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읽기’, 그로 인한 극치감과 수치감에 대해 처음 알려준 영화는 ‘더 리더’였다. 극 중 ‘한나’로 분한 케이트 윈즐릿은 소년 마이클에게 늘 책을 읽어달라고 부탁한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같은 명작을 들으며 한나는 행복해한다. 시간이 흘러 법대생이 된 마이클과 전범 재판장에 피고인으로 선 한나. 한나는 법정에서 자기가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을 끝까지 감춘다. 문맹의 수치를 감춘 대가가 종신형일지언정. 훗날 마이클이 감옥으로 보내온 책 녹음테이프를 들으며 비로소 읽고 쓰게 된 한나. 윈즐릿의 환희에 찬 ‘읽는 얼굴’ 그리고 삐뚤빼뚤 써 내려간 “꼬마야, 이번 책 좋았어”라는 편지를 잊을 수 없다. 읽을 수만 있다면, 감옥도 우주를 향해 뚜껑이 열리듯.
릴스와 소셜미디어(SNS)로 소실된 읽기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 나도 얼마 전부터 침대 머리맡에서 ‘토지’ 전집을 펼쳐 들었다. 부탁하지 않아도 내용을 요약해 주는 인공지능(AI)의 과도한 친절도 질색이거니와 알만한 편집자들까지 AI가 써준 듯한 이메일과 기획안을 보내오는 것에 적잖이 놀랐기 때문이리라.
영화 ‘더 리더’에서 볼 수 있듯, 우리는 ‘읽는(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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