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뼛속 공간인 부비동에 염증이 생겨 고름이 차는 축농증(부비동염)은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항생제가 과잉 처방되는 질환으로 꼽힌다. 부비동염을 정확히 진단하려면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X선 검사를 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외 1차 의료 현장에서는 CT를 상시 활용하기 어려워 결국 ‘항생제부터 처방하자’는 식의 방어적 진료가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17년 설립된 의료 기기 스타트업 유투메드텍은 이런 한계에 주목해 근적외선(NIR)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한 부비동염 진단 기기 ‘사이너스뷰(Sinus View)’를 개발했다.
사이너스뷰는 입안에 넣은 마우스피스에서 나온 근적외선이 부비동을 얼마나 통과하는지를 분석해 약 10초 만에 부비동 상태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부비동에 고름이 차면 빛의 투과량이 줄고 정상 부비동은 상대적으로 빛이 잘 통과하는 원리를 이용했다.
7월 6일 서울 서초구 유투메드텍 사무실에서 만난 김양석 대표는 “의사의 진료 역량 문제가 아니라 객관적인 진단 도구가 부족한 것이 항생제 남용의 근본 원인”이라며 “1차 의료 기관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진단 기기를 만들자는 생각에서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방사선 노출이 없고 CT처럼 큰 장비가 필요하지 않아 내과와 소아청소년과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어린아이도 반복 검사할 수 있도록 개발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포항공대(POSTECH)에서 생명과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에서 바이오인포매틱스를 연구했다. 이후 대웅제약 연구본부장과 네이버와 대웅의 AI 합작사 대표를 거쳐 회사를 세웠다.
근적외선과 AI 결합 진단 기기
사이너스뷰의 원리 자체는 단순하지만, 실제 구현은 쉽지 않았다. 김 대표는 “사람마다 피부와 뼈 두께가 달라 빛이 약해진 원인이 고름 때문인지 개인의 해부학적 차이 때문인지를 구별해야 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가장 긴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소아와 성인, 체형에 따라 뼈 두께와 골밀도가 달라 같은 염증도 다른 신호로 나타나는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김 대표는 “골격 구조를 자동으로 보정하는 AI 알고리즘을 적용해 개인차를 줄였고, 10년 가까운 광학 연구를 통해 최적의 근적외선 파장도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사이너스뷰는 20만 건 이상의 데이터를 학습했고, 지금까지 국내 70여 개 의료 기관에 도입됐다. 개발 초기 고신대 복음병원 임상을 통해 알고리즘을 구축했고 이후 실제 의료 현장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해 AI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유투메드텍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데이터를 생산하는 AI(Data-Gener-ating AI)’를 꼽았다. 그는 “대다수 AI 의료 기기는 병원에서 생성한 CT·자기공명영상(MRI) 영상을 더 잘 읽는 소프트웨어지만, 우리는 독자적인 하드웨어로 세상에 없던 부비동 투과 영상을 직접 생성하는 식으로 원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데이터가 쌓일수록 AI 성능이 함께 높아지는 구조”라며 “후발 주자가 따라오려면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임상을 다시 수행한 뒤 데이터를 처음부터 축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특허를 모두 확보한 만큼 진입 장벽이 높고 동일한 수준에 도달하려면 8~10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사업화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사이너스뷰는 2020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 기기 허가받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발생하면서 영업과 시장 진입이 지연됐다. 그나마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공급이 시작되면서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인도네시아 발판 동남아 진출 추진
유투메드텍은 해외시장을 먼저 공략했다. 김 대표는 “한국은 기술과 데이터를 검증하는 시장이고 본격적인 성장은 해외에서 나올 것”이라며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동남아시아는 일반의 중심 의료 체계여서 현장 진단 기기에 대한 수요가 크다”고 말했다.
첫 공략 시장은 인도네시아다. 회사는 인도네시아 의료 기기 유통 기업 아이디에스메드(idsMED)와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3분기 현지 허가를 거쳐 4분기부터 제품 공급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동남아의 다른 시장을 확대하고 일본과 중국으로 사업을 넓힌 뒤 장기적으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 북미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기술 고도화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근적외선뿐 아니라 열화상과 초음파를 결합한 차세대 멀티모달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단순히 부비동에 고름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세균성 감염과 바이러스성 감염, 알레르기성 염증까지 구분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열화상은 감염에 따른 열 변화를, 초음파는 고름의 상태를 추가로 확인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호흡기 질환을 더 정밀하게 구분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 기술은 중소벤처기업부의 딥테크 팁스(TIPS)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개발이 진행 중이다.
유투메드텍은 최근 세계 최대 의료 기기 액셀러레이터 가운데 하나인 ‘메드테크 이노베이터 APAC 2026(MedTech Innovator APAC 2026)’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선정돼 아시아·태평양 지역 혁신 의료 기기 기업 20곳으로 구성된 ‘글로벌 톱20 코호트’에 이름을 올렸다. 기술 고도화와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 유치도 진행 중이다. 한국산업은행, 카카오헬스케어, 신용보증기금, 현대기술투자 등이 유투메드텍 투자에 참여했다. 현재는 약 3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김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내과에서 혈압을 재듯 호흡기 진료에서도 가장 먼저 사용하는 기본 진단 기기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러면서 “축농증에서 시작해 중이염 등 얼굴 주변 호흡기 질환까지 적용 범위를 넓혀 호흡기 AI 의료 기기 분야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Company Info
회사명 유투메드텍본사 울산광역시
설립 연도 2017년 9월
대표 김양석
사업 AI 호흡기 진단 기기, 차세대 멀티모달 진단 기술 플랫폼, 의료용 소프트웨어 및 광학기기 제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