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해 전 학생과 선생으로 인연을 맺은 20대 후반의 대학생 A는 지금은 괜찮은 회사의 직장인이 되었다. 경기도 외곽의 흙수저 집안에서 태어난 A는 서울에 집을 구할 여력이 없다. 대학 시절 받은 학자금 대출을 갚고 병든 부모 병원비를 대기도 바쁘다. 그는 서울로 출퇴근하며 하루의 상당 부분을 길에서 보낸다. 직장에서 집까지의 거리는 현재 A의 위치와 미래의 A가 바라는 삶 사이의 거리와 같다. 그의 삶은 오늘날 2030 세대의 주거 심리를 가장 섬세하게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받았던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삼남매의 그것을 빼닮았다. 청년에게 집은 왜 그렇게 중요한가. 한국 사회에서 성인으로의 독립을 상징하는 가장 현실적인 증거가 바로 ‘내 집’이다. 부모의 집을 나와 자기 이름으로 임대차계약서를 쓰는 순간, 청년은 단순히 주소를 옮기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나도 내 삶을 책임질 수 있다’ 라는 자기 효능감을 경험한다. 그래서 전셋집은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다. 성인이 되었다는 통과의례이며, 결혼과 가정을 준비할 수 있다는 사회적 승인이다. 월세도 독립의 방식이지만 심리적 느낌은 다르다. 월세는 매달 사라지는 돈으로 느껴지고, 전세보증금은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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