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논쟁은 오랫동안 수요를 누를 것이냐 공급을 늘릴 것이냐라는 이분법에 갇혀 있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두 처방이 번갈아 시도됐지만 어느 쪽도 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했다. 규제를 강화하면 매물이 잠겨 값이 올랐고, 규제를 풀면 거래가 늘어 값이 올랐다. 이 반복이 ‘부동산 불패’ 신화를 키웠다.
수요 억제 정책은 가격 상승의 원인을 투기·과잉 수요에서 찾고, 공급 정책은 공급이 모자란 탓이라고 본다. 두 정책 모두 수요· 공급 논리 위에 서 있다.
그런데 효과가 없었다. 부동산에는 다른 재화에 없는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토지 공급이 물리적으로 고정돼 있다. 수요가 집중된 지역의 개발 가능한 토지는 결국 소수가 나눠 갖고, 공급자는 자연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얻는다. 그런 공급자가 스스로 값을 떨어뜨릴 만큼 공급을 늘릴 이유는 없다. 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높게 매겨 시세를 끌어올릴 뿐이다. ‘공급을 늘리면 가격이 내린다’ 는 명제는 공급자가 경쟁적일 때만 성립한다. 이것이 부동산 시장 실패다.
시장 실패는 수요를 누르거나 공급을 늘리는 것으로 교정되지 않는다. 성격이 다른 세 장치가 겹쳐 작동해야 한다. 독일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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