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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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논쟁은 오랫동안 수요를 누를 것이냐 공급을 늘릴 것이냐라는 이분법에 갇혀 있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두 처방이 번갈아 시도됐지만 어느 쪽도 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했다. 규제를 강화하면 매물이 잠겨 값이 올랐고, 규제를 풀면 거래가 늘어 값이 올랐다. 이 반복이 ‘부동산 불패’ 신화를 키웠다.

수요 억제 정책은 가격 상승의 원인을 투기·과잉 수요에서 찾고, 공급 정책은 공급이 모자란 탓이라고 본다. 두 정책 모두 수요· 공급 논리 위에 서 있다. 

그런데 효과가 없었다. 부동산에는 다른 재화에 없는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토지 공급이 물리적으로 고정돼 있다. 수요가 집중된 지역의 개발 가능한 토지는 결국 소수가 나눠 갖고, 공급자는 자연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얻는다. 그런 공급자가 스스로 값을 떨어뜨릴 만큼 공급을 늘릴 이유는 없다.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높게 매겨 시세를 끌어올릴 뿐이다. ‘공급을 늘리면 가격이 내린다’ 는 명제는 공급자가 경쟁적일 때만 성립한다. 이것이 부동산 시장 실패다.

윤덕룡 - 경기도 일자리재단  대표이사
윤덕룡 - 경기도 일자리재단 대표이사

시장 실패는 수요를 누르거나 공급을 늘리는 것으로 교정되지 않는다. 성격이 다른 세 장치가 겹쳐 작동해야 한다. 독일은 그 설계를 100년에 걸쳐 만들었다.

첫째, 이윤 극대화 논리로 움직이지 않는 공급자다. 약 2000개의 주택조합이 약 200만 가구에 집을 제공하고, 지자체 주택 회사가 임대주택의 약 11%를 보유한다. 조합 입주자는 출자금을 내고 평생 거주권을 얻으며 임대료는 시세보다 20~30% 낮다. 조합주택은 개인이 사고팔 수 없어 시세 차익을 노릴 유인이 없다. 임대 시장의 5분의 1이 이렇게 형성되면 민간 가격은 그 준거를 크게 넘어서기 어렵다. 한국의 장기 공공 임대는 전체 주택 재고의 8%지만 소득이 오르면 떠나야 하는 곳, 경제학 용어로 ‘열등재’였다. 열등재는 아무리 늘려도 시장의 기준점이 되지 못한다.

둘째, 민간 가격의 상승 회로를 끊는 장치다. 한국의 주택 담보대출은 시세에 담보인정비율을 곱해 한도를 정한다. 가격이 오르면 한도가 늘고, 늘어난 대출이 다시 가격을 밀어 올린다. 비율을 조이거나 풀어도 이 증폭은 사라지지 않는다. 독일 담보부채권법은 투기적 요소를 배제한 신중한 평가를 담보 가치로 규정해, 시장가격이 급등해도 담보 가치는 따라 오르지 않는다. 임대료 인상은 지역 표준 임대료를 기준으로 제한되고, 자가 거주가 아닌 부동산을 10년 안에 팔면 차익이 종합소득세율로 과세된다. 오르는 값에 대출이 따라붙지 못하고, 임대 수입은 시세를 따라가지 못하며, 차익은 세금이 걷어간다.

셋째, 소유하지 않아도 좋은 집에 안정적으로 사는 장치다. 독일의 주택임대차는 기간을 정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집주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끝내지 못한다. 한 집에서 수십 년을 사는 일이 흔하다. 사지 않아도 주거가 흔들리지 않으면, 내 집 마련은 생존의 문제에서 선택의 문제로 내려온다. 억제하지 않아도 수요의 절박함이 낮아지는 것이다.

세 장치는 따로 두면 힘이 없다. 겹쳐야 부동산의 기대 수익이 깎인다. 비영리 공급자가 가격의 상단을 누르고, 대출과 과세가 차익을 줄이며, 안정적인 임차가 매수 압력을 낮춘다. 그러면 자연독점 아래에서도 부동산은 투기 자산으로서 매력을 잃는다. 그렇다고 시장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가격은 여전히 시장에서 결정되고, 다만 독과점적 급등이 제한될 뿐이다. 부동산은 수요와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 설계의 문제다. 

윤덕룡 경기도 일자리재단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