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북 축산항이라는 어촌에서 태어나 자랐다. 당시 꽁치, 오징어, 명태 새끼인 노가리가 동해안의 대표 어종이었다. 최근에는 오징어가 사라지고 대신 참치가 나타나고 있다.
2022년부터 참치가 대량으로 어획되면서 언론에도 많이 소개됐다. 언론이 관심을 두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많이 잡히면 버려지는 참치가 생긴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꺼번에 많이 잡히면 값이 너무 싸진다는 것이다.
공해에서는 항해의 자유가 인정된다. 법학자 휘호 흐로티위스 이래 공해를 항해하는 선박은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항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누구든 공해에서 물고기를 마음껏 잡을 수 있어야 할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국제사회는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참치 같은 어종의 어획량을 국제적으로 관리한다.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가 우리나라에 배정한 참치(참다랑어) 쿼터는 2026년 1219t이다. 정부는 이를 어업별·지역별로 나누어 배정한다. 올해 경북에는 최종적으로 520t이 배정됐고, 그중 영덕에는 162t이 배정됐다. 동해안 정치망에 참치 떼가 들면 어민에게는 횡재지만, 배정된 쿼터를 넘어서면 더 이상 잡을 수 없다. 귀한 참치를 눈앞에 두고도 버려야 한다.
수산물은 시간과 싸움이다. 새벽 4시쯤 고기를 잡은 어선이 입항하면 곧바로 경매에 부쳐진다. 경매에서 낙찰된 생선은 서울로, 대구로 이동한다. 여름철에 하루 종일 물고기가 바깥에 있으면 상해 버린다. 이런 이유로 잡은 생선을 신속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참치는 영하 20도로 바로 급랭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햄버거 재료나 사료용으로 사용될 뿐이다. 최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잡는 즉시 피를 빼는 등 선처리를 하고 급랭해야 한다. 그리고 육지로 옮긴 다음에도 영하 40도에 보관해야 한다.
지금 동해안에서 나는 참치는 제대로 상품화되지 못하고 있다. 처음 대량으로 나기 시작한 생선이라 준비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망 어선에는 급랭 시설이 없다. 지금까지 선박에서 급랭이 필요한 물고기를 대량으로 처리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급랭 시설이 갖춰져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육지로 가지고 왔을 때 대량으로 냉동·저장할 시설이 준비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유휴 시설에 냉동 장치를 갖춰 대량으로 참치를 저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한꺼번에 1000마리가 잡혀도 냉동· 저장했다가 천천히 방출해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 평소 150㎏짜리 한 마리에 500만원 하던 것이 대량으로 나면 50만원으로 가격이 떨어지는 일도 있다. 냉동 공장만 제대로 가동된다면 몇백만원짜리 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을 텐데 아까운 현실이다.
기후변화로 사라지는 어종도 있지만 이렇게 새롭게 찾아오는 어종도 있다. 준비가 잘되면 어민에게 새로운 살길이 열린다. 동해안에 참치가 대량으로 나기 시작한 지도 벌써 네 번째 해를 보내고 있다.
30년 전 경북 동해안에는 오징어가 많이 나면 고기를 잡은 선주만이 아니라 주민도 오징어 건조로 큰돈을 벌었다. 오징어와 노가리가 대풍이던 때처럼 참치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회타운도 형성돼 더 많은 주민이 참치의 혜택을 보면 좋겠다.
올해 참치 어획은 끝났다. 우리에게는 다시 1년의 준비 기간이 있다. 준비를 잘해 내년에는 쿼터도 늘어나고 완전한 상품화도 이뤄지기를 바란다. 어민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도 함께 참치의 혜택을 누렸으면 한다. 그래서 동해안 곳곳에 참치 풍년가가 힘차게 울려 퍼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