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특파원을 하던 2006년 4월 출장 간 신장위구르자치구의 투르판은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의 기억을 남겼습니다. 기온이 40도를 넘어가면 야외 노동이 금지되기 때문에 경제 피해를 우려해 39.9도까지만 기록하는 게 관행이어서 논란이라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지만, 요즘은 실제 기온을 보고한다고 합니다. 투르판에 있는 화염산(火焰山)은 손오공이 전설의 부채 파초선(芭蕉扇)을 구해와 불을 껐다고 알려진 관광지로 여기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산바오 마을은 현대 중국 관측 사상 최고기온을 기록한 곳입니다. 2023년 7월 16일 기록한 52.2도가 그것입니다.
이번 커버스토리 ‘히트노믹스 쇼크, 폭염의 경제학’은 전력 부담 가중, 노동력 감소, 물가 상승, 물류망 위축 등의 압력으로 작용하며 통화·재정 정책에 딜레마를 안기는 폭염의 경제 쇼크를 들여다봅니다.
일본에서 올여름부터 ‘혹서일(酷暑日·고쿠쇼비)’이라는 새 예보 용어를 쓰기 시작하고, 한국이 폭염특보의 최상위 단계인 ‘폭염중대경보’를 올해 새로 도입했으며, 지난 6월 유럽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만 한 주간 1만 명을 넘어선 것은 폭염의 경제 쇼크를 주목하게 합니다.
특히 인공지능(AI) 열풍에 데이터센터 붐이 일면서 전력 부하가 급증하는 가운데 폭염에 따른 냉방 수요 급증은 전력난을 구조적인 리스크로 부각합니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폭염 대비를 위해 2035년까지 추가로 필요한 전력이 400 (기가와트)에 달한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는 원전 300~400기를 동시에 완전 가동하는 수준입니다. 기온이 32도를 넘으면 노동생산성이 40% 저하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유럽에선 폭염으로 2100년까지 가계소득이 27% 증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무엇보다 같은 지역에서도 야외 노동에 더 노출된 빈곤층, 국가 간에도 전력 인프라가 부족한 빈곤국이 오랜 기간 스며드는 기후 고통을 더 느낄 것이라는 걱정이 큽니다. 폭염 대응에 이들에 대한 배려가 더 필요한 이유입니다. 폭염 대응을 위해선 에너지와 원자재 소비 자체를 줄이는 총수요 억제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도시 설계 등 기후 테크의 중요성이 부각됩니다. 화염산 닮아가는 지구촌의 열기를 식혀 줄 수많은 파초선이 쏟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질문하는 사람이 결국 최종 승자
커버스토리 ‘인공지능(AI), 연구 보조원에서 동료 과학자로’를 읽고 밤새 뒤척였다. 악샤이 라오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AI 시대 핵심 자산은 지식 축적이 아닌 좋은 질문을 구성하는 능력”이라는 말에서 위안을 얻었다. 도구가 바뀔 뿐 호기심에 가득 차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K-문샷 같은 국가 프로젝트에 내 자리도 있길 바란다.
-최지원 화학공학과 대학원생
AI 시대, 그래도 검증은 결국 사람 몫
제약 회사에서 임상 시험 데이터를 분석하는 나에게 지난 호 커버스토리는 남 얘기 같지 않았다. AI가 문헌 탐색과 가설 수립까지 대신해준다니 반갑기도, 불안하기도 했다. 이제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실장의 “인간 과학자의 연구 결과도 무조건 믿고 수용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결국 검증하고 판단하는 사람의 역할은 남을 것으로 믿고 싶다.
-김형규 제약회사 임원
규제 내려놔야 기업이 뛴다
강성진 한국경제학회 회장의 진단에 크게 공감이 된다. “정부가 개입·규제 욕구를 내려놓을 때 체질 개선이 시작된다”는 말은 현장에서 매일 느끼는 답답함을 대변한다. 반도체 호황 속에 정작 비반도체 기업엔 규제와 불확실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노동 유연 안정성과 예측 가능한 부동산·세제 정책이 뒷받침돼야 투자가 빛을 볼 것이다.
-최준식 중소기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