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북부 도시 모술, 2017년 봄 극단주의 무장 단체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내 최대 거점인 이곳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 연합군에 월 60~100건의 드론 공격을 가했습니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드론에 무기 투하 장치 등을 붙인 것으로, 이듬해 미국 육군사관학교는 보고서에서 IS 사례가 향후 테러 조직, 무장 단체, 국가 대리 세력이 상업용 기술로 저비용, 대량 무기 체계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 선례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4년이 흐른 2022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공에 맞서 상업용 드론을 무기화한 기술로 대반격에 나섰습니다.
이번 커버스토리 ‘비대칭·무인화·인공지능(AI), 우크라·이란戰이 보여준 미래 전쟁 3대 트렌드’는 2022년 2월과 지난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란 전쟁이 확인시킨 전쟁 양상의 변화를 짚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최초의 대규모 드론 전쟁이라 할 만합니다. 일인칭시점(FPV) 드론, 자폭 드론, 정보·감시·정찰(ISR) 드론 등이 전장을 지배하고, 양측이 실전의 시행착오를 실시간으로 피드백하면서 고도화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실증한 드론 체계 등을 이란 전쟁에 잇따라 도입하고 있습니다. 2개의 전쟁을 통해 축적한 실전 데이터가 미국 방산 생태계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우크라이나가 보병 투입 없이 드론과 로봇만으로 러시아 진지를 점령했다는 발표도 있었습니다. 미국의 군사기술 전문가 조지 도허티는 책 ‘AI 시대, 전쟁의 미래’에서 “드론, 로봇, AI가 ‘전쟁의 문법’ 자체를 바꾸고 있다”며 “값싼 로봇 정밀 무기가 전차와 군함 같은 전통적인 군사 플랫폼을 낡은 것으로 만들고 있다. 우리는 군사 로봇 혁명의 첫 번째 물결에 들어섰다”고 진단합니다.
K-방산의 굴기를 확인한 한국은 새로운환경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장이 지상·해상·공중을 넘어 AI가 지배하는 영역으로 무한 확장하고 있다”며 “혁신 기업 투자 및 기술 연계 등으로 안보 역량을 강화한 미국 CIA(중앙정보국) 인큐텔 모델처럼, ‘한국형 인큐텔’을 설립하겠다”라고 언급한 배경입니다. 4대 방산 강국을 향한 여정에 정부, 전통 방산 기업, 기술 기업, 방산 스타트업의 협업을 기대해 봅니다.
AI 시대의 승자는 결국 '전력'을 가진 곳일 듯
지난 호 기사를 통해 결국 가장 중요한 AI 경쟁의 핵심은 ‘전력망’과 ‘데이터센터’라는 점을 새삼 실감했다. 소프트웨어 기업의 시대라고 여겼던 빅테크가 이제는 발전소와 송전망, 냉각 설비까지 확보하려는 이유가 명확하게 이해됐다. 전력 회사와 데이터센터가 하나의 투자 테마로 묶이고 있다는 분석은 산업 지형 변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했다.
-박성준 에너지 업계 종사자
M&A 시장, 모두에게 열린 시장은 아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침체했던 인수합병(M&A) 시장이 5조달러 규모로 돌아왔다는 소식은 반가웠지만, 정작 시장 중심은 소수의 메가딜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 거래 건수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초대형 거래가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라는 분석에서 자본시장 양극화를 실감했다. 시장에 자본은 넘치지만, 확신은 부족한 시대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해 보인다.
-정유진 자산운용사 직원
국경과 규제가 다시 기업 전략의 중심이 됐다
과거 글로벌 기업은 좋은 기술과 자본만 있으면 어디서든 기업을 인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국가 안보와 기술 주권이 기업결합 심사보다 더 큰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인재와 지식 재산만 확보하는 ‘어크하이어’가 새로운 인수 문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흥미로웠다. AI 시대 기업은 규제와 지정학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이현우 스타트업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