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이 금강산 못지않게 아름답다고 시서화로 예찬했던 곳. 맑은 소와 담을 간직한 계곡과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 녹음 울창한 트레킹 코스를 품고 있는 산 설악산. 수학여행 시절 찾았던 울산바위 말고도 명승이 가득한 그곳으로 떠나본다.
설악산은 동해를 타고 뻗은 백두대간 줄기 중에서도 가장 높은 산이다. 해발 1707m의 대청봉을 비롯해 봉우리가 빼어난 산세를 자랑한다. 설악산은 크게 내설악과 외설악, 남설악으로 나뉘는데, 백두대간을 경계로 서쪽 인제군에 속하는 지역은 내설악이고, 동쪽은 대청봉에서 화채봉으로 뻗은 화채능선을 경계로 북쪽이 외설악, 남쪽이 남설악이다.
설악산의 묘미는 구역마다 다른 매력과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내설악은 여성적 그윽함이 느껴지는 백담계곡, 수렴계곡, 백운계곡, 가야계곡을 품에 안고 있다. 천불동계곡을 중심으로 펼쳐진 외설악은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남성적인 근육질의 모습으로 찬탄을 불러일으킨다.
외설악은 대청봉에서 화채봉으로 뻗은 능선을 경계로 북쪽에 있다. 남설악은 오색 지구에 속하는데, 화채능선을 경계로 남쪽으로 대청봉의 웅장함과 오색약수, 주전골 등의 아기자기한 맛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아기자기한 계곡미, 수렴동과 구곡담계곡
설악산의 최고봉인 대청봉과 마등령을 잇는 능선을 중심으로 서부 지역이 내설악이다. 설악의 계곡미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으로 계곡의 갈래가 다양해 등산 코스도 그만큼 많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계곡이 백담계곡이다. 깨끗한 암반과 맑은 물, 주위의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백담계곡은 우리나라 계곡미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담계곡에서 조금 더 위로 올라가면 수렴동계곡이다. 수렴동계곡은 백담계곡 상류로 이어지는 계곡으로 백담산장 위에서부터 수렴동 대피소까지의 6㎞ 구간을 일컫는다. 이름 그대로 ‘물로 발을 친 듯한’ 수렴동(水簾洞)은 크고 작은 폭포와 소가 절경을 이룬다.
영시암 바로 위 수렴동 산장부터는 물길이 좁고 가파른 구곡담계곡이 이어진다. 여기까지가 산보였다면 수렴동 산장 위로는 산행이다. 땀도 흐르고 숨도 가빠진다. 수렴동계곡과 그 본류 격인 구곡담계곡의 차이는 곳곳에 크고 작은 폭포가 숨어 있다는 것. 폭포 물소리를 듣다 보면 세상 시끄러운 소리가 다 묻히는 것만 같다.
선녀가 노닐었다는 그곳, 십이선녀탕계곡
내설악의 정수를 보여주는 곳이라면 십이선녀탕이다. 내설악의 대승령에서 북서쪽으로 흘러내린 긴 코스로, 대승령(1260m)과 안산(1430m)에서 발원해 인제군 북면 남교리까지 이어진다. 길이는 약 8㎞. 십이선녀탕 계곡이란 이름은 밤이면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하고 올라갔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출발점은 인제군 북면 남교리 등 여러 곳이 있지만 등산객이 주로 오르는 코스는 북면 용대1리다. 십이선녀교를 지나면 등산객을 위한 주차장이 준비돼 있다. 계곡은 첫 번째 탕인 독탕을 시작으로 북탕과 무지개탕이 차례로 나타난다. 갈수록 물이 맑고 골이깊다. 폭은 그다지 넓지 않지만, 크고 작은 소와 폭포가 이어지고 잣나무와 박달나무, 소나무 등 거목이 우거져 절경을 이룬다.
십이선녀탕의 하이라이트는 일곱 번째인 복숭아탕이다. 예로부터 12개로 전해지지만 실제로는 여덟 개다. 그중 일곱 번째 복숭아탕이 백미다. 폭포수에 암벽이 파여 복숭아 모양을 하고 있다. 하트 모양으로도 보여 젊은 등산객에게 인기다.
외설악의 진수, 비선대와 천불동계곡
설악동 신흥사의 일주문을 지나 왼쪽으로 계속 올라가면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7㎞에 이르는 계곡이 있는데, 이 계곡의 중간에 해당하는 비선대에서 오련폭포까지의 약 3㎞의 계곡이 천불동계곡이다. 천불동이라는 이름은 계곡에 들어선 기암괴석이 1000개의 불상이 들어찬 것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길은 설악동 소공원에서 시작한다. 소공원 매표소를 들어서면 신흥사 일주문. 울산바위 쪽에서 뻗어 내린 내원골 합류부 다리를 건너면서 본격적인 트레킹에 나선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숲길의 공기가 여름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선하다. 이곳에서 천불동계곡의 관문인 비선대까지 2.5㎞. 평탄한 길에 발걸음이 가볍다. 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지만 힘들지 않다. 곳곳에 놓인 철계단이 발걸음을 돕는다. 천불동계곡의 지류 중 가장 큰 설악골을 지나면 문수보살이 목욕을 했다는 문수담. 물색이 옥을 곱게 갈아 풀어 놓은 것처럼 맑고 투명하다. 또다시 가파른 길을 따라 오르면 귀면암에 닿는다. 송곳 모양으로 솟은 거대한 암벽이 귀신 얼굴을 닮았다고 한다. 그리고 오련폭포. 기암과 침봉이 둘러쳐져 꽉 막힌 듯한 계곡 사이로 5개의 폭포가 연이어 떨어진다. 예전에는 오련폭 일대를 천불동의 수문장이라고 여겨 앞문닫이라고 했다고 한다. 여기까지만 와도 천불동계곡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본 것. 설악계곡 즐기기에 충분한 거리다.
설악산 대승폭포는 금강산의 구룡폭포, 개성의 박연폭포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폭포’의 하나로 꼽히는 곳. 장수대 주차장에서 대승령 방향으로 900m 정도 오르다 보면 만날 수 있다. 가파른 나무 계단 길을 40여 분 올라 전망대에 서면, 건너편 절벽에 걸린 대형 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88m에 달하는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여러 갈래의 물기둥을 만들어 낸다. 대승폭포는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재위 927~935)의 피서지였던 곳으로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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