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각축장이 된 서울 성수 거리. /사진 성동구청
브랜드 각축장이 된 서울 성수 거리. /사진 성동구청
이선호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팀장 - 감정평가사, 전 대림산업·노무라이화자산운용 근무
이선호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팀장 - 감정평가사, 전 대림산업·노무라이화자산운용 근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성수·한남·도산 등의 서울 핵심 하이스트리트(가장 번화한 중심 상가 거리)에서는 글로벌 명품과 국내 대기업 브랜드가 앞다퉈 팝업스토어와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2030 젊은 세대를 핵심 소비층으로 하는 체험형 오프라인 마케팅 수단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상당수 플래그십 스토어와 팝업스토어는 매장 자체의 영업이익만으로는 이 지역의 높은 임대료를 충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기업이 시세 이상의 임대료를 기꺼이 지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들이 지급하는 초과 임대료는 ‘임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광고비’이기 때문이다. 좋은 입지에서 얻을 수 있는 브랜드 노출 효과와 소셜미디어(SNS) 확산 효과를 고려하면 높은 임대료는 오히려 효율적인 마케팅 비용이 된다는 얘기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시세보다 높은 임대료를 지급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것들은 임대료라는 계정 과목이 다른 비용(원가)을 흡수하는 그릇 역할을 하는 경우로 볼 수 있다.

초과 임대료는 무엇을 대신하는가

초과 임대료란 대상 부동산의 적정 시장 임대료(market rent)를 초과해 지급되는 임대료의 차액이다. 즉, 실제 ‘계약 임대료 또는 지급 임대료’와 ‘적정 시장 임대료’의 차이로, 계약서상 임대료는 순수 공간 사용료뿐만 아니라, 사업 활동의 비용(광고비·인건비 등 회계상 손익계산서 계정)이나 원가 항목(매출원가나 자산 등 회계상 재무 상태표 계정)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다.

비용 항목의 대표적인 임대료 치환 사례는 앞서 설명한 광고비다. TV CF나 지면을 통한 광고가 아닌, 브랜드 정체성을 잘 담은 공간 자체가 인플루언서의 사진에 담겨 SNS를 통해 널리 홍보된다. 임대료로 치환되는 또 다른 비용 항목은 인건비다. 공유 오피스의 리셉션·안내데스크·청소·시설 관리 등 임차인이 직접 채용해 인건비로 처리했을 인력을 임대인이 대행 제공하고, 그 대가를 계약 임대료에 포함한다. 즉, 판매 관리비 항목의 인건비가 임대료 계정으로 흡수되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원가 항목의 임대료 치환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 대표적으로 매도인이 매매 후 임차인이 되는 매후환대차(sales & lease back)를 들 수 있다. 매후환대차 거래는 일반적인 시장 거래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대신 임대료 역시 시세보다 높은데, 이는 사실상 매수인 입장에서는 미래의 초과 임대료 수입을 현재의 자본 비용(부동산 취득원가)으로 치환한 것과 다름없다. 또 다른 사례는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처럼 낮은 매출원가 경쟁력을 이용해 경쟁 업체 대비 시세보다 비싼 임대료를 지급하는 것인데, 이는 절감된 매출원가를 임대료로 대체하는 경우다.

초과 임대료로 형성되는 프리미엄 가치

초과 임대료로 형성되는 웃돈, 즉 부동산 투자자 관점에서 적정 매매 가치보다 더 지급할 수 있는 프리미엄을 어떻게 산정할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 ‘계약 임대료’와 ‘시장 임대료’의 차액을 임대 기간에 적정 할인율로 현가화해 합산하면 된다.

이때 할인율은 대상 부동산이 속한 상권의 위험도와 임차인의 신용도, 시장의 유동성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결정된다. 잔여 임대 기간이 길고 중도 해지 가능성이 작을수록 그리고 임차 브랜드 신용도가 높을수록 초과 임대료의 현재 가치는 커지고, 프리미엄도 두터워진다. 반대로 임차인 교체 주기가 짧거나 브랜드 충성도가 낮은 업종이라면, 같은 초과 임대료라도 현재 가치로 환산되는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프리미엄의 크기는 초과 임대료 절대 금액보다 그 금액이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지에 더 크게 좌우되는 셈이다. 

그러나 시장 임대료를 정확히 파악하고, 초과 임대료의 지속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을 때는 프리미엄이라는 초과 가치를 합리적으로 산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우선으로 초과 임대료를 논하기에 앞서 반드시 선행돼야 할 작업은 시장 임대료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다. 시장 임대료란 정상적인 시장에서 충분한 정보와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바탕으로 형성될 것으로 기대되는 적정 수준의 임대료를 의미한다. 따라서 특수한 거래 조건이나 일시적인 시장 요인을 배제하고, 대상 부동산과 입지 및 특성이 유사한 부동산의 실제 거래된 임대 사례를 분석해야 한다. 

적정 시장 임대료를 파악해 초과 임대료를 산출했다고 하더라도, 그 금액과 더불어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임차인 브랜드의 흥망성쇠에 따라 초과 임대료는 임대 기간이 끝난 후 더 이상 실현되지 않을 수 있다. 심지어 임대 기간에도 중도 해지 또는 임대료 체납이 발생한다면, 시장 임대료도 건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해당 부동산 입지와 상권 등의 유형적 요소뿐만 아니라, 임차인의 신용, 해당 업종의 트렌드와 전망 등 무형적 요소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프리미엄 평가를 위한 적정 수익 기간과 할인율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투자자가 봐야 할 것은

입지와 개별 건물의 물리적 특성에 의해 결정되는 전통적인 공간 임대료는 여전히 부동산 투자의 핵심 요소다. 하지만 부동산의 금융 상품화, 온·오프라인 시장의 융합, 인공지능(AI) 시대의 산업구조 변화 등으로 이제 전통적인 임대료 체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다양한 거래 구조가 앞으로 많이 생겨날 것이다. 이러한 거래 구조에서 매도인, 매수인, 임대인, 임차인 사이에 어떤 비용과 원가가 서로 이전되거나 대체되고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봐야 초과 임대료의 발생 원인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원인이 사라지면 그에 기반한 프리미엄 가치 역시 함께 소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매후환대차 거래의 경우 매도인 겸 임차인의 비용(초과 임대료)은 매수인의 원가(시세를 초과한 취득가 부분)가 되는데, 초과 임대료 액수가 크고 임대차 기간이 길수록 매수인의 취득원가는 이와 연동해 높아진다. 그러나 임대차 기간 종료 후 대상 부동산을 재매각할 경우에는 초과 임대료 발생 원인이 이미 소멸한 상태이기 때문에 시장 여건이나 다른 가치 형성 요인에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종전과 같은 거래 가격을 기대하기 어렵다.

투자가치를 ‘시장가치+프리미엄’으로 본다면, 부동산 투자자는 투자 기간에 초과 임대료로 지급한 프리미엄 이상을 회수할 수 있어야 한다. 웃돈을 지불할 용기는 웃돈을 내야 할 명확한 이유를 알고, 초과 임대료의 변동성과 지속 가능성을 냉철하게 판단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선호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