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기준 미국 기존 주택 중위 가격은 44만달러(약 6억6000만원)를 넘어 6년 새 50%가량 올랐다. 집값 폭등과 공급 부족으로 몸살을 앓는 나라가, 집 판 차익에 물리는 세금을 앞다퉈 깎아주겠다고 나선 셈이다. 상식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집값이 문제라면 세금을 무겁게 매겨야지, 감세라니. 양도세 완화는 곧 유주택자에 대한 선물이요, 기득권 보호라는 게 우리 사회의 오랜 통념 아니던가. 그런데 미국의 셈법은 정반대다.
그들이 주목한 것은 세금의 ‘크기’가 아니라 ‘작동 방식’이다. 양도세는 팔아야만 걷히는 세금이다. 뒤집어 말하면, 팔지 않는 한 영원히 안 내도 되는 세금이라는 뜻이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에 따르면, 집을 팔면 면세 한도를 넘겨 세금을 물게 될 소유자가 셋 중 하나에 이른다. 1997년에 정해진 한도가 30년 가까이 물가에 연동되지 않은 채 방치된 탓이다. 여기에 미국 세법은 사망 시까지 버티면 상속 시점에 취득가액이 시가로 올라 생전의 양도 차익 과세가 통째로 소멸하는 구조까지 얹어놨다. 합리적인 유주택자라면 답은 하나인데, 집과 이웃이 마음에 들면 죽을 때까지 팔지 않는 것이다.
특히 2022년 이전의 초저금리 모기지를 쥔 가구에 있어 이사는 곧 두 배 가까운 이자율로 갈아타기를 뜻한다. 미국의 고정금리 담보대출은 한국처럼 고작 5년만 해주고 변동으로 다시 풀리는 게 아니라, 일단 고정되면 정말로 평생 고정되지 않는가. 금리의 최저점을 잡은 유주택자는 이를 갚고 신규 대출을 실행할 유인이 없다. 그 결과 매물은 실종되고, 호가는 버티고, 젊은 세대는 시장에서 밀려났다. 높은 양도세가 정작 지켜준 것은 기존 보유자의 자산 가치였던 셈이다. 불로소득에 대한 채찍이 오히려 주택 가격을 방어하는, 이것이 경제학이 말하는 록인(lock-in·잠금 효과)의 실체다. 그러니 지금 미국의 양도세 완화는 기득권에게 돈을 쥐여주는 게 아니라, 기득권이 땅속에 묻어 놓은 매물을 밖으로 꺼내도록 하는 작업에 가깝다.
신축은 삽을 떠서 입주까지 몇 년이 걸리지만, 노인 가구의 빈방 많은 대형 주택이 아이 키우는 가구로 넘어가는 재고의 재배분은 착공 없이 작동하는 유일한 단기 공급책이다. 미국이 한편으로 조립식 주택 규제까지 풀며 신축을 독려하고, 또 한편으로는 굳이 양도세 카드를 함께 꺼낸 것은 이 시차 때문이다. 물론 반문이 나올 법하다. 세금 장벽을 치운다고 순순히 팔겠는가. 여기서 미국과 우리의 결정적 차이가 드러난다.
미국은 집을 갖고 있는 것 자체가 비싸다. 주택 재산세 실효세율이 주에 따라 1~2%에 이르니, 소득이 끊긴 은퇴자에게 큰 집은 해마다 집값의 몇 퍼센트를 내야 하는 부담이다. 팔라는 압력은 보유세가 이미 만들어놨는데, 출구만 양도세가 막고 있었던 것이다. 반대 사례도 미국에 있다. 1978년 주민발의 13호로 보유세를 취득 시점의 ‘매입가’에 고정해 버린 캘리포니아주는 오래 보유할수록 세금이 헐값이 되고, 이사만 하면 세금이 뛰는 구조가 되면서 미국에서 매물 잠김이 가장 심하게 나타났다. 보유의 압력이 사라지면 양도세와 무관하게 시장은 얼어붙는다는 자연 실험인 셈이다.
보유는 비싸게, 거래는 싸게. 이는 특정 진영의 주장이 아니라 조세 이론의 표준 답안이다.
거래 단계의 세금은 자원 배분을 가장 크게 왜곡하고 보유 단계의 세금, 특히 토지에 얹히는 세금은 가장 중립적이라는 것이, 최근 OECD가 회원국에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높이라고 권고해 온 이유다.
보유는 비싸게, 거래는 싸게. 이는 특정 진영의 주장이 아니라 조세 이론의 표준 답안이다. 거래 단계의 세금은 자원 배분을 가장 크게 왜곡하고 보유 단계의 세금, 특히 토지에 얹히는 세금은 가장 중립적이라는 것이,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에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높이라고 권고한 이유다.
보유세는 미래 세 부담이 현재 가격에서 미리 깎이는 자본화를 통해 집값을 직접 누른다. 실효세율을 0.5%포인트만 올려도 할인율을 감안하면 이론상 가격을 6~9% 끌어내릴 수 있다. 양도세 완화는 그렇게 눌린 매물이 실제로 시장에 나올 통로를 연다. 이 조합에서만 가격 하락이 거래를 동반하며 완만하게 진행된다. 매물 잠김으로 호가만 버티다 외부 충격에 한꺼번에 무너지는 경착륙이 아니라, 시장이 숨을 쉬면서 내려앉는 연착륙 말이다.
한국은 정확히 거꾸로 해왔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 세계 최고 수준의 취득세 중과까지 거래의 양쪽 관문에 통행세를 쌓으면서, 정작 보유세는 공시 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기와 종합부동산세 완화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후퇴시켰다. 팔 이유는 없애주고 팔 길은 막아놓은 것이다. 그러고는 ‘매물이없다, 집값이 안 잡힌다’고 한탄해 왔다. 세금을 정의의 몽둥이로 쓰려다 시장의 혈관을 묶어버린 형국이다.
물론 세간에서 얘기하듯, 양도세 완화가 홀로 시행되면 그때는 정말 기득권 감세가 맞다. 보유세라는 압력 없이 출구만 열어주는 것은 팔 이유 없는 이들의 세금만 깎아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것은 반드시 패키지여야 한다. 보유세 정상화와 양도세 완화의 동시 교환, 어느 한쪽만 빠져도 안 된다. 설계의 디테일도 보완돼야 한다.
첫째, 소득 없는 고령 보유자에게는 매각이나 상속 시점까지 보유세 납부를 미뤄주는 과세이연 같은 완충장치가 필요하다. 미국 여러 주가 이미 운용하는 제도이고, 이것이 있어야 보유세 강화가 고령층의 민심 이반이란 역풍을 피한다. 둘째, 몇 년짜리 한시 감면에 그치면 팔 사람의 매도 시점만 앞당길 뿐 행태를 바꿀 수 없으니 단순하면서도 항구적인 과세 기준이 필요하다.
미국보다 훨씬 심각하고 고질적인 부동산 시장의 왜곡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은 정권마다 이를 해결하려고 다양한 수단을 다 써왔다. 물론 필자가 주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의인지 무지인지 모를 방식으로 오히려 폭등을 조장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사실 이 처방이 더 절실한 곳은 미국보다 태평양 건너 이쪽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