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7일 오후 중국 푸젠성 닝더에 있는 CATL(닝더스다이·宁德时代) 생산 기지. 전기차용 배터리 셀을 생산하는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 회색빛 통로가 300m 넘게 일직선으로 뻗어 있었다. 통로 벽 너머로는 같은 길이의 생산 라인이 펼쳐졌다. 거대한 로봇팔과 협동 로봇은 소음을 내며 원재료 혼합부터 전극 코팅, 셀 조립, 전해액 주입과 품질 검사에 이르는 공정을 쉼 없이 수행하고 있었다.
이 공장에는 300m 길이의 생산 라인 총 6개가 가동되고 있으며, 기지 전체에는 셀 생산 공장 2곳, 배터리 팩 공장 2곳, 절연 코팅 공장 1곳 등 총 5개 공장이 약 55만㎡ 규모로 들어서 있다. 축구장 77개에 맞먹는 규모다. 현장 관계자는 “신규 공장은 전체 생산 라인이 1㎞에 달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곳은 CATL의 주요 생산 기지인 ‘Z기지’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이곳의 높은 자동화·디지털화 수준과 제조 효율성을 인정해 글로벌 ‘등대공장’으로 선정했다. 등대공장은 첨단 기술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인 공장을 말한다.
모든 생산 공장이 ‘탄소 중립’ 달성… 업계 최초
그런데 이 거대한 배터리 공장의 가장 큰 특징은 자동화도, 디지털화도 아니다. 바로 배터리 업계 최초의 ‘탄소 중립 공장’이라는 것이다.
회사에 따르면, 2022년 쓰촨성 이빈 공장이 국제 인증을 취득하며 최초의 탄소 중립배터리 공장으로 인정됐고, 이후 닝더 Z기지 역시 2025년 3월에 같은 인증을 받았다. CATL은 현재 전 세계 20곳의 생산 시설이 모두 탄소 중립 국제 인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CATL이 생산 공장 탈탄소화에 속도를 낸 배경에는 급격하게 커진 사업 규모가 있다. 회사에 따르면, 2022~2025년 전 세계 동력 배터리 사용량은 약 1.3배,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출하량은 약 4배 증가했다. CATL의 배터리 판매량도 2.3배 이상 증가하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탄소 중립에 대한 산업계 요구는 꾸준히 커지는 가운데 배터리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CATL은 생산 확대와 탄소 감축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난제에 직면했다.
이에 CATL은 먼저 생산 기지에 분산형 태양광 패널을 대규모로 설치했다. 회사에 따르면, 닝더 기지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태양광 전력만 연 2500만 (킬로와트시)에 달한다. 여기에 외부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해 자체 발전만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전력 수요를 보충했다. 실제 닝더 기지와 본사 곳곳엔 공장 지붕뿐만 아니라 주차장과 빈 부지 등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CATL은 재생에너지로 전력원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제조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쓰이는 에너지 자체를 줄이는 작업도 병행했다. 설비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했고, 인공지능(AI)·디지털 기술로 에너지 소비를 실시간으로 관리했다. 설비별 운전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최적화 알고리즘을 적용해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제거하는 식이다. 직원의 작업 습관까지 에너지 절감 대상으로 삼았다.
누적 탄소 감축량 1000만t… “한국가 연간 배출량 수준”
그 결과 CATL은 2025년 생산 공장 탄소 중립을 달성했다. 회사는 올해 초 관련 인증 작업을 완료했고, 모든 배터리 생산 공장이 탄소 중립 국제 표준인 ‘ISO 14068-1’ 인증을 취득했다. 2023~2025년 CATL이 달성한 누적 탄소 감축량은 1000만tCO₂e(이산화탄소환산톤)를 넘어섰다. 회사 측은 이를 “2025년 브루나이 전체 국가 탄소 배출량과 맞먹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성과를 보면 2025년 CATL이 핵심 운영에 사용한 전력은 100% 탄소 중립 전력으로 전환됐으며, 2023년 이후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량은 180억kWh를 넘었다.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는 2022년 대비 배터리 생산 기지의 단위 생산량당 에너지 소비를 28% 줄였다. 단순히 ‘재생에너지 100%를 사용했다’는 데 그치지 않고, 배터리 하나를 만드는 데 필요한 에너지 자체를 줄였다는 의미다. 하지만 회사 측은 “탄소 중립 공장 달성은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CATL이 내건 진짜 목표는 2035년까지 배터리 공급망 전체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것이다. 원재료 생산부터 공급업체, CATL의 생산 공장, 최종 제품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CATL에 따르면, 공급망 탄소 배출량은 CATL 핵심 운영에서 발생하는 배출량보다 9배 이상 많다.
[Interview] 아킨 리 CATL 부사장
“공장만 바꿔선 탈탄소 역부족”… CATL, 공급망까지 뒤집는다
“탄소 중립은 CATL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감축 노력의 80~90%를 공급망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 앞으로 10년간 100곳이 넘는 주요 철강 공급업체와 200~300곳의 핵심 공급사와 함께 탄소 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 CATL이 2035년까지 광물 채굴부터 소재 생산·물류·재활용까지 배터리 공급망 전반에서 탄소 중립을 추진한다. 단순히 공장 전력원을 바꾸는 것을 넘어 배터리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의 생산방식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8월 18일 CATL 닝더 본사에서 만난 아킨 리 부사장은 “CATL이 추진하는 탄소 중립은 산업 가치 사슬 전반을 아우르는 프로젝트”라며 “탄소 중립 경험과 방법론을 공급망 파트너와 함께 탄소 배출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CATL이 공급망 전반으로 탄소 중립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시장 요구가 있다. 전기차가 확산하면서 완성차 업체와 각국 정부는 차량 운행뿐 아니라 배터리 생산 과정 중 탄소 배출까지 관리하기 시작했다. 리 부사장은 “유럽에선 배터리 생산 과정의 탄소 정보를 관리하도록 하고 있고, 많은 고객사가 입찰 서류에서 탄소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탄소 중립은 해외 사업에서 현지 법규를 충족하고 지속 가능성과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이라고 했다.
공장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CATL에 따르면, 제품 생애 주기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 80% 이상이 공급망에서 발생한다. 특히 양극·음극 소재와 금속 등 주요 소재 생산은 에너지 사용량이 많아 배출량이 많다. CATL이 2025년 생산 공장 탄소 중립을 넘어 ‘2035년 공급망 탄소 중립’을 목표로 잡은 이유다. 리 부사장은 “CATL은 지난해 약 748 의 배터리를 생산했다”며 “이런 규모의 기업이 핵심 운영 단계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한 것은 업계에서도 앞선 사례”라고 말했다. 배터리 재활용에서도 니켈·코발트·망간 회수율 99.6%, 리튬 회수율 96.5%까지 높였다고 덧붙였다.
CATL은 공급망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저탄소 업체에 주문을 우선 배정하고 장기 계약을 제공할 계획이다. 공급업체의 탄소 배출량을 측정한 뒤 저탄소 소재와 생산 공정, 친환경 전력 사용을 확대하고 물류 전동화와 폐배터리 재활용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현재 100곳이 넘는 핵심 1차 공급업체의 탄소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2027년부터 신규 프로젝트 입찰에 탄소 발자국 제출을 의무화하고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과 에너지 효율 등을 공급업체 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다. 리 부사장은 “CATL처럼 규모가 큰 배터리 기업은 다른 기업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며 “실제 상황에 맞춰 직접 시도하고 방법을 찾아왔고, 이를 통해 다른 곳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방법론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탄소 중립이 배터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탄소 중립 제품 설계는 고객이 요구하는 배터리 성능을 보장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추가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방식이라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탄소 중립은 결국 부담이 아닌 이득”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