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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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관련 자료를 찾거나 경험 많은 사람에게 조언을 구한다. 이제는 생성 AI(Generative AI)에 묻는 일도 자연스럽다. 문제를 설명하고 해결책을 요청하면 몇 초 만에 여러 아이디어가 나온다. 그런데 아이디어가 많아졌다고 해서 혁신적인 해결책까지 쉽게 얻을 수 있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인공지능(AI)의 답은 우리가 문제를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익숙한 관점으로 질문하면, AI가 내놓는 답도 그 범위를 벗어나기 어렵다. 같은 문제를 같은 기준으로 묻는다면, 아무리 많은 답을 얻어도 비슷한 범위 안에서 변주될 가능성이 크다. 틀린 답은 아니지만, 클릭 몇 번이면 누구나 얻을 수 있는 ‘거기서 거기인 아이디어’에 머물 수 있다.

누구나 ‘AI 딸깍’으로 손쉽게 답을 얻는 시대다. 이제 남다른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더 많은 답을 요구하기보다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다르게 봐야 할까.

백재영 - IGM인사이트 연구소 수석 연구원, 한양대 교육대학원 교육공학 석사
백재영 - IGM인사이트 연구소 수석 연구원, 한양대 교육대학원 교육공학 석사

통념을 뒤집어라

어느 산업에나 오랜 경험을 거치며 굳어진 통념이 있다. ‘좋은 상품은 이래야 한다’ ‘이 일은 이렇게 해야 한다’와 같은 생각이다. 통념은 판단을 빠르게 하고 시행착오를 줄여준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관점으로 문제를 보면 떠올리는 해결책도 비슷해지기 쉽다. 남들과 다른 답이 필요하다면 당연하게 여겨온 통념을 뒤집어봐야 한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베이스볼(MLB) 소속팀 애슬레틱스는 2000년대 초 주축 선수 여럿이 팀을 떠나면서 빈자리를 채워야 했다. 하지만 몸값이 높은 스타 선수를 데려올 만큼 예산이 넉넉하지 않았다. 당시 야구계에서는 타율과 타점 같은 기록, 빠른 발과 강한 어깨 같은 눈에 띄는 능력을 중요하게 평가했다. 이런 기준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선수는 대체로 몸값도 비쌌다. 애슬레틱스의 빌리 빈 단장은 ‘좋은 선수’를 판단하는 기존 기준을 다시 살펴봤다. 전통적인 조건을 두루 갖추지 못했더라도, 팀이 점수를 내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한다면 가치 있는 선수라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선수가 득점 기회를 많이 만들까. 야구에서 점수를 내려면 먼저 타자가 아웃되지 않고 베이스에 나가야 한다. 안타뿐 아니라 볼넷이나 몸에 맞는 공으로도 출루할 수 있다. 빈 단장은 당시 선수 시장에서 출루 능력이 실제 가치만큼 몸값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다른 능력은 두드러지지 않더라도 여러 방법으로 꾸준히 출루하는 선수를 찾았고, 이들은 출루 능력에 비해 몸값이 낮아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에 영입할 수 있었다. 애슬레틱스는 이처럼 선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을 바꿔 제한된 예산으로도 경쟁력 있는 선수단을 구성했고, 2002년 정규 시즌에서 103승을 거뒀다.

남다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면 통념을 뒤집어보자. ‘우리가 오랫동안 당연하다고 믿어온 것은 무엇인가.’ ‘그 기준은 지금도 유효한가.’ ‘그 기준 때문에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같은 AI에 물어도 누구는 뻔한 답을 얻고, 누구는 남다른 답을 얻는다. 차이는 문제를 보는 관점에서 나온다. 아이디어를 많이, 빠르게 내는 일은 AI에 맡길 수 있다. 하지만 그중 남다른 아이디어를 알아보는 눈은 결국 사람에게 있다.

분야 밖에서 찾은 실마리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같은 업계의 다른 회사부터 살펴본다. “경쟁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나”라고 묻는 식이다. 하지만 같은 업계를 아무리 살펴봐도 마땅한 답을 찾지 못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아직 아무도 풀지 못한 것은 아니다. 전혀 다른 분야에서 비슷한 문제를 이미 해결했을 수도 있다. 하는 일은 달라도 문제가 생기는 원인과 해결해야 할 조건이 비슷하다면, 다른 분야 기업이 사용한 방법에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런던의 그레이트 오먼드 스트리트 어린이병원은 수술을 마친 어린이 환자를 중환자실로 옮기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여러 의료진이 동시에 움직이다 보니 작업 순서가 어긋나거나 중요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이 문제의 실마리는 다른 병원이 아닌 자동차 경주 포뮬러원(F1)의 피트스톱(Pit Stop)에서 찾았다. 피트스톱은 F1 레이싱 머신이 경기 중 타이어 교체와 점검을 위해 정비 구역에 잠시 멈추는 과정이다. 머신이 이 구역에 들어오면 여러 명의 정비사가 일제히 달라붙어 누군가는 차를 들어 올리고, 누군가는 타이어를 교체하며, 또 다른 사람은 머신의 상태와 전체 작업을 확인한다. 각자 맡은 일은 단 몇 초 안에 정해진 순서대로 끝내야 한다. 한 사람의 동작이 늦거나 손발이 어긋나면 작업이 지연되고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머신을 정비하는 일과 환자를 중환자실로 옮기는 일이 전혀 달라 보이지만, 여러 사람이 제한된 시간에 정확히 협업해야 하고, 작은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닮았다. 병원은 F1 레이싱 피트스톱 팀의 역할 분담과 작업 순서, 소통 방식을 환자 인계 과정에 맞게 적용해 실수와 정보 누락을 줄였다.

새로운 해결책이 필요하다면 익숙한 업계 밖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우리와 하는 일은 다르지만, 비슷한 문제를 해결한 곳은 어디인가.’ ‘그들의 방식을 우리의 문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고객의 맥락에서 숨은 문제를 발견하라

남다른 해결책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문제에서 나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런 문제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전체 맥락을 살펴보자. 그 안에 고객이 감수해 온 불편과 비효율이 숨어 있다.

글로벌 건설 공구·장비 기업 힐티(Hilti)의 사례를 보자. 공구 회사가 경쟁력을 높이려 할 때 흔히 떠올리는 방법은 비슷하다. 더 강하고 오래가는 공구를 만들거나 가격을 낮추는 식이다. 하지만 힐티는 공구 자체보다 고객이 공구를 사용하는 현장의 맥락을살펴봤다. 그러자 다른 문제가 눈에 들어왔다. 건설 현장에는 수많은 공구와 장비가 있었지만, 어떤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누가 사용하고 있는지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웠다. 작업자는 필요한 장비를 찾느라 시간을 썼고, 급할 때는 이미 보유한 공구를 다시 구매하기도 했다. 

힐티는 질문을 바꿔 ‘어떻게 더 좋은 공구를 만들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고객이 현장의 장비를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 결과 나온 해법이 자산관리 시스템 ‘온트랙(ON!Track)’이다. 공구와 장비에 태그를 붙여 등록하면 보유 현황과 배치 장소, 사용자, 점검 일정을 한곳에서 관리할 수 있다. 힐티 제품뿐 아니라 다른 회사의 장비도 함께 등록할 수 있게 했다. 고객이 관리해야 하는 것은 힐티의 공구만이 아니라, 현장에 있는 모든 장비였기 때문이다.

경쟁사와 같은 질문을 붙들고 더 나은 답만 찾고 있는가. 그렇다면 고객이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전체 맥락을 살펴보자. 그동안 보지 못했던 문제를 발견할 때, 기존과 다른 아이디어도 나온다.

같은 AI에 물어도 누구는 뻔한 답을 얻고, 누구는 남다른 답을 얻는다. 차이는 문제를 보는 관점에서 나온다. 어떤 통념을 의심할지, 어디에서 실마리를 찾을지, 무엇을 문제로 볼지에 따라 AI의 답도 달라진다. 아이디어를 많이, 빠르게 내는 일은 AI에 맡길 수 있다. 하지만 그중 남다른 아이디어를 알아보는 눈은 결국 사람에게 있다. 

백재영 IGM인사이트 연구소 수석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