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있던 점이 갑자기 커지거나, 손발톱 밑에 원인 모를 검은 줄이 생겼다면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니다. 당장 병원을 찾아야 한다. 피부암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악성 흑색종(Malignant Melanoma)’일 수도 있다. 악성 흑색종은 피부 색소를 만드는 멜라닌 세포에서 생기는 암이다. 전체 피부암 사망의 약 80%를 차지할 만큼 진행이 빠르고 전이가 잘되는 치명적 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내 흑색종 발생률은 2004년 인구 10만 명당 2.6명에서 2017년 3.0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진단받은 환자의 평균 나이는 61.5세로, 5060 세대에게 많이 생기는 병이다.
자외선 노출, 특히 어린 시절의 심한 일광 화상, 반복적인 물리적 자극은 중요한 발병 원인이다. 흰 피부, 밝은색 눈동자이거나, 몸에 점이 많은 사람, 가족력이 있는 사람도 위험군에 속한다. 최근 한국인 대상 연구에서는 비만이 흑색종 위험을 높인다는 결과도 나오면서, 체중 관리 역시 예방책의 하나로 언급되고 있다. 자외선 차단제를 꾸준히 바르고 강한 햇볕을 피하는 습관과 함께, 몸 구석구석과 손발톱을 주기적으로 살펴보는 사람, 자가 검진이 조기 발견의 핵심으로 강조된다.
흑색종은 조기에 발견해 수술로 제거하면 치료 성적이 매우 좋은 암이다. 그러나 진단 시점에 전이가 발견되는 경우 항암제를 많이 사용하지만, 항암제 효과가 제한적이어서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술 전 항암 요법(Neoadjuvant thera-py)’이 도입되며 치료 성적이 좋아졌다. 과거에는 수술로 암을 먼저 도려낸 후 재발 방지를 위해 항암제를 투여했다면, 이제는 수술 전 암 덩어리가 온전히 남아 있을 때 면역 항암제를 선제적으로 투여해 암 크기를 줄이고 전이 부위를 제거한 뒤 수술한다. 육안적 3기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 시험(NADINA) 결과에 따르면, 수술 전 항암 치료를 받은 환자군의 12개월 생존율(EFS)은 83.7%에 달해 질병 진행과 사망 위험을 68%나 낮췄다. 신생 항원 메신저 리보핵산(mRNA) 암 백신도 임상 시험에서 뛰어난 성과를 냈다. 임상 2b상(확증적 임상) 연구에서 이 백신을 기존 면역 항암제와 병용 투여한 결과, 단독 투여한 집단보다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이 약 49% 감소했다. 면역계에 환자 고유의 암세포 특징을 정확히 학습시켜재발을 막는 이 기술은 고형암 치료의 새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악성 흑색종은 분명 치명적이지만, 눈부시게 발전하는 현대 의학을 통해 충분히 맞설 수 있는 질환이 됐다. 야외 활동 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예방 습관은 기본이다. 여기에 더해 샤워 후,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발바닥과 손발톱의 낯선 흑색점이나 띠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해 보자. 50대 이상의중장년층에게 이 작은 습관은 생명을 지키는 확실한 예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