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자본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단연 ‘커촹반(科創板·중국판 나스닥) 기업공개(IPO)’다. 올해 출범 7주년을 맞은 커촹반은 단순한 IPO 시장을 넘어 중국 기술 자립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중국 정부가 인공지능(AI)과 미래 산업 기업의 상장 기준을 완화하고 지원 범위를 확대하면서 IPO가 다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7월 상장한 창신메모리(CXMT)와 8월 19일(현지시각) 상장한 유니트리(Unitree)가 대표적이다. 앞서 지난 6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고위급 금융정책 회의인 ‘2026 루자주이 포럼(陆陆家嘴家嘴论论坛坛)’ 이후 AI, 양자 컴퓨터, 바이오, 체화형 AI (embodied AI) 등 하드테크 기업의 상장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정책이 발표됐고, 불과 이틀 동안 28개 기업이 상장을 신청하는 등 IPO 시장은 빠르게 활기를 되찾고 있다.
김성은 - 하나증권 중국 분석 애널리스트, 중국 푸단대 경영학
김성은 - 하나증권 중국 분석 애널리스트, 중국 푸단대 경영학

유니트리 중국 휴머노이드 선두 기업

유니트리의 A주 상장은 2026년 하반기 중국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산업의 핵심 이벤트로, 산업 성장성을 재부각하는 동시에 관련 기업 간 밸류에이션 차별화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유니트리는 로봇 본체 제조 중심에서 AI 모델과 소프트웨어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으며, IPO를 통해 연구개발(R&D) 투자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휴머노이드 산업의 경쟁 중심이 기존 하드웨어 성능에서 AI 모델·소프트웨어와 사업화 역량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2026년 상반기 중국 체화형 AI 산업에 유입된 약 440억위안(약 9조2224억원)의 투자금 중 절반 이상이 AI 모델 기업에 집중되는 등 자본과 시장의 관심 역시 소프트웨어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휴머노이드 산업에서는 하드웨어 제조 역량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AI·소프트웨어 및 R&D 역량을 갖춘 기업과 그러지 못한 기업 간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유니트리의 상장은 이러한 산업구조 변화를 반영해 A주 휴머노이드 가치 사슬의 새로운 밸류에이션 기준을 형성하고, 핵심 부품 기업을 포함한 관련 기업의 재평가와 투자 논리 전환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판단된다.

랜드스페이스 스페이스X 맞설 민간 로켓 '특례 상장' 1호

우주·항공 분야에서는 랜드스페이스(LandSpace)가 가장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초로 액체산소·메탄 추진 로켓을 궤도에 올린 중국 민간 우주 기업으로, 현재 중국 최초의 상업 우주 기업 특례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위성 인터넷과 상업 우주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가운데 가장 앞선 기술력을 확보한 민간 기업으로 평가된다. 랜드스페이스의 핵심 경쟁력은 재사용 로켓이다. 현재 로켓 발사 비용의 대부분이 일회성 사용에서 발생하는데, 재사용 기술이 상용화되면 발사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회사는 주췌(朱雀·ZhuQue) 3호를 통해 이러한 사업 모델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 발사 빈도가 증가할수록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페이스X가 재사용 로켓을 통해 글로벌 우주산업의 판도를 바꿨던 것처럼, 랜드스페이스 역시 중국 상업 우주산업의 성장과 함께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을 가능성이 있다.

엔플레임 차세대 독립 AI 컴퓨팅 플랫폼으로 도약

AI 반도체 기업 엔플레임(Enflame)은 중국 그래픽처리장치(GPU) ‘사소룡(四小四小龙龙)’ 가운데 마지막 상장 예정 기업으로 꼽힌다. 화웨이나 엔비디아와 달리 AI 추론에 특화된 도메인 특화 아키텍처(DSA)를 채택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AI 칩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플랫폼까지 아우르는 독립적인 AI 컴퓨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현재 매출이 AI 추론 제품에 편중돼 있고, R&D 투자 비중이 매우 높아 수익성은 아직 제한적이다. 또한 고객사가 일부 기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이다. 향후 학습과 추론을 통합한 차세대 AI 칩과 자체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시장에 안착한다면 AI 인프라 국산화의 핵심 기업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엔플레임의 투자 포인트는 단순한 AI 칩 판매가 아니라 독립적인 AI 컴퓨팅 플랫폼 구축 여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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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T 중국 12인치 실리콘 웨이퍼 국산화의 핵심 기업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는 AST(上海上海超超硅硅半导半导体体·상하이차오구이반도체)가 눈에 띈다. AST는 중국의 12인치 실리콘 웨이퍼 국산화를 이끄는 핵심 기업으로, 중국이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반드시 육성해야 하는 전략 기업 가운데 하나다. 실리콘 웨이퍼는 반도체 제조의 출발점인 만큼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만 후발 주자로 시장에 진입하면서 낮은 가동률과 높은 원가 부담으로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향후 반도체 업황 회복과 함께 생산능력이 확대되고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이 높아질 경우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국의 반도체 국산화가 계속 추진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가장 직접적인 정책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 중 하나다.

스마트로직 중국 과학용 AI의 대표 주자

스마트로직(Smart Logic)은 과학용 AI (AI4S·AI for Science) 분야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과 신소재 연구, 산업 설계 등 과학 연구에 특화된 컴퓨팅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5G 소형 기지국용 시스템온칩(SoC) 개발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AI가 산업과 R&D 전반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AI4S는 중국 정부가 미래 전략산업으로 적극 육성하는 분야다. AI4S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성장 잠재력은 크다. 이를 반영하듯 IPO를 약 1년 앞두고 118개의 외부 투자자가 신규로 참여했으며, 마오타이 계열 사모펀드의 첫 반도체 투자와 CATL 캐피털, ‘중국 반도체 부호’로 불리는 위런룽 옴니비전 최고경영자(CEO) 등이 주요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는 스마트로직이 단순 AI 스타트업을 넘어 국가 자본과 반도체 산업, 첨단 제조업이 주목하는 전략적 기업으로 평가받는다는 의미다. 향후 글로벌 과학 컴퓨팅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대하고, 공격적인 R&D 투자를 실질적인 성장과 수익성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처럼 최근 커촹반 IPO의 공통점은 단순히 기업의 자금 조달이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 육성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이다. 메모리 반도체, AI 칩, 우주·항공, 로봇, 바이오 등 미래 산업 대부분이 커촹반을 중심으로 자본을 조달하고 있으며, 정부 역시 상장 제도 개선을 통해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향후 투자자가 주목할 부분은 개별 기업의 단기 공모 흥행 여부보다 IPO 이후 기술 경쟁력의 현실화 속도다. 특히 AI와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설비투자와 R&D가 장기간 이어지는 산업인 만큼, 생산능력 확대와 시장점유율 확보 여부가 장기 기업 가치를 좌우한다. 커촹반 IPO 열풍은 단순한 증시 이벤트가 아니라 한국 산업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중국 기술 자립 전략이 자본시장을 통해 본격적으로 실행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높은 관심이 필요하다.

김성은 하나증권 중국 분석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