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1년까지의 지식만 학습한 AI가 아인슈타인이 1915년 완성한 일반상대성이론을 생각해 낼 수 있는지를 보겠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2월 17일(현지시각) 인도 벵갈루루에 있는 인도과학원(IISc)에서 가진 대담에서 어떤 능력을 보면 인류 수준의 인공 일반 지능(AGI)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겠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이번 커버스토리 ‘AI, 연구 보조원에서 동료 과학자로’는 과학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기술 변곡점 시대에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분석하고, 실험까지 수행하는 AI 에이전트의 도래가 미치는 영향과 전망을 담습니다.
‘네이처’에 따르면, AI 활용 과학 연구 출판물은 2024년 67만2230건으로, 2015년 대비 238% 증가했습니다. 프랑스 툴루즈경제대의 세자르 히달고 교수가 지난 2월 AI가 주저자인 논문만 싣는 저널 ‘JAIGP’를 창간한 것은, AI 활용 논문의 급증을 기존 학계의 저널 시스템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에 따른 것입니다. ‘JAIGP’는 논문 초기 심사에 AI를 활용합니다.
AI가 이끄는 과학 연구의 패러다임 변화는 양면성이 있습니다. 가성비 높은 AI 모델은 고가의 슈퍼컴퓨터나 방대한 인력이 없는 소규모 연구소나 국가도 높은 수준의 과학 연구를 할 수 있게 합니다. AI가 여러 분야 지식을 연결해 주는 덕에 융합 연구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연구 다양성 부족과 검증 병목 등의 문제도 불거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바뀌지 않는 건 호기심과 열정의 소중함입니다. 악샤이 라오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것은 AI 이전에도 항상 과학의 핵심이었다”며 질문 능력을 강조합니다. 패디 로저스 그리니치 왕립박물관 CEO가 “AI의 즉각적인 답변에만 의존하면 혁신의 토대가 되는 질문과 평가의 습관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 것은 우연한 발견을 의미하는 시렌디피티(ser-endipity)의 중요함을 부각시킵니다. 그는 과거 천문학자들이 당장 쓸모가 분명하지 않은 관측 자료까지 축적했고, 150년 뒤 새 이론과 항해 관련 연구를 검증하는 데 이들 자료가 활용됐다고 설명했습니다. AI 과학자 시대, 버릴 것과 남길 것을 가리는 지혜가필요한 때입니다.
유산균 수 넘어, 치료제로 진화하는 마이크로바이옴
단순히 유산균 마리 수를 늘리던 건강기능식품 단계를 넘어, 장벽 환경 조성과 치료제 개발로 마이크로바이옴의 패러다임이 전환하고 있다. 장내 미생물이 전신 건강을 좌우하는 마스터키로 떠오른 만큼, 관장형·경구형 치료제를 넘어 대사 질환과 항암 신약 영역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적 연구개발(R&D) 투자가 시급하다.
-서정민 바이오벤처 전략기획팀장
마이크로바이옴 시장 선점의 열쇠는 AI와 빅데이터
사람마다 지문이 다른 것처럼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고려할 때 미래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의 승패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정밀 분석력에 달렸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한국이 우수한 발효 미생물 자원과 높은 소비자 수용성을 발판 삼아 맞춤형 헬스케어 시장을 선점하려면 산학연이 연계된 국가 주도 빅데이터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
-이현석 생물학과 대학원생
우울증 치료까지 확장된 ‘장·뇌 축’의 무한한 가능성
특정 장내 미생물이 뇌 신경세포 회복에 관여해 우울 유사 행동을 완화한다는 연구 결과는 마이크로바이옴의 무한한 확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소화기 질환에 국한되었던 연구가 정신 건강과 롱제비티(건강한 장수)로 범위를 넓히고 있는 만큼 차세대 정밀 의학 기술 선점을 위한 다학제 융합 연구 생태계 조성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정유진 제약사 임상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