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와키 시호가 8월 2일 영국 잉글랜드
랭커셔주의 로열 리덤 앤드 세인트앤스에서 열린 LPGA 투어 AIG 위민스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구와키 시호가 8월 2일 영국 잉글랜드 랭커셔주의 로열 리덤 앤드 세인트앤스에서 열린 LPGA 투어 AIG 위민스 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 AP연합

2026년 AIG 여자오픈의 마지막 장면은 일본 여자 골프의 현재를 상징했다. 8월 2일(이하 현지시각) 잉글랜드의 유서 깊은 로열 리덤 앤드 세인트앤스 18번 홀. 구와키 시호(23)가 연장 두 번째 홀에서 파 퍼트를 넣었다. 독일의 에스터 헨젤라이트가 보기를 적으면서 승부가 끝났다. 구와키는 생애 첫 해외 우승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대회에서 달성했고, 우승 상금 150만달러(약 21억2600만원)를 받았다.

구와키는 티잉 구역에 서는 순간부터 눈길을 끄는 선수다. 진하게 강조한 눈매에는 인조 속눈썹이 붙어 있다. 카메라는 티오프를 준비하는 그의 손과 골프공을 자주 비춘다. 어린 시절부터 사용해 온 노란색 공, 티를 꽂기 불편해 보일 만큼 길고 화려한 네일아트, 서로 다른 색으로 꾸민 양손의 손톱. 원색의 골프웨어와 화려한 메이크업까지 모두 자신감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라고 한다.

민학수 - 스포츠전문 칼럼니스트, 민학수의 올댓골프 대표, '골프룰 도대체 왜이래' '골프를 찾아서' 저자
민학수 - 스포츠전문 칼럼니스트, 민학수의 올댓골프 대표, '골프룰 도대체 왜이래' '골프를 찾아서' 저자

하지만 외모만으로 구와키를 설명할 수는 없다. 키 164㎝인 그는 최근 몇 년간 12∼15㎏가량 몸무게를 줄였다. 무릎과 허리 부담을 줄이고 긴 시즌을 견디기 위해 식단과 생활 습관을 바꿨다. 튀김과 과자, 단 음료를 줄였고, 먹은 음식은 애플리케이션에 기록했다. 체중은 크게 줄었지만, 비거리는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쉽게 지치지 않고 몸의 움직임이 빨라졌다고 했다.

한국 팬에게 구와키의 이름이 익숙해진 것도 이번 대회다. 메이저 3개 대회 연속 우승에 도전하던 유해란과 3·4라운드를 함께 치르며 중계 화면에 자주 등장했다. 크지 않은 체격이지만 임팩트가 단단했고, 링크스의 바람에도 좀처럼 아이언 샷 방향이 흔들리지 않았다.

72개 홀 가운데 58개 홀에서 그린 적중

구와키는 LPGA투어 선수가 아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를 주무대로 뛰면서 이번 대회에는 비회원 자격으로 출전했다. 구와키는 이번 대회 72개 홀 가운데 58개 홀에서 그린을 적중했다.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그린 적중률을 기록했다. 몇 차례 행운의 퍼트로 우승한 것이 아니라, 정확한 볼 스트라이킹으로 링크스 코스를 이겨냈다.

구와키는 일본 국가대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슈퍼 유망주가 아니었다. 네 살 때 골프를 시작해 중학교 시절 주고쿠 지역 여자아마추어선수권, 고교 3학년 때 ‘더 원 주니어 골프 토너먼트’에서 우승했다. 구라시키 예술과학대를 거쳐 2021년 프로 테스트를 통과했지만, 정규 투어 첫해인 2022년 메르세데스 랭킹은 51위였다.

이후 성장은 계단식이었다. 2023년 세 차례 준우승으로 랭킹 10위까지 올랐고, 2024년에는 자생당 레이디스와 니토리 레이디스, JLPGA투어 챔피언십 리코컵을 제패해 시즌 3승을 거뒀다. 2025년에는 31개 대회 중 30개 대회에서 컷을 통과하고 15차례 톱 10에 들었다. 2026년에는 US 여자오픈 공동 14위에 오른 뒤 일본에서 미야자토 아이 산토리 레이디스를 제패해 AIG 여자오픈 출전권을 얻었고, 마침내 영국에서 메이저 챔피언이 됐다.

일본 언론은 이 연결 과정에 주목했다. US 여자오픈에서 얻은 자신감이 일본 투어 우승으로 이어졌고, 그 우승이 다시 AIG 여자오픈 출전권과 메이저 정상으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의 순위표도 일본 여자 골프의 두께를 보여줬다. 구와키가 우승했고 다케다 리오가 공동 6위, 가쓰 미나미와 사소 유카가 공동 12위, 사이고 마오가 공동 23위에 올랐다. 상당수는 현재 LPGA투어에서 뛰고 있지만, 모두 JLPGA의 치열한 경쟁을 거쳐 세계 무대로 올라온 젊은 선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에서는 유해란이 공동 6위, 김효주와 임진희가 공동 16위, 주수빈이 공동 20위, 김세영이 공동 29위에 올랐다. 대부분 LPGA투어에서 다양한 코스와 잔디, 바람을 경험한 선수다. 반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주무대로 뛰던 김민솔과 김민선은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한 대회만으로 두 투어의 절대적인 우열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분명하다. JLPGA에서 성장한 야마시타 미유, 다케다 리오, 이와이 아키에· 치사토 자매는 미국 진출 직후부터 우승 경쟁을 벌였다. 2025년 AIG 여자오픈에서는 야마시타가 우승했고, 2026년에는 일본에 남아 있던 구와키가 타이틀을 이어받았다. 세계 무대에서 곧바로 통할 선수를 반복해서 배출하는 능력에서 JLPGA는 이제 KLPGA보다 앞서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링크스 골프는 평소 실력만으로 이길 수 있는 무대가 아니다. 강한 바람과 단단한 지면, 깊은 포트 벙커, 예측하기 어려운 바운스를 받아들여야 한다. 낮은 탄도로 공을 보내는 기술뿐 아니라 실수를 견디는 인내심과 상황에 따라 목표를 바꾸는 판단력도 필요하다. 일본 선수는 해외에 나가기 전부터 국내 투어에서 이런 적응력을 반복해서 훈련한다.

구와키 시호의 티샷. /사진 AP연합
구와키 시호의 티샷. /사진 AP연합

'버티는 골프'와 '몰아치는 골프' 번갈아 경험

그 힘은 어디에서 생겼을까. JLPGA는 2013년부터 54홀 대회를 줄이고 72홀 대회를 늘려 선수가 나흘 동안 체력과 집중력을 유지하고, 흔들린 라운드를 회복하거나 선두를 지키는 법을 익히도록 했다. 다만 4라운드 대회 비중만 놓고 보면 KLPGA도 뒤지지 않는다. 차이는 대회 수보다 코스 세팅 목적성에 있다. JLPGA에는 투어 우승 경력이 있는 7명의 코스 세팅 담당자가 있어 계절과 잔디 상태, 날씨와 코스 구조에 맞춰 전장과 티잉 구역, 핀 위치를 조정한다.

모든 대회를 똑같이 어렵게 만드는 것도 아니다. 어떤 대회는 낮은 우승 스코어를 목표로 인내와 위기관리 능력을 시험하고, 다른 대회는 20언더파 이상을 요구해 버디를 계속 쌓는 능력을 키운다. 선수는 한 시즌에 ‘버티는 골프’와 ‘몰아치는 골프’를 번갈아 경험한다. 한국은 개별 주최사와 골프장의 요구가 앞서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은 성격이 다른 대회를 하나의 교육과정처럼 배열해 낯선 코스와 링크스 환경에 적응할 힘을 기른다.

경쟁 구조도 촘촘하다. 시즌 중 리랭킹을 해 현재 성적에 따라 출전권을 다시 나누고, 2부 스텝업 투어는 54홀 대회와 세계 랭킹 포인트를 갖춘 육성 무대로 키웠다. 해외 메이저 성적을 메르세데스 포인트에 반영해 세계 무대에 도전한 선수가 국내 시드 경쟁에서 손해 보지 않도록 했다. 방송권 통합으로 확보한 수익도 다시 투어와 선수에게 투자했다. JLPGA의 힘은 대회 형식과 코스 세팅, 출전권과 해외 도전을 하나의 성장 구조로 묶은 데 있다.

이런 제도가 쌓이면서 선수층도 두꺼워졌다. 구와키처럼 국가대표 간판이 아니었던 선수가 지역 아마추어 대회와 프로 테스트, 신인전과 정규 투어를 거쳐 메이저 챔피언이 됐다. 일본의 강점은 천재 몇 명을 골라집중적으로 키우는 데 있지 않다. 출발점이 다른 선수가 경쟁을 거치며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넓은 사다리를 만든 데 있다.

한국도 최근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KLPGA는 2026년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KLPGA 선수 15명의 출전을 보장하고, 2027년부터는 이를 3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LPGA투어 대회에 출전할 때 별도의 협회 공인을 받아야 했던 규정도 폐지했다. LPGA 메이저와 KLPGA 메이저가 겹칠 경우 국내 메이저 출전을 우선하도록 했던 규정 역시 없앴다.

그러나 출전 규제 완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국내에서 매주 치르는 대회가 세계 무대에서 필요한 기술과 체력, 적응력을 키우도록 설계돼야 한다.

구와키의 우승은 일본이 지난 10여 년 동안 일관되게 투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바꿔온 시간이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 보여줬다. 일본이 링크스에 강한 이유는 링크스 코스를 많이 경험해서가 아니다. 낯선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선수를 길러내도록 JLPGA투어 전체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민학수 스포츠전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