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11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 프로풋볼(NFL) 캔자스시티 치프스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더스의 경기 후 테일러 스위프트와 트래비스 켈시가 키스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
2024년 2월 11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 프로풋볼(NFL) 캔자스시티 치프스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더스의 경기 후 테일러 스위프트와 트래비스 켈시가 키스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

비틀스는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없다(Can’t Buy Me Love)’라고 읊었고, 매릴린 먼로는 ‘다이아몬드야말로 최고의 친구(‘Diamonds are a Girl’s Best Friend’)’라 노래했다.

돈으로 사랑은 못 사도 결혼은 산다. 그것도 아주 비싸게⋯.

최근 미국 최고의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결혼식이 대단한 화제다. 남편은 미식축구 스타 트래비스 켈시. 7월 3일(이하 현지시각), 뉴욕의 랜드마크인 매디슨 스퀘어 가든을 통째로 빌렸다.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행사 직후 이곳 주변에서 수거된 쓰레기가 1250달러(약 192만원)에 팔렸다는 것부터 알아두자. 여기엔 담배꽁초, 물병 뚜껑, 사탕 포장지가 포함됐고 물론 기념품 명목으로 판매됐다.

쓰레기가 이 정도면 본식은 어느 정도일까. 결혼식에 쓰인 예산은 5000만달러(약 768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실내를 정원 테마로 꾸몄다. 뉴욕 닉스 홈구장이자, 콘서트홀로 쓰이는 이곳이 말 그대로 하루 동안 결혼식용 ‘가든’이 된 것이다. 

임희윤 - 문화평론가, 현 한국대중 음악상 선정위원, '예술기: 예술과 기술을 이야기하는 8인의 유니버스'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공저)' 저자
임희윤 - 문화평론가, 현 한국대중 음악상 선정위원, '예술기: 예술과 기술을 이야기하는 8인의 유니버스'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공저)' 저자

테러 대비해 식장 주변 콘크리트 장벽 설치

1000명에 달하는 하객의 면면도 화려하다. 톰 크루즈, 브래드 피트, 에드 시런, 사브리나 카펜터, 브래들리 쿠퍼, 에마 스톤 등.

영화 캐스팅 담당자라면 군침을 흘릴 만한 리스트다. 아차, 축가는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가 맡았다. 피로연에서 직접 비틀스 히트곡 ‘I Want to Hold Your Hand’를 불렀다. 주례는 배우 애덤 샌들러의 몫. 하객 선물로는 스위프트의 히트곡 ‘Blank Space’ 가사를 수놓은 손수건이 나갔다. 결혼 서약이 이뤄진 순간, 가든 외벽 전광판에는 ‘JUST & T MARRIED(테일러 & 트래비스) 방금 결혼’이란 문구가 송출됐다. 밖에서 기다리던 수백 명의 팬이 환호했다. 가히 바티칸의 콘클라베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결혼식 전날에는 리허설 디너도 치러졌다. 하루 대관료만 100만달러(약 15억3000만원)인데, 도합 사흘을 빌렸다. 마이클 잭슨, 마돈나, 빌리 조엘이 역사적인 콘서트를 열었던 곳이니 장소 비용에 일단 고개가 끄덕여진다.

스위프트의 OOTD(이날의 의상)도 화제다. 웨딩드레스는 디올, 장신구와 구두는 각각 까르띠에와 크리스티앙 루부탱 것을 착용했다. 하객 경품도 로또급이다. 스위프트와 켈시가 첫 데이트 때 탔다는 1970년형 빈티지 쉐보레 자동차부터 값비싼 샤넬 가방까지⋯.

뉴욕시 경찰 당국도 비상이 걸렸다. 차량 돌진 테러에 대비해서 매디슨 스퀘어 가든 주변에 콘크리트 장벽을 설치하고 수백 명의 경찰관이 에워쌌다. NBA 결승전 수준의 경비 태세다. 지나친 보안과 교통 통제에 뉴욕을 사유화했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나온 것은 당연하다.

할리우드 배우 에단 호크가 스위프트와 켈시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매디슨 스퀘어 가든으로 걸어가고 있다. /사진 AFP연합
할리우드 배우 에단 호크가 스위프트와 켈시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매디슨 스퀘어 가든으로 걸어가고 있다. /사진 AFP연합

엘비스 프레슬리, 호텔서 8분 만의 '초고속 결혼'

팝 음악계에서 ‘세기의 결혼식’은 몇 차례 있었다. 반세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엘비스 프레슬리와 프리실라 볼리외의 1967년 웨딩을 마주한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알라딘호텔에서 열린 결혼식은 단 8분 만에 치러진 초고속 행사로도 유명하다. 2022년 영화 ‘엘비스’, 2023년 영화 ‘프리실라’에도 등장한다. 6단 웨딩 케이크를 마련하고 100여 명 하객에게 새끼 돼지와 굴 요리 등을 제공하는 데 당시 돈으로 1만달러(약 1530만원)가량이 들었을 것으로 추산되는데, 거의 모든 비용은 홍보를 노린 호텔 측이 부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 전곡 길이보다도 짧았던 이 미니 웨딩의 여파는 장대하다.

이 결혼은 라스베이거스의 이미지를 바꿨다. 가장 로맨틱한 결혼의 성지로 떠오른 것이다. 라스베이거스 웨딩 산업의 연간 경제 효과는 20억달러(약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몇 년 전,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의 ‘엘비스 허니문 하우스’에 가본 적 있다. 인근의 코첼라 밸리에서 열리는 코첼라 페스티벌에 가는 음악 팬 중 상당수가 이곳을 ‘성지순례’한다. 매우 짧은 신혼 기간에 머문 이 집은 라스베이거스가 아님에도 음악 명소가 됐다. 팜스프링스의 호화 별장 거리도 덩달아 뜨거운 여행지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프리실라 볼리외의 결혼식 사진. /사진 AP연합
엘비스 프레슬리와 프리실라 볼리외의 결혼식 사진. /사진 AP연합

비욘세·제이지 결혼반지 가격만 77억원

1994년 캐나다에서도 큰 일이 있었다. 팝스타 셀린 디옹과 그의 매니저 르네 앙젤릴의 결혼식이다. 결혼식 비용은 당시 돈으로 50만달러(약 7억6760만원)로 추산된다. 몬트리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열렸다. TV로 생중계됐다. 축의금이 문제가 아니다. 팝스타에게 화제와 이벤트는 장기적 수익으로 돌아온다. 이 메가 이벤트의 화제성을 몰아 이듬해 디옹이 낸 앨범 ‘D’eux(그들에 대한)’는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프랑스어 음반이 됐다.

2008년에는 가수 비욘세와 래퍼 제이지의 결혼식이 있었다. 18캐럿 다이아몬드를 박은 결혼반지 가격만 500만달러(약 76억7600만원)였다. 음악판 버락 오바마-미셸 오바마 커플이라 할 만한 세기의 부부는 2014년과 2018년, 두 차례 공동 순회공연인 ‘온 더 런’ 투어를 스타디움 규모로 개최해 3억6370만달러(약 5584억원)의 티켓 매출을 올렸다. 부부 합산 자산 가치는 우리 돈으로 5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팝스타의 결혼은 달콤한 백년가약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의 인수합병(M&A)에 맞먹는 시너지나 시장 효과를 낳기도 한다. 한 도시의 브랜드를 뒤바꾸고, 새로운 산업구조를 창출하기도 하는 것이다. 스타 모방 심리는 결혼 문화, 그 자체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NBA 결승전, 월드컵 조별 리그와 토너먼트 못잖게 세계의 음악계가, 대중문화계 전반이 테일러 스위프트의 결혼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희윤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