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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수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서울대 외교학, 미국 컬럼비아대 국제관계학 석사, 고려대 법학 박사, 전 산업통상부 통상정책총괄과장
조수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서울대 외교학, 미국 컬럼비아대 국제관계학 석사, 고려대 법학 박사, 전 산업통상부 통상정책총괄과장

최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대만·일본이 현재 반도체 특수를 누리고 있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철강·자동차·석유화학 등 전체적인 제조업 분야는 중국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했는데, 무엇보다도 미국과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한 수출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하면서, 한국에 대해서는 콕 찍어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 일본·뉴질랜드·말레이시아·멕시코·베트남·브루나이·싱가포르·칠레·캐나다·페루·호주 등 11개국을 중심으로 2018년 출범한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이후 2024년 12월 영국이 가입하여 현재 12개국이 회원국이다. 원래 미국이 참여하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로 시작되었다가 도널드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미국이 불참하며 CPTPP로 재편됐다. 한국은 2022년 4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관계 부처 합동으로 CPTPP 가입 추진 계획을 의결한 바 있으나, 시장 개방에 대한 농축수산업 분야의 우려 등 이유로 아직 가입 신청을 하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로 인한 시장 다변화·공급망 안정 필요성, CPTPP의 확장성, 미가입 시 경제적 피해 등을 고려하면 이제는 더 이상 CPTPP 가입 신청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CPTPP, 시장 다변화·확장성·경제 실익 측면에서 중요

첫째, 시장 다변화와 공급망 안정화 측면에서 CPTPP 가입이 필요하다.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한 대로 한국 수출은 미국과 중국에 편중되어 있다. 2025년 한국 수출에서 중국 비중은 18.4%, 미국 비중은 17.3%다. 두 나라를 합치면 35.7%에 달한다. 중국의 공급과잉과 치열한 산업 경쟁, 트럼프 정부의 예측할 수 없는 관세정책 등으로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은 취약한 상태다. 따라서 수출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며 그러한 측면에서 CPTPP는 매력적이다. 한국이 CPTPP에 가입할 경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3% 및 국제 교역의 15%를 차지하는 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될 것이다. 또한 원자재 수입 비용 상승, 자원안보주의, 공급망 파편화 상황에서 자원 부국인 호주·칠레·캐나다와 중간재 생산국인 베트남 등이 포진한 CPTPP 공급망에 편입되는 것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CPTPP는 누적 원산지 기준을 사용하기 때문에 특혜관세 효과를 누리려면 CPTPP 공급망 내부에 생산 기지를 배치할 유인이 크다. 따라서 CPTPP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공급망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둘째, CPTPP가 계속 확대되고 있고 국제 무대에서 그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가입이 필요하다. 출범 당시 11개국에 더하여 영국이 2024년 가입했고, 올해 5월 코스타리카가 가입 협상을 끝냈다. 현재 우루과이가 가입 협상 중이고, 인도네시아·필리핀·UAE가 올해 가입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에 더해 EU 역시 CPTPP에 관심을 두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025년 6월 EU와 CPTPP 간 협력을 통한 새로운 세계무역 이니셔티브를 제안하였다. 이 제안에 따라 작년 11월 CPTPP와 EU 간 합동 무역·투자 대화체가 출범했다. EU가 CPTPP에 들어오면 전 세계 GDP 28% 및 국제 교역가 31%를 차지하게 된다.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정책, 중국의 공급과잉과 경제적 강압, 세계무역기구(WTO)의 약화 상황에서 규범에 기반한 자유무역 질서의 구심점으로 EU와 CPTPP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플랫폼이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한 채텀하우스 보고서도 미국과 중국을 넘어 EU와 CPTPP를 중심으로 ‘세 번째 극(third pole)’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이렇듯 국제경제 체제에서 힘을 키우고 있는 CPTPP 가입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셋째, 단기적 실익 측면에서도, 특히 멕시코를 고려할 때 CPTPP 가입이 필요하다. 멕시코는 올해부터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를 대상으로 자동차·철강·가전 등 1463개 품목에 대한 관세를 최대 50%까지 인상했는데, 한국은 현재 멕시코와 FTA를 체결하지 않아 불이익을 겪고 있다. 멕시코는 그 자체로도 큰 시장이지만 미국 및 중남미로 향하는 물량의 생산 기지로도 역할을 하는 만큼, CPTPP를 통해 멕시코의 고관세 부과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쟁국인 일본이 이미 CPTPP를 통해 무관세 혜택을 받는 만큼 신속한 가입 추진이 필요하다.

농축수산 업계 설득하고 CPTPP 가입 신청서 제출해야

CPTPP 가입 추진에 가장 우려가 큰 분야는 농축수산 업계다. 특히 CPTPP에 호주·뉴질랜드 등 농축산업 강국이 있고, 중국이 2021년 CPTPP에 가입 신청한 만큼 중국 가입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러나 호주· 뉴질랜드 등은 이미 한국과 FTA가 체결되어 있고, 장기 철폐 품목인 쇠고기의 경우에도 각각 2028년, 2029년에 무관세가 된다. 중국의 경우 미국·캐나다·멕시코 간 체결된 USMCA 제32.10조에서 캐나다와 멕시코가 중국과 FTA를 맺을 경우 미국이 USMCA를 종결할 수 있어, 중국의 CPTPP 가입을 캐나다와 멕시코가 찬성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오히려 CPTPP를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K-푸드 수출의 플랫폼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실제 2024년 기준 3위, 4위 K-푸드 수출 대상국이 CPTPP 회원국인 일본과 베트남이다. 최근 한국무역협회는 보고서를 통해 K-푸드 경쟁력 지속의 해법을 수출 시장 다변화로 선정하였는 바, 지리적으로 가깝고 한류 수용도가 높은 CPTPP 회원국을 대상으로 농축수산물 및 가공 농식품 수출 확대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인프라 보강 등 농축수산 업계의 체질 개선을 위해 CPTPP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CPTPP 가입의 최종 승인을 위해서는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그간 일본과 관계가 우려스러웠으나, 작년 경주를 시작으로 올해 일본 나라 및 한국 안동에서 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릴 만큼 한일 관계가 우호적이고, 일본도 CPTPP 확장을 원하는 만큼 협의를 통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CPTPP 가입 신청은 가입 전체 단계에서 첫 단추일 뿐이다. 영국은 2021년 CPTPP 가입 신청을 하였으나 협상을 거쳐 가입 절차가 완전히 끝난 것은 2024년이었다. 코스타리카도 2022년 가입 신청을 한 후 올해 5월에서야 가입 협상을 끝냈다. 코스타리카는 관련 법적 문서에 서명하고 비준 절차에 들어가 2027년에 가입할 것으로 보인다. 가입 협상을 하고 있는 우루과이를 비롯, 인도네시아·필리핀·UAE 등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가입 신청을 한다고 해서 바로 가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협상 등 지난한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로 CPTPP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적어도 신속히 가입 신청을 해둬야 그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지금은 CPTPP에 가입 신청해야 할 시점이다. 

조수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