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중국에서 처음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를 개발한 뉴소프트는 이듬해 한국 메디슨의 기술을 받아 합작 법인을 설립합니다. 의료 기기 양산 기술과 글로벌 유통망을 전수받기 위해서였습니다. 메디슨이 자금난으로 부도난 2002년까지 유지된 합작 법인은 2년 뒤 필립스를 새 파트너로 바꿔 10년간 사업을 이어간 뒤 뉴소프트의 자회사(뉴소프트메디컬)가 됩니다. CT,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 등 프리미엄 영상진단장비를 상용화한 종합 의료 기기 업체로 우뚝 선 이 회사 2025년 매출은 36억9700만위안(약 7749억원)으로 주인이 두 차례 바뀐 메디슨(현 삼성메디슨)의 6651억원을 웃돕니다. 삼성메디슨은 매출 90%가 초음파 기기에서 나옵니다. 외형과 ‘프리미엄 의료 기기 포트폴리오’에서 제자가 스승을 앞선 겁니다.
이번 커버스토리 ‘글로벌 3강 중국 의료 기기의 진격’은 GPS(GE·필립스·지멘스)가 장악해 온 프리미엄 영상진단장비 시장의 신흥 강자로 부상한 중국 의료 기기 산업을 조명합니다.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의료 기기 3강에 올랐습니다. (2015년 시작한) ‘중국 제조 2025’는 5~ 10개 의료 기기 국제 브랜드 육성을 목표로 내걸었고, 미국 의회는 2025년 보고서에서 마인드레이, 유나이티드이미징헬스케어(UIH) 등을 사례로 들며 이 목표를 달성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중국 내 CT, 초전도 MRI, 핵의학 장비의 자국산 비중은 2010년 각각 10%·0.6%·0%에서 2023년 42%·29.5%·51.4%로 폭등했습니다. 한국은 MRI의 경우 전량 외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진격 배경엔 외산의 수입 장벽이 된 물량기반조달(VBP·Volume-based procurement)제도 등 정부의 공격적인 지원이 있습니다. 중국 보루이캉(博瑞康)의 침습식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의료 기기는 지난 3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으로부터 세계 처음 시판 허가를 받은 지 이틀 만에 의료보험 코드를 부여받았습니다. 코드를 승인한 중국의료보장국은 “의료 혁신을 뒷받침하는 ‘중국 속도’를 보여준 것”이라며 “‘한 발 앞선 행보’를 보인 의료보험 정책이 기술혁신의 호위무사가 되어준 것”이라고 자평했습니다. 한국 의료 기기 산업에도 호위무사의 등장을 기대합니다.
초크포인트 시대, 해상 우회 거점 확보 시급
세계경제의 핵심 해상 길목들이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무기화되면서 기존의 ‘항행의 자유’에 의존하던 글로벌 공급망 생태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한국 경제의 생명선인 해상 물류 차질과 물가 상승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우회 파이프라인 사업 참여 및 해외 우회 거점 항만에 대한 전략적 지분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김민석 글로벌 정유사 연구원
에너지를 넘어 안보 대응에 나서야
호르무즈해협 등 주요 초크포인트의 위기가 원유 차질을 넘어 헬륨, 화학비료 등 반도체 및 핵심 산업용 원자재 공급망까지 위협하는 양상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생각은 못 해봤다. 에너지 비축량 확대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특수 가스와 하이테크 소재 등 필수 원자재 전반의 전략 비축 일수 재설정과 다변화된 안보 파트너십 구축이 절실해 보인다.
-박진우 증권사 애널리스트
물류비·보험료 폭등 막을 물류 안보 전략 구축해야
희망봉 우회 등으로 인한 운항 비용 급증과 해상 보험료 폭등은 단순한 물류비 인상을 넘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과 수출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전망에 소름이 돋았다. 초크포인트 위기가 구조화되는 상황에서 정교한 경제 시뮬레이션을 바탕으로 한 정부 차원의 종합 물류 안보 컨트롤타워를 신속히 가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서연 경영학과 대학원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