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통제하는 AI의 활용. /사진 챗GPT
인간이 통제하는 AI의 활용. /사진 챗GPT
신동우 나노 회장 - 영국 케임브리지대 이학박사, 현 한양대 총동문회장
신동우 나노 회장 - 영국 케임브리지대 이학박사, 현 한양대 총동문회장

1776년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고, 1787년 헌법제정회의를 통해 새로운 국가의 통치 체제를 설계했다. 독립전쟁 당시 대륙군 총사령관이었던 조지 워싱턴이 회의를 주재했고, 벤저민 프랭클린도 펜실베이니아주 대표로 참여했다. 당시 헌법 제정자들은 대통령제를 도입했지만, 임기와 권한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종신 임기를 주장하는 견해도 있었으나, 권력의 영속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초대 대통령이 된 워싱턴은 두 차례 임기만 마친 뒤 스스로 퇴임했고, 이후 대통령이 세 번째 임기에 도전하지 않는 ‘3선 제한’ 관례를 남겼다. 이러한 건국 지도자의 절제와 공공의 선을 위한 리더십은 지난 250년간 미국 민주주의의 중요한 토대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는 ‘실용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연방정부 부채를 줄이는 동시에 산업 생산성을 높여 경제성장을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제조업 부활을 위한 관세 인상과 제조업 유치, 국제기구 분담금과 유럽 방위를 위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내 미군 유지 비용 축소, 연방 조직 효율화, 미국산 원유 수출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투자는 이러한 실용 정책의 핵심이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금융업 등 전 산업에 AI를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고, 미국 전역에서 데이터센터 건설과 AI 인프라 투자 확대 방침을 강조했다. 기업 투자 확대를 위한 감세 정책과 금융시장 활성화 정책도 함께 추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러한 트럼프 정부의 정책은 의회와 사법부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헌법 정신과 법률에 충돌하는 행정명령은 제동이 걸린다. 정책의 실효성 역시 시장과 국민의 평가를 받는다. 중국을 겨냥한 관세정책은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불법 이민자 추방은 일부 산업의 인력난을 심화하고 있다. 국제기구와 동맹국을 향한 비용 분담 압박 역시 장기적으로 미국의 신뢰와 국제적 영향력을 약화할 수 있다. 그럼에도 AI를 적극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미국의 전략은 향후 경제성장의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 다만 AI 정책은 민주주의의 견제가 충분히 작동하기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정책의 관심이 ‘AI를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가’에 집중될수록 ‘AI를 누구를 위해, 어떤 원칙에 따라 활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인간의 욕망을 위해 자본과 기술을 무한히 투입한다면, 언젠가는 인간이 AI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인간을 통제하는 상황을 맞을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대통령이 세속 권력을 상징한다면 교황은 도덕적 권위를 상징한다. 교황 레오 14세는 2026년 5월 발표한 회칙 ‘고귀한 인류(Magnifica Humanitas)’에서 AI의 오용과 선용을 각각 바벨탑과 예루살렘 성벽 재건에 비유했다. 인간의 욕망이 기술을 지배하면 바벨탑의 실패를 반복할 수 있지만, 공동체와 공동선을 위한 기술은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회칙은 AI가 새로운 우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인간의 존엄과 공동선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학을 전공한 레오 14세는 AI와 첨단기술에 대한 이해를 갖춘 미국 출신 교황이다. 미국 정치권과 사법부에도 가톨릭 신자가 적지 않은 만큼 그의 메시지는 기술 발전의 방향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요구할 수 있다. 미국 건국의 지도자들이 공동선을 위한 리더십을 보여주었듯, AI 시대에도 필요한 것은 기술 경쟁력만이 아니다. 인간의 존엄과 공동선을 기준으로 기술을 통제하고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신동우 나노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