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명랑한 정신과’ 저자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명랑한 정신과’ 저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30대 여성 박씨는 시험 때마다 복통과 설사, 메스꺼움(오심)을 반복해서 겪는다. 이 증상으로 시험이 다가올수록 집중력이 떨어지고 시험 당일에도 위장 증상이 나타날까 불안하다. 내시경 검사,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아봤지만, 결과는 모두 정상이었다. 위장약을 먹어도 별 소용이 없다.

박씨처럼 설사, 변비, 팽만감, 오심, 구토 등의 위장 증상이 반복되지만, 내시경을 비롯해 각종 검사에서 뚜렷한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위장 장애를 ‘기능성 위장 장애’ 라고 한다. 소화기 내과를 찾는 외래 환자 세 명 중 한 명은 이런 환자로 추정된다. 기능성 위장 장애의 대표적 질환이 과민성대장증후군(과민대장증후군), 기능성 소화불량, 기능성 변비와 설사다.

기능성 위장 장애는 심리·사회적 스트레스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흔히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도 이와 관련이 있다. 낯선 여행지에 가면 변비가 생기는 것도 심리적 스트레스가 장 기능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흔히 위장관을 ‘제2의 뇌’라고 부른다. 우리 몸의 위장관에는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 등)을 포함하는 수억 개의 신경망, 즉 ‘장 신경계’가 있다. 뇌의 스트레스나 감정 변화가 장의 운동과 감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의학계는 이런 현상을 장뇌축(Gut-Brain-Axis)으로 설명한다. 최근 기능성 위장 장애라는 명칭도 ‘장뇌 상호작용 장애(DGBI·Disorder of Gut-Brain Interac-tion)’라는 진단명으로 바꾸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기능성 위장 장애 환자는 증상에 대한 태도가 중요하다. 우선 정밀 검사를 해서 기질적 질환이 없음이 확인되면 진단받기 위해 헤매는 병원 쇼핑을 중단해야 한다. 또 여기저기 좋다는 약을 찾아 헤매지 않아야 한다. 그럴수록 증상은 만성화하고 악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장 장애가 심리적 스트레스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이 부분이 환자가 힘들어하고 억울해하는 지점이다. 잘못하면 ‘꾀병’처럼 보일 수 있고 때로는 멘털이 약한 사람으로 취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능성 위장 장애 환자를 정신과에서 제대로 치료하기도 쉽지 않다. 위장 기능 문제가 뚜렷하게 있는데 심리적인 문제로만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환자는 어쩌면 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내과와 정신과의 긴밀한 협진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그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정신과 진료를 직접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만성 위장 장애의 경우 내과 의사가 소량의 항우울제 등을 처방하기도 한다. 기능성 위장 장애가 심하면 뇌와 장의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항우울제가 확실하게 도움이 될 수 있어서다.

기능성 위장 장애의 특별한 치료법은 없다. 위장관 관련 약물, 정신과 약물,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이완 요법, 장 기능을 편안하게 해주는 식습관, 장을 따뜻하게 하고 이완하는 마사지 등 전방위적 치료 및 관리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심리적 스트레스와 관련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밖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돌아다니지 말고 내가 잘 관리하겠다는 여유와 수용하려는 마음이다.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