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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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26년의 절반이 훌쩍 지났다. 상반기 글로벌 금융시장은 말 그대로 요동쳤다. 연초만 해도 예상하기 어려웠던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고, 4~6주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던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는 상반기 내내 글로벌 증시를 흔들었다.

물가 상승 부담이 여전한 가운데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취임하면서 중앙은행의 정책 불확실성도 한층 확대됐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 장기화로 기업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한편, 챗GPT와 제미나이, 클로드 등의 활용이 급격히 확산하면서 기업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자금 조달 필요성도 부각됐다.

이에 반도체와 전력 공급 업체를 비롯해 AI 활용 다각화와 인프라 투자 확대의 수혜를 입는 기업의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상반기 S&P500 지수가 9.6%, S&P500 정보기술(IT) 업종 지수가 19.4% 오른 것과 달리,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연초 대비 101.1% 폭등했다. 6월 초까지만 해도 스페이스X 상장 기대감이 반영되며 우주 관련주로 몰렸던 자금이, 6월 후반 들어 다시 반도체 기업으로 유입되면서다. AI 활용이 늘어나면서 반도체를 포함한 인프라, 장비, 부품 기업이 동반 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최보원 -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자산관리전략부 선진국  전략 수석 연구원
최보원 -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자산관리전략부 선진국 전략 수석 연구원

7~8월 증시를 가를 삼중주: 실적·관세·금리

하반기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달라졌다. 7월 초에는 상반기 반등 폭이 컸던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됐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시장에서는 금융과 소비재, 헬스케어 등 내수 비중이 높은 업종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물론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고, 대형 IT 기업의 중장기 수요 전망 또한 견조하다. 다만 7월은 6월보다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주요국에서 어닝시즌(실적 발표 기간)이 본격화하는 만큼, 가파르게 상승한 기업의 실적을 확인하고자 하는 심리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어닝시즌 돌입 전 실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국면에서는 8월 중·후반 실적 발표가 예정된 기업보다 7월 중·후반에 실적을 공개하는 금융, 헬스케어, 대형 성장 기업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7월 후반에는 관세 리스크가 다시 시장의 화두로 부상할 전망이다. 미국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부과되던 관세 적용 기한이 다가옴에 따라, 무역법 301조에 따른 후속 대응이 추진되기 때문이다. 무역 상대국의 의견서 제출과 공청회 등을 거쳐 새로운 관세 방안이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가 높거나 외교 불확실성 영향을 받는 기업으로서는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기 힘든 환경이기도 하다. 새로운 무역 체계의 윤곽이 드러나기 전까지 시장의 경계 심리는 강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 내 물가 상승 압력 경계가 심화하겠으나, 유럽과 아시아 국가 역시 관세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어 위험 자산 전반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는 국면이다. 7월 중순에도 반복적으로 고조되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자재 공급 불확실성을 높이고 경기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미국과 이란 갈등이 진정되더라도 시장이 넘어야 할 산은 남아 있다.

7월 말에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가 진행된다. 이번 회의는 대형 성장 기업의 실적 발표 일정과 맞물린다. 기업이 인프라 투자를 추가로 늘리든 줄이든, 일시적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는 시기다. 인프라 투자 증대 시 비용 부담에 따른 수익성 훼손 우려가 불거질 것이고, 반대로 투자 규모를 축소할 경우 상반기 상승 폭이 컸던 기업을 중심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될 수 있다. 7월 후반까지 추세적인 상승보다 신중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이유다.

다만 여러 불안 요인에도 확인해야 하는 방향성은 명확하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아시아 국가가 AI와 로봇 등 핵심 성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대응을 지속할 거라는 점이다. 각국 대표 기업 역시 성장 산업 지원을 위한 투자와 사업 확대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이들 산업은 단기적으로는 실적을 견인하는 동력이면서, 장기적으로는 기업과 국가의 헤게모니 확보를 위한 방향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가 간 충돌이 잇따르면서 방위비를 늘리는 국가가 늘고 있다. 그러나 주요국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국가 간 무력 충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디지털 보안을 강화하고 AI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 있다. 이러한 과제는 과거처럼 대규모로 인력을 투입하거나 저비용 기술 도입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과 국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기술인 만큼, 관련 투자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 역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직후와 달리 이미 높은 수준이다. 추가로 한두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될 수는 있으나, 추세적 인상이 지속될 가능성은 여전히 작게 평가된다. 시장금리도 이미 높은 수준이지만, 과거 고금리 국면에서도 인프라 관련주는 장비와 서비스 수요 증가에 힘입어 실적 개선을 이어갔다. 즉 금리 부담만으로 관련 산업의 중장기 투자 방향이 바뀔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소부장부터 유틸리티까지… 하반기 '넥스트 챔피언'은

결론적으로 7~8월은 어닝시즌에 대한 경계가 심화하며 상반기 반등 폭이 컸던 기업이 일시적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구간이다. 무역 갈등과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 등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일시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AI와 인프라 관련주에 대한 관심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주요국에서 공통적으로 수요가 확대되는 분야이며, 하반기 각국의 친기업 정책이 구체화할 경우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동시에 새로운 성장 산업에도 주목해야 한다. 로봇과 산업 자동화, 우주산업 등이 대표적이다. 하반기에는 디지털 자산과 관련된 법안이 구체화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와 인프라 등 대표적인 AI 관련주의 실적 개선 기대도 유효하지만, 이와 함께 다양한 성장 산업이 주목될 시기다. 일부 종목에 집중했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에는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실제 글로벌 반도체 기업 중에서도 대형 기업뿐 아니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주가가 가파른 등락을 보이기 시작했다. 인프라 업종 역시 일부 장비 기업에 그치지 않고 전통 인프라와 유틸리티 기업까지 동반 상승하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하반기는 국가 간 경쟁에 더해 미국 중간선거 일정까지 겹쳐 정책 불확실성이 극대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불안에만 시선을 빼앗기기보다 각국 정부와 기업의 투자 방향성에 초점을 둔 대응이 필요하다. 상반기보다 다양한 기업과 성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보강하는 전략이 유효할 전망이다. 대표 반도체 기업 관련 ETF를 넘어 미국 대형 성장주, 일본 소부장 기업, 유럽 산업재, 글로벌 인프라와 보안 산업 등으로 관심 범위를 확대해 볼 시기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자산관리전략부 선진국 전략 수석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