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에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첫 단계일 뿐이다. 데이터가 있다고 곧바로 정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필요한 정보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뽑아내느냐다.”
페카 라우릴라(Pekka Laurila) 아이싸이(ICEYE) 공동 창업자 겸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위성 산업의 경쟁 구도를 바꾸는 인공지능(AI)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위성 산업에서 과거에는 얼마나 선명한 위성사진을 찍느냐가 중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방대한 영상을 AI로 분석해 ‘어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얼마나 빨리 알려주느냐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
핀란드 우주 정보 기업 아이싸이는 ‘AI 기반 우주 정보’를 앞세우고 있다. “위성이 늘어나고 관측 빈도가 높아질수록 사람이 모든 영상을 직접 들여다보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며 “AI는 위성 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자동으로 찾아내는 핵심 수단”이라고 말했다. 아이싸이의 AI 시스템 ‘디텍트 앤드 클래시파이(Detect & Classify)’는 합성개구레이더(SAR) 영상 속 선박과 항공기, 차량을 자동으로 탐지·분류한다. 정확도는 90% 이상이다. 사람이 영상을 일일이 분석할 때 발생하는 병목을 줄여 국방·안보와 재난 대응에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 회사의 강점은 과거 1t이 넘던 SAR 위성을 100㎏ 이하로 줄이고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위성 설계·제조부터 지상 인프라와 운용, AI 분석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했다. 2014년 핀란드에서 설립된 아이싸이는 지난 6월 투자 유치 과정에서 기업 가치 100억유로(약 16조1531억원) 이상을 인정받았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계기로 군사·안보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키웠다. 2022년 우크라이나는 아이싸이의 SAR 위성 1기를 전용으로 활용하고 위성군 영상에 접근할 권리를 확보했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에 따르면, 2024년 6월까지 아이싸이 위성으로 확보한 러시아 측 표적 영상은 4173장에 달한다. 라우릴라는 8월 2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서울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 2026’에 참석해 AI와 위성 데이터가 바꿀 우주 정보 산업의 미래를 소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아이싸이를 창업한 계기는.
“공동 창업자 라팔 모드르제프스키와 핀란드 알토대의 ‘알토-1’ 나노위성 프로젝트에서 만났다. 출발점은 구름과 어둠, 악천후 때문에 광학위성이 지상을 보지 못할 때 어떻게 안정적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었다.
SAR은 이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당시에는 무게 2t, 가격 10억유로(약 1조6153억원)에 이르는 정부 주도의 대형 위성이 일반적이었다. 업계에서는 100㎏ 이하 SAR 위성이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우리는 동의하지 않았다. 2015년 기술적 가능성을 입증했고 2018년 세계 최초의 100㎏ 이하 상업용 SAR 위성 아이싸이-X1을 궤도에 올렸다.”
창업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규모다. 2018년 첫 위성을 발사한 이후 지금까지 76기를 우주로 보냈다. 최근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해 생산 속도를 연 50기 수준까지 높였다. 2027년 말에는 연 100기로 확대할 계획이다.”
‘유럽의 스페이스X’라는 평가에 동의하나.
“서로 다른 문제를 해결한다. 스페이스X는 로켓 재사용으로 발사 비용을 낮추면서 ‘우주로 가는 문제’를 해결했다. 아이싸이는 국방·정보, 환경 모니터링과 재난 대응 등에 필요한 정보를 우주에서 빠르고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문제를 해결한다.
위성을 작고 저렴하게 만들면 수십·수백 기를 운용해 같은 지역을 더 자주, 더 넓게 관측할 수 있다. 일부 위성에 문제가 생겨도 전체 관측 능력을 유지하기 쉽다. 스페이스X가 우주 운송의 병목을 해결했다면 아이싸이는 필요한 정보를 얼마나 빠르고 자주 얻느냐는 병목을 해결하고 있다.”
아이싸이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나.
“최신 4세대(Gen4) 위성은 최대 16㎝급 해상도를 제공한다. 위성 설계와 제조부터 지상 인프라, AI 분석과 운용 지원까지 수직 통합돼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주권형 위성 시스템은 유럽에서 구축돼 미국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제삼국 재이전이나 기술 공유·개량 과정의 제약이 적다는 점은 우주 자산을 독립적으로 운용하려는 국가에 중요하다.”
경쟁사가 따라오기 어려운 부분은.
“위성만 보유한다고 역량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센서와 위성, 지상 시스템, AI 분석을 종단 간 정보 시스템으로 연결해야 한다. 우리는 모든 요소를 통합해 실제 운용 가능한 역량으로 만든다. 지난 5월에는 폴란드 정부에 주권형 우주 정보 시스템을 인도했다. 계약 체결부터 완전 운용까지 12개월이 걸렸다.”
앞으로 가치는 위성보다 데이터와 소프트웨어에서 더 많이 나올까.
“둘 중 하나의 문제는 아니다. 위성이 있어야 데이터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데이터가 곧바로 정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위성과 데이터가 늘어날수록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찾아내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AI는 위성사진을 어떻게 분석하나.
“SAR 영상과 AI를 결합해 선박과 항공기, 차량을 자동으로 탐지하고 분류한다. 정확도는 90% 이상이다. 사람이 영상을 하나씩 분석할 때 생기는 병목을 줄이고 국방·안보와 재난 대응 분야의 의사 결정을 돕는다.”
초고해상도 사진 한 장보다 반복 관측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한 장의 영상은 그 순간만 보여준다. 같은 장소를 반복 관측하면 홍수와 산불 확산, 국경 지역의 변화, 불법 선박의 이동 등을 파악할 수 있다. 관심 지역을 며칠에 한 번밖에 보지 못한다면 정보(intelligence)보다 감시(surveillance)에 가깝다. 진정한 정보 역량을 갖추려면 날씨와 관계없이 같은 지역을 하루에도 여러 차례 볼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아이싸이가 파는 것은 위성사진이 아니라 ‘정보’인가.
“목표는 고객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의사 결정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AI는 위성 영상을 활용 가능한 정보로 자동 전환하고 변화와 행동 패턴을 빠르게 찾아낸다. 고객에게 중요한 것은 선명한 사진이 아니라 어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얼마나 빨리 알아내느냐다.”
한국이 ‘우주 정보 주권’을 확보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진정한 주권은 무엇을 갖고 있느냐보다 무엇에 의존하느냐의 문제다. 외국 공급자나 정부가 한국이 무엇을 볼지, 얼마나 빨리 정보를 받을지, 누구와 공유할지를 제한할 수 있다면 완전한 주권이 아니다. 한국이 소유·지휘하는 위성과 국내에 설치된 지상 시스템, 독립적인 관측 지휘권, 국내에서 저장· 처리되는 데이터가 필요하다.”
한국과는 어떤 협력을 하고 있나.
“한국은 425사업(한국군이 독자적인 감시·정찰 능력 확보를 위해 군사 정찰위성 5기를 배치하는 사업)을 통해 독자적인 감시· 정찰 역량을 갖추고 있다. 아이싸이도 KT SAT와 홍수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으며 경상남도와 협약을 맺었다.”
위성 생산이나 기술이전으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나.
“모든 분야에서 깊은 협력에 열려 있다. 각국이 필요로 하는 수준에 따라 현지 참여 범위를 정할 수 있다. 생산이나 운용, 자국 인재 육성이 될 수도 있다. 한국에 어떤 방식이 적절할지도 함께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