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이후의 호르몬 변화와 근골격계 노화는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남성도 대개 40대 이후부터 뼈와 근육이 서서히 약해지면서 예전보다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계단을 오를 때 다리가 무거워지거나 허리와 무릎 통증을 자주 느낄 수 있다.
여성의 변화는 조금 다르다. 남성은 이런 변화가 비교적 완만하게 진행되는 반면, 여성은 폐경이라는 분명한 시점을 전후해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골밀도와 근력이 빠르게 떨어진다.
언제부터인가 ‘온몸이 쑤신다’는 말을 자주 하기 시작하는 여성이 있다. 밤에는 얼굴이 화끈거려 잠을 설치고, 아침에는 손가락과 무릎이 굳은 것처럼 뻣뻣하다. 예전에는 거뜬하던 장보기나 집안일을 마치고 나면 허리와 어깨가 욱신거리고, 계단 몇 칸을 오르는 일이 부쩍 힘에 부친다.
남편에게는 그저 ‘요즘 예민해진 아내’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아내 몸에선 뼈와 근육, 관절이 동시에 변하고 있을 수 있다. 수면 장애와 피로로 운동량까지 줄면 근육 감소가 빨라지고, 관절을 지탱하는 힘도 약해진다. 갱년기 변화가 단순히 얼굴이 달아오르는 증상에 그치지 않는 이유다.
폐경 후 특히 주의해야 할 질환은 골다공증이다. 뼈가 약해지는 동안 뚜렷한 증상이 없어 ‘소리 없는 뼈 도둑’이라 불린다. 가볍게 넘어졌는데 손목이나 고관절이 부러지고, 특별히 다치지 않았는데 척추가 주저앉는 압박골절로 발견되기도 한다.
이 시기에는 무릎관절염도 두드러진다.다만 골다공증이 무릎관절염을 직접 일으키거나, 관절염이 있다고 반드시 골다공증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두 질환은 서로 다른 질환이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움직임 감소’를 통해 서로 악화시킬 수 있다.
아픈 무릎은 걷지 못하게 하고, 걷지 못한 몸은 뼈와 근육을 더 약하게 한다. 무릎관절염은 처음부터 걷기 어려울 정도의 심한 통증으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오래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 무릎이 뻣뻣하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시큰거리고, 많이 걸은 뒤 무릎이 붓거나 물이 차는 증상으로 시작될 수 있다. 이전보다 무릎을 펴고 구부리기 어렵고 통증과 부기가 반복된다면 단순한 노화나 갱년기 증상으로 넘기지 말고, 진료받아 보는 것이 좋다. 골다공증과 근력 저하가 보내는 신호도 놓쳐서는 안 된다. 의자에서 일어날 때 손을 짚어야 하거나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계단을 오르는 일이 유난히 버거워졌다면 하체 근력이 약해졌다는 신호다. 키가 줄거나 등이 굽고, 특별한 이유 없이 허리 통증이 반복된다면 골다공증으로 인한 척추압박골절 가능성도 확인해야 한다.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권하고 싶은 것은 갱년기를 단순히 참고 지나가는 시기가 아니라 관절과 척추 건강을 점검하는 전환점으로 삼으라는 것이다. 건강검진으로 혈압과 혈당을 살피듯 무릎 통증, 골밀도, 하체 근력과 보행 상태를 함께 확인하면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초기 무릎관절염은 상태에 따라 약물· 운동·물리치료와 주사 치료 등 비교적 부담이 적은 비수술 방식의 치료로 통증을 줄이고 관절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통증을 참다가 움직임이 크게 둔화하기 전에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절염과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걷기만 하는 것도 부족하다. 걷기와 함께 의자에서 일어나기, 스쾃, 밴드 운동처럼 근육에 적절한 저항을 주는 운동과 균형 운동이 필요하다. 단백질과 칼슘, 비타민D도 부족하지 않게 섭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