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브랜드는 시장점유율을 넘어 ‘일상 점유율’을 놓고 경쟁한다. 일상 점유율은 소비자의 하루에 얼마나 자주, 어떤 방식으로 브랜드가 등장하는가를 뜻한다. 시장점유율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판매 비중이라면, 일상 점유율은 소비자 마음속 풍경에서 브랜드가 차지하는 면적이다. 많은 브랜드가 컬래버레이션(콜라보)을 하는 이유다. 도시 브랜드의 굿즈는 도시 브랜드의 일상 점유율을 높이는 매체다. 대전의 꿈돌이는 라면이 되고, 서울의 해치는 아몬드와 향초가 됐으며, 부산의 부기는 티셔츠와 텀블러에 들어갔다. 사람은 도시를 입고, 먹고, 마시고, 들고 다니며 그 도시를 반복해서 경험한다. 굿즈를 꺼내 쓰는 순간마다 도시도 사람의 일상과 기억에 다시 등장한다. 그러나 도시의 이름과 캐릭터가 붙은 상품이 일상에 들어온다고 해서 도시의 정체성까지 일상화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일상화할 것인가가 분명해야 한다. 세계 어느 도시를 가도 머그잔과 티셔츠, 에코백과 마그넷은 놀랄 만큼 비슷하다. ‘파리(PARIS)’를 ‘부산(BUSAN)’으로 바꿔도 문제가 없다면 그것은 부산에서 파는 굿즈일 수는 있어도 ‘부산의 굿즈’라고 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그 상품이 이 도시에서 나와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도시다움은 어떻게 상품이 되는가. 먼저 시민에게 너무 익숙해서 잘 보이지 않던 도시 자산을 다시 발견해야 한다. 다음으로 그 자산이 도시의 어떤 정체성과 지향점을 나타내는지 해석하고, 마지막으로 그 의미를 상품의 형태와 소재, 기능과 사용 경험으로 번역해야 한다. ‘발견, 해석, 번역’의 세 단계다. 이는 모든 도시 굿즈를 기획하고 평가하는 공통의 과정이다. 무엇을 발견했는가, 그것을 어떤 도시다움으로 해석했는가, 그 의미가 상품에서 어떻게 구현됐는가를 차례로 물어야 한다.
도시의 거리와 말투도 굿즈가 된다
뉴욕시 교통국(NYC DOT)은 시 산하 제작소에서 한정판 도로표지판을 생산해 판매한다. 월스트리트(Wall Street), 힙합 블러바드(Hip Hop Boulevard) 같은 상징적인 거리뿐 아니라 ‘웰컴 투 퀸스(Welcome to Queens)’ ‘리빙 브루클린: 퍼게러바웃잇(Leaving Brooklyn: Fuhgeddaboudit)’ 같은 표지판도 상품이 됐다.
‘퍼게러바웃잇’은 ‘잊어버려’를 뉴욕, 특히 브루클린 억양으로 표현한 말이다. 뉴욕의 말투까지 도시 굿즈가 된 셈이다. 2026년에는 브루클린(Brooklyn)의 니커보커 애비뉴(Knickerbocker Avenue) 표지판 222개를 개당 100달러에 한정 판매했다. 니커보커라는 이름에는 뉴욕의 네덜란드 이주 역사가 담겨 있다. 도로표지판은 도시의 기억을 담은 수집품이 되고, 이를 산 시민과 관광객은 뉴욕이라는 도시의 일부를 소유한다. 도로표지판은 뉴욕시의 공식 매장인 시티스토어(CityStore)를 통해 판매됐으며, 수익은 시의 일반 재정으로 들어간다.
뉴욕은 교통시설물에 불과했던 도로표지판에서 도시 자산을 발견했다. 거리 이름과 말투를 뉴욕의 역사와 생활·문화로 해석하고, 이를 실제 표지판 형태의 한정판 수집품으로 번역했다. 시민과 관광객이 매일 지나치는 거리에서 뉴욕다움을 찾아낸 것이다.
도쿄의 도시 브랜드 아이콘과 캐치프레이즈인 ‘Tokyo Tokyo, Old meets New’는 전통과 첨단이 공존하는 도쿄의 정체성을 표현한다. 로고에서도 붓글씨로 쓴 첫 번째 ‘Tokyo’와 고딕체로 쓴 두 번째 ‘Tokyo’를 나란히 배치해 에도의 전통과 현대적인 대도시를 함께 보여준다. 도쿄는 이 문구를 관광 홍보에만 사용하지 않는다. 도쿄도는 민간 기업과 함께 ‘도쿄 오미야게 프로젝트(Tokyo Omiyage Project)’를 추진하면서 ‘Old meets New’를 상품 개발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전통 공예품부터 문구, 식품, 패션까지 품목은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도쿄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 여행이 끝난 뒤에도 도쿄를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도 제시한다. 오미야게(お土産)는 여행 후 가족이나 동료에게 나눠주는 지역 특산품이나 선물을 뜻한다. 대표 상품인 에도 부채(Edo Sensu)는 에도시대부터 이어진 제작 방식과 간결한 형태를 유지하면서 도쿄 브랜드의 파란색과 파도 모양의 전통 문양 청해파(青海波)를 현대적으로 결합했다.
발밑에서 발견한 바르셀로나
도시 브랜드 슬로건을 제품에 인쇄하는 것과 그 의미를 제품으로 구현하는 것은 다르다. 전자가 도시 브랜드를 표시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도시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Old meets New를 티셔츠에 인쇄하는 것보다 에도 공예를 오늘의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바꾸는 편이 도쿄의 정체성을 훨씬 강하게 전달한다. 도쿄는 에도시대의 공예와 문양을 도시 자산으로 발견하고, 이를 Old meets New라는 도시 브랜드의 지향점으로 해석했다. 도시 브랜드가 장식이 아니라 발견과 해석, 상품화를 연결하는 기준으로 작동한 것이다.
바르셀로나의 ‘파놋(Panot)’은 도시의 일상에서 상품 자산을 발견한 사례다. 파놋은 바르셀로나 보도에 깔린 작은 콘크리트 블록이다. 그중 네 장의 꽃잎처럼 보이는 ‘플라워 파놋(Flower Panot)’은 시민이 매일 밟고 지나가는 보도블록이었다. 이 문양이 귀고리, 가방, 코스터, 초콜릿, 머그잔 등에 적용되면서 바르셀로나를 상징하는 디자인 언어가 됐다.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는 관광객이 바라보는 바르셀로나지만, 파놋은 시민이 밟고 살아가는 바르셀로나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축소한 모형은 건축물을 소유하는 기념품이지만, 파놋 문양이 새겨진 가방과 귀고리는 바르셀로나의 거리를 일상으로 가져가는 상품이다. 바르셀로나는 매일 밟고 지나가던 보도블록에서 도시 자산을 발견했다. 파놋을 단순한 보도블록이 아니라 바르셀로나의 거리와 일상을 나타내는 문양으로 해석하고, 귀고리와 가방, 코스터와 초콜릿으로 번역했다. 새로운 상징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있던 도시의 표정을 다시 발견한 것이다.
도시 자산은 랜드마크와 캐릭터 같은 ‘보이는 도시’뿐 아니라 음식과 시장, 교통과 주거 같은 시민의 생활, 도시가 주는 감정과 태도에서도 찾을 수 있다.
도시다움을 상품으로 만든다는 것은 도시 자산을 발견하고, 도시 브랜드의 지향점에 따라 해석한 뒤, 상품의 형태와 소재, 기능과 경험으로 번역하는 일이다. 발견하지 못하면 익숙한 상징을 반복하고,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면 도시 브랜드와 개별 상품이 따로 움직인다. 상품으로 번역하지 못하면 좋은 이야기가 설명문에만 머문다.
예를 들어보자. 광안대교 사진을 머그잔에 인쇄하면 ‘광안대교가 그려진 컵’이 된다. 그러나 밤바다 위로 이어지는 빛을 컵의 형태와 표면, 사용할 때 나타나는 변화로 해석한다면 ‘부산의 밤을 가져가는 컵’이 된다. 부산의 자산을 발견하고, 이를 ‘밤바다 위의 빛’이라는 감정으로 해석해 머그잔의 사용 경험으로 번역할 수 있는 것이다. 전자는 랜드마크를 복제한 것이고 후자는 부산에서 느낀 감정을 상품으로 구현한 것이다. 따라서 도시 굿즈 기획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 도시의 무엇을 발견할 것인가’ 에서 시작해야 한다. 머그잔이나 가방이라는 품목을 먼저 정하면 도시의 상징을 표면에 붙이는 데 그치기 쉽다.
좋은 도시 굿즈는 도시의 축소판이 아니라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다. 관광객은 상품 하나를 사지만, 그 상품을 통해 도시를 자기 일상으로 가져간다. 그 상품이 ‘이 도시에서 나와야 하는 이유’가 있을 때 지역 고유성이 생긴다. 그때 굿즈는 도시의 일상 점유율을 높이는 상품을 넘어, 도시의 정체성을 일상화하는 매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