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2007년 3월 원자바오(溫家寶) 당시 중국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국 경제를 두고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불안정하고, 불균형하며, 부조화하고, 지속 불가능하다”라고 자평했다. 이른바 ① ‘4대불(四大不)’ 발언이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필자는 이를 계 기로 중국이 투자·수출 주도 성장에서 소비 주도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글을 썼고, 2주 뒤 미국 상 원 재무위원회 증언의 토대로 삼았다. 이후 필자는 20년 가까이 중국의 ‘리밸런싱(rebalancing·경제구 조 재조정)’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2026년 현재 각종 지표는 이 시도가 사실상 실패했음을 보 여준다. 필자는 칼럼에서 그간의 낙관론을 접고, 왜 중국 소비가 20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는지, 이것 이 중국과 세계경제에 어떤 함의가 있는지를 짚는다.
중국 중부 후베이성 우한시의 한 슈퍼마켓에서 고객이 채소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중국 중부 후베이성 우한시의 한 슈퍼마켓에서 고객이 채소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중국의 경제 재균형 노력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원자바오 전 총리가 과도한 투자와 수출 의존을 개탄한 지 거의 20년이 지났지만, 문제는 오히려 더 악화했다. 소비 주도의 의미 있는 재균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중국이 결국 투자와 수출이라는 오래된 성장 동력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며, 이는 중국은 물론 세계경제에도 중대한 질문을 던진다.

스티븐 S. 로치 - 예일대 교수,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 '우발적 충돌-미국과 중국은 왜 갈등하는가' 저자
스티븐 S. 로치 - 예일대 교수,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 '우발적 충돌-미국과 중국은 왜 갈등하는가' 저자

중국의 관점에서 경제 재균형의 필요성을 강조한 최초의 서구 경제학자로서, 나는 이런 글을 쓰게 된 것이 특히 실망스럽다. 2007년 3월, 베이징의 한 회의실에서 중국 고위 관료들과 함께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뒤 열린 원자바오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원자바오는 중국경제구조에 대한, 지금은 유명해진 비판을 내놓았다. 겉으로는 탄탄해 보이지만, 중국 경제가 갈수록 ‘불안정하고, 불균형하며, 조율되지 않고, 지속 불가능해지고 있다(un-stable, unbalanced, uncoordinated, and unsustainable)’는 경고였다.

현장에 있던 중국 관료들 사이에서는 놀란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들은 총리의 발언을 통역해 주면서 그 의미가 얼마나 중대한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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