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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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사업가가 멘토링을 받고 싶다며 연락해 왔다. 그는 유명 광고·마케팅 회사에서 부장으로 일하다가 창업했다. 직장에 있을 때는 일을 매우 잘했고, 인사이트도 뛰어났다. 그러나 창업 후 몇 년째 사업에서는 고전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선한 뜻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었다. 돈이 되지 않더라도 사회적으로 의미 있다고 본 프로젝트를 몇 년째 붙들고 있었다. 다른 하나는 일을 잘하는 법은 익혔지만, 사업을 하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이전 회사에서 그의 고객은 대기업이었다. 프로젝트 규모가 컸고, 고객이 요구하는 품질 수준도 높았다. 그러나 창업 후 만나는 고객은 달랐다. 규모가 작은 회사가 많았고 예산도 제한적이었다. 문제는 고객은 달라졌는데 일하는 방식은 그대로였다는 점이다. 그는 작은 프로젝트에도 과거 대기업 수준의 품질을 제공하려 했다. 직원들과 밤낮없이 일했지만, 일할수록 손실이 쌓였다.

신수정 - 임팩트리더스 아카데미 대표, 서울대 기계설계학 학·석·박사, 전 SK쉴더스 대표이사, 전 KT 전략 신사업 부문장, '최소한의 경영학' '축적과 발산' 저자
신수정 - 임팩트리더스 아카데미 대표, 서울대 기계설계학 학·석·박사, 전 SK쉴더스 대표이사, 전 KT 전략 신사업 부문장, '최소한의 경영학' '축적과 발산' 저자

나는 이렇게 말했다. “고객에게 제공하는가치는 대표의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고객의 필요와 기대 수준을 기준으로 설계해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수준이 80이라면 90을 제공하면 충분하다. 그런데 매번 100을 제공하면 회사는 지속할 수 없다. 사실 고객 또한 너무 높은 품질을 제공한다고 해서 꼭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그 차이를 못 알아보거나 높은 수준을 실행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는 잠시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도 되나? 나는 내 기준을 높게 유지하는 것이 고객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답했다. “그 기준은 과거 대기업 프로젝트에서는 유효했을 거다. 그러나 지금은 고객도 다르고 사업 구조도 다르다. ‘고객으로부터 생각한다.’ 그것이 마케팅의 기본 아닌가?”

그는 한참 생각하더니 말했다. “내가 마케팅 전문가인데 정작 내 사업은 고객 관점으로 보지 못했다. 나는 문제를 푸는 것 자체를 좋아했고, 고객의 문제가 보이면 다 알려주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영업은 해본 적도 없고, 다른 사람이 수주한 프로젝트를 잘 수행하는 역할만 했다. 내가 대표가 되었는데도 아직 대기업 부장처럼 일하고 있었다.”

이 말이 핵심이었다. 일을 잘하는 것과 사업을 잘하는 것은 다르다. 직장에서는 주어진 문제를 높은 품질로 해결하면 인정받는다. 그러나 사업가는 누구의 어떤 문제를, 어느 수준까지, 어떤 가격과 방식으로 해결할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고객을 선택하고, 상품을 설계하고, 가격을 정하고, 반복 가능한 방식으로 제공하며, 이익을 남겨야 한다.

나는 그에게 한 가지를 더 말했다. “좋은 뜻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하는 것은 훌륭하다. 그러나 회사가 이익을 내지 못하면 그 뜻도 지속되기 어렵다. 충분한 자산이 있거나 누군가가 계속 후원해 준다면 모르겠지만, 자본도 넉넉하지 않고 후원자도 없는 상태에서 적자를 감수하면 결국 회사가 무너진다. 회사가 사라지면 좋은 뜻도 펼칠 수 없다.”

인간 중심 경영과 사회적 가치를 강조했던 이나모리 가즈오도 “이익이 없으면 사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익은 선한 뜻의반대가 아니다. 선한 뜻을 지속하기 위한 조건이다.

스타트업을 창업한 경영자 중에도 세상을 바꾸겠다는 뜻과 투자 유치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면서, 정작 고객에게서 매출을 만들고 이익을 내는 일에는 소홀한 경우가 있다. 이들은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을 홍보한다. 그러나 투자 유치 금액은 사업 성과가 아니다. 사업의 가능성을 보고 빌려 받은 기회에 가깝다. 그 기회를 실제 사업으로 증명하는 것은 결국 회사의 이익이다.

사업은 뜻이나 투자만으로 버티는 일이 아니다. 뜻이 지속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경영자가 해야 할 일은 고객에게 필요한 가치를 적절한 가격과 방식으로 제공하고 회사가 살아남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좋은 뜻을 세상에 오래 펼치고 싶다면, 먼저 그 뜻을 지탱할 이익 구조와 재정적 기반부터 만들어야 한다. 

신수정 임팩트리더스 아카데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