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 재균형 노력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원자바오 전 총리가 과도한 투자와 수출 의존을 개탄한 지 거의 20년이 지났지만, 문제는 오히려 더 악화했다. 소비 주도의 의미 있는 재균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중국이 결국 투자와 수출이라는 오래된 성장 동력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며, 이는 중국은 물론 세계경제에도 중대한 질문을 던진다.
중국의 관점에서 경제 재균형의 필요성을 강조한 최초의 서구 경제학자로서, 나는 이런 글을 쓰게 된 것이 특히 실망스럽다. 2007년 3월, 베이징의 한 회의실에서 중국 고위 관료들과 함께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뒤 열린 원자바오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원자바오는 중국경제구조에 대한, 지금은 유명해진 비판을 내놓았다. 겉으로는 탄탄해 보이지만, 중국 경제가 갈수록 ‘불안정하고, 불균형하며, 조율되지 않고, 지속 불가능해지고 있다(un-stable, unbalanced, uncoordinated, and unsustainable)’는 경고였다.
현장에 있던 중국 관료들 사이에서는 놀란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들은 총리의 발언을 통역해 주면서 그 의미가 얼마나 중대한지를 강조했다. 이는 곧 중국 정책권 내부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임을 예고하는 장면이었다. 나는 호텔방으로 돌아와 중국의 재균형 필요성에 관한 첫 글을 썼고, 그 글은 약 2주 후 미국 상원 재무위원회에서 한 증언의 토대가 됐다.
당시 나는 중국이 발전 모델을 투자·수출 중심에서 소비 주도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러한 전환이 수반할 다른 구조 변화도 짚었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과잉 저축에서 저축을 흡수하는 구조로 옮겨가야 하며, 이를 통해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고 더 큰 ② 사회 안전망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훗날 원자바오의 ‘4대불’이라고 부르게 된 이 표현을, 중국 지도부가 경제 재균형에 필요한 조처를 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그것은 ‘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될 것인가’의 문제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이제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 2026년 5월 중국의 소매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0.6% 감소했다. 4월의 0.2%라는 미미한 증가세에 이어 나온 하락 반전으로, 월간 기준으로는 3년 반 만의 첫 감소였다. 더 심각한 것은 가계 소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가장 최근 수치(2024년)는 39.9%로, 원자바오가 4대불을 언급할 당시 기준으로 삼았던 2005년(39.8%)과 사실상 동일하다. 게다가 2025년과 2026년 초 소비 부진이 이어진 점을 고려하면, 실제 소비 비중은 2005년 수준 아래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결과를 설명하는 요인으로는장기화한 부동산 위기, 낮은 가계소득 비중,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후유증, 인구구조 변화, 높은 청년 실업률 등이 거론된다. 내가 오랫동안 가장 주목해 온 원인은 취약한 사회 안전망이다. 사회 안전망이 부실하면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예비적 저축이 늘어나고, 이는 소비 여력을 갉아먹는다. 물론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내 판단으로는 과도한 예비적 저축은 중국 소비 수요를 장기적으로 가로막는 가장 중요한 구조적 걸림돌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이러한 흐름은 중국 최고 지도부의 눈에도 띄지 않을 수 없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내수 확대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고, 리창(李强) 총리의 2026년 3월 정부 업무 보고 역시 이를 역설했다. 문제는 지난 20년간 이 목표가 너무나 자주 우선순위로 제시되면서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국무원이 일부 호구제 제한을 완화해 농민공이 사회보험 혜택을 더 쉽게 이전·연계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가계의 불안을 줄이고, 약속만 앞세운 채 실행이 부족했던 악순환을 끝내려면 훨씬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소비 주도 재균형 실패가 통계상 착시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교육, 보건·의료, 문화 시설, 보조금이 들어간 식료품 같은 ‘사회적 현물 이전’ 형태의 정부 지원이 통계에서 빠져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주장에는 어느 정도 기술적 타당성이 있을 수 있지만, 핵심은 달라지지 않는다. 조정 여부와 관계없이 중국의 GDP 대비 가계 소비 비중은 원자바오가 이 문제를 처음 제기했을 때보다 높아지지 않았다.
이런 정체는 두 가지 우려스러운 함의가 있다. 첫째, 중국 인민은 여전히 성장의 결실 바깥에 머물러 있다. 국가, 국유 기업, 민간 기업이 경제 발전의 결실을 여전히 불균형적으로 가져가며, 이는 오랫동안 중국 번영의 수혜자로 여겨 온 중산층의 지속적 성장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둘째, 저조한 소비는 중국이 앞으로도 성장을 위해 수출과 투자에 의존할 것임을 시사한다. 특히 시진핑 주석이 강조하는 기술 주도의 ③ ‘신질 생산력’이 그 중심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2026년 GDP 성장률 목표를 4.5~5%로 낮춰 잡았다. 이는 1980~ 2020년 연평균 9.3% 성장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중국이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에 비해 거의 열 배로 커졌고, 그만큼 중국 수출이 세계 GDP에 미치는 영향도 훨씬 커졌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부가가치 기준 세계 제조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약 30%에서 2030년 45%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다른 국가가 이런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고, 미국에서 유럽에 이르기까지 반중 보호주의가 확산할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원자바오는 중국에서 잊힌 총리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가 2007년에 지적한 ‘재균형 없는 성장’이라는 모순은 여전히 중국의 가장 큰 거시 경제적 과제로 남아 있다. 나는 수년간 이를 경고해 왔다. 중국의 세계적 부상에 관한 이야기가 무성한 지금, 중국이 경제 재균형이라는 필수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중국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Tip
① 2007년 원자바오 총리가 중국 경제를 평가하며 사용한 표현으로 ‘불안정(不穩定), 불균형(不平衡), 부조화(不協調), 지속 불가능(不可持續)’을 가리킨다. 투자와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성장 구조의 구조적 취약성을 지적한 발언으로, 이후 중국의 경제 리밸런싱 논의의 출발점이 됐다.
② 실업급여, 의료보험, 연금 등 국민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는 공적 제도의 총칭. 사회 안전망이 취약하면 가계는 미래의 위험에 대비해 소비 대신 저축을 늘리는 경향(예비적 저축)을 보이며, 이는 내수 진작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③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시한 개념으로, 첨단 기술과 혁신 기반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의미한다. 반도체, 인공지능, 신재생에너지 등 기술 집약적 산업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끌겠다는 정책 방향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