로켓은 바로 엔진을 점화해 스위프트가 있는 곳까지 날아가 링크를 같은 궤도에 진입시켰다.
카탈리스트는 발사 직후 링크와 교신에 성공했다. 카탈리스트는 몇 주 동안 링크의 전원과 항법 장치, 카메라, 센서 등을 순차적으로 작동해 발사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는지 점검한다고 밝혔다. 링크가 바로 스위프트와 도킹할 수는 없다. 스위프트가 정상 궤도에 있지 않고 고도가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링크는 앞으로 3~4주가 지나면, 스위프트 바로 옆에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킹은 신중하게 진행된다. 먼저 링크가 스위프트에 바짝 붙어 여러 각도에서 카메라로 촬영해야 한다. 로봇 팔이 어디를 잡을지 계획했지만, 스위프트가 20년 이상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하면서 외형이 변형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구조 임무 D-데이에 링크는 로봇 팔 세 개로 시속 2만7000㎞로 날아가는 스위프트 망원경을 붙잡는다. 그 후 바로 엔진을 점화해 고도를 높인다. 전문가들은 망원경에 손상을 주지 않도록 고도 상승은 로켓처럼 치솟는 형태가 아니라 느리고 우아한 상승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링크는 2~3개월 동안 소형 추진기를 가동해 360㎞ 고도에서 스위프트의 예전 궤도인 지구 상공 600㎞ 지점까지 올라갈 예정이다.
사상 최대 감마선 폭발 관측한 망원경
스위프트는 본체가 5.6×5.4m로 대형 자동차만 한 크기다. 무게는 1.6t이다. 2004년 11월 20일 천체 관측 카메라 세 대를 달고 델타 II 발사체에 실려 우주로 나갔다. 원래 이름이 ‘스위프트 감마선 폭발 탐사선’인 데서 알 수 있듯이 감마선 폭발 관측이 주 임무다.감마선 폭발은 우주에서 발생하는 가장 강력한 폭발 현상으로, 단 몇 초 만에 태양이 100억 년 동안 방출하는 에너지를 방출한다. 수명을 다한 별이 블랙홀이 되거나 서로 충돌할 때 발생한다. 찰나에 일어나는 이런 대격변을 관측하려면 우주 망원경이 민첩해야 하므로 이름에 ‘재빠른’이란 뜻의 영어인 스위프트를 붙였다.
스위프트는 추진 장치가 없다. 시간이 지나면 미세한 공기 흐름과 마찰하면서 궤도가 서서히 낮아질 운명이었다. 2024년 말 태양의 11년 흑점(黑點) 주기가 예측보다 강해지면서 궤도 하강 속도가 가속화됐다. 흑점에서 분출되는 고에너지 입자가 지구 대기를 밀어내면 스위프트에 미치는 저항력도 증가한다.
이대로 두면 계속 하강해 지구 대기권과 마찰하면서 불타 사라진다. 지금까지 수많은 인공위성이 수명을 다하고 그렇게 사라졌다. 나사는 스위프트를 과학 연구에 필수적인 장비로 보고, 살리기로 했다. 스위프트는 2022년 10월 9일 우주 관측 역사상 가장 강력한 감마선 폭발인 GRB 221009A를 관측했다. 나사 관계자들은 이번 스위프트 구조 작업은 시도해 볼 가치가 있는 ‘고위험· 고수익’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스위프트가 여전히 작동되고 있고, 대체 우주 망원경을 제작한다고 해도 수년씩 걸리고, 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다.
위성 수명 늘릴 서비스 시장 열려
과학계는 우주의 ‘스위프트 일병 구하기’ 가 성공하면 위성 수명을 늘리는 서비스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본다. 수명이 끝난 위성은 우주 쓰레기가 된다. 미국은 우주 급유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전투기가 공중 급유를 받듯, 인공위성에도 연료를 보급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자체 추진기를 가동해 궤도를 수정할 수 있다. 위성 수명이 연장되면 다른 위성을 위협하는 우주 쓰레기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미국 우주군과 오비트 팹, 일본의 아스트로스케일은 통신위성을 운용하는 지구 상공 3만6000㎞ 정지궤도에서 우주 급유를 준비하고 있다. 아스트로스케일은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기업이고, 오비트 팹은 주유구에 해당하는 위성 연료 포트를 개발했다. 2027년 아스트로스케일의 우주선은 먼저 오비트 팹의 연료 탱크 위성과 도킹해 연료를 받고, 이를 다시 미국 우주군 위성에 전달하는 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카탈리스트도 궤도 수정뿐 아니라 개조, 우주 급유 서비스까지 지원하는 로봇 우주선 넥서스(NEXUS)를 개발하고 있다. 내년 첫 고객은 정지궤도 위성이다. 위성 서비스 시장은 경제적 가치가 엄청나다. 매년 통신위성 20여 기가 연료가 바닥나 퇴역한다. 수천억원을 들여 만든 위성 수명을 15년씩 연장하면 수조원의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