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맹에 다시 경고등이 켜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하 트럼프)의 지시로 8월 17일 시작된 ‘을지 자유의 방패 연습(UFS·이하 을지연습)’이 사실상 반 토막 났다. 애초 8월 27일까지 실시하려던 훈련은 8월 21일까지 단축됐고, 후반부 반격 작전 연습도 취소됐다. 연합 야외 기동훈련도 일부 축소된다. 한미 연합 방위태세의 핵심적인 훈련이 진행 도중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갑자기 변경된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문제는 트럼프가 왜 이런 결정을 했고, 그 메시지는 누구를 향하는가다.
트럼프의 연습 중단 의도
트럼프는 표면적으로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한미연합훈련은 비용이 많이 들고, △트럼프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한국은 이란 문제에 대한 미국의 요청에 충분히 호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한국이 이란 비핵화 문제에서 미국과 협력하지 않았다는 불만까지 언급했다. 이를 북에 보내는 대화의 신호로만 해석하면 정작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된다. 오히려 트럼프의 메시지에서 주목해야 할 대상은 북한보다 한국이다.
트럼프에게 김정은과의 정상 외교는 1기 정부의 대표 외교적 자산이다. 싱가포르와 하노이 회담이 북한 비핵화라는 실질적인 결과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트럼프는 본인이 북한과 전쟁을 막았다는 점을 정치적 성과로 내세웠다. 현재 이란 문제에서 뚜렷한 출구를 찾지 못하는 트럼프가 다시 김정은과 정상 외교를 추진하는 건 외교적 돌파구를 만드는 동시에, 중동에서의 부담을 상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이번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더 중요한 것은 트럼프가 동맹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트럼프에게 동맹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안보를 제공하는 제도가 아니다. 미국의 전략적 목표에 기여하는 국가와 함께한다는 거래적 상호주의 성격이 강하다. 이번 발언을 보면 한국이 이란 문제에서 미국이 기대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불만과 한미연합훈련 축소가 하나의 메시지에 등장했다. 미국 요구에 대한 한국의 대응과 한반도에서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 공약이 완전히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보인 셈이다. 미국이 한국에 특정 함정 파견을 요구했는지에 대해 한국 정부는 부인했지만,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의 항행 안전을 위한 동맹국의 기여를 지속 요구했고, 한미 간에도 협의가 진행돼 왔다.
이것이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불편한 교훈이다. 한국은 한미 동맹을 오랫동안 한반도 방위라는 틀에서 바라봤다. 북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한국을 방어하고, 한국은 주한미군의 주둔을 지원한다는 구도다.
그러나 미국의 동맹 전략은 이미 그 범위를 넘어섰다. 중국과 전략 경쟁은 인도·태평양 전체에서 벌어지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란 문제까지 서로 연결되고 있다. 미국이 여러 전구(戰區)에서 군사적 부담을 동시에 떠안으면서 동맹국에 요구하는 것도 ‘자국 방어를 위한 부담 분담’에서 ‘미국과 함께 국제 안보에 기여하는 역할 분담’으로 변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북한은 이러한 변화를 한국보다 빠르게 활용하고 있다. 북한은 더 이상 한반도에 갇힌 군사 국가가 아니다. 러시아와 조약을 맺고 병력을 파견, 유럽 전쟁에 직접 참여했다. 이를 통해 북한군은 현대전의 실전 경험을 축적하고, 드론, 전자전, 포병, 지휘 통제 등에서 새 전쟁 수행 방식을 배우고 있다. 러시아와 협력으로 핵·미사일을 포함한 군사기술을 발전시킬 기회도 넓히고 있다. 북한은 동맹으로 전략적 공간을 한반도 밖으로 확장했는데, 정작 한국은 한미 동맹을 한반도 안에만 묶어두려 한다면, 전략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국의 대응 과제
더 우려스러운 건 이런 상황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전환 ‘시기’에 지나칠 정도로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작권전환은 언젠가 이뤄야 할 과제지만, 중요한 것은 언제보다 어떤 한미 동맹 속에서 가져오느냐다. 한국군 대장이 미래연합사령부(미래연합사)를 지휘한다고 미국 군사력이 자동으로 한반도에 투입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전환 이후 한국이 연합 방위를 주도, 미국의 증원 전력과 전략 자산을 얼마나 확실하게 결합하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그런 점에서 을지연습 축소는 역설적이다. 을지연습은 단순 야외 기동훈련이 아니라 한미가 실제 전쟁에서 하나의 군대로 움직일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전구급 연습이다. 특히 미래연합사의 완전운용능력(FOC)을 비롯한 전작권 전환 조건을 검증하는 중요한 장이기도 하다. 한미연합훈련은 줄었는데, 전작권 전환 일정만 앞당긴다면 ‘조건에 기초한 전환’이라는 원칙이 흔들린다. AP통신도 이번 훈련 축소가 연합 방위태세뿐 아니라 전작권 전환 준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 근본적 문제는 전작권 전환 이후다. 지금 필요한 것은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바뀌더라도 어떻게 한미 동맹을 한국 안보에 계속 묶어둘 것인가다. 트럼프 정부가 동맹국의 기여를 더욱 엄격하게 따진다면, 한국도 미국이 필요로 하는 동맹이 돼야 한다. 그래야 미국 역시 한국이 필요로 할 때 움직인다.
첫 시험대는 이란 문제로, 미국이 요청한다고 한국이 무조건 파병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한국의 국익과 법적 절차, 한반도 대비 태세를 따져야 한다. ‘한반도 방위에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는 기여할 수 없다’는 논리 반복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호르무즈해협은 한국 원유 수입과 해상 교통로에 직결되는 곳이어서다. 정부도 항행의 자유 확보가 한국의 경제·안보적 이해와 직결된다며 실질적 기여 방안을 검토해 왔다. 군사적 파견이 어렵다면 정보 공유, 해상 상황 인식, 군수 지원, 기뢰 대응, 다국적 해양 안보 활동 등 기여의 수준과 방식을 적극 협의할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요구를 무조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동맹의 가치를 능동적으로 만들어가는 문제다. 한미 동맹을 한반도 방위에만 국한시키면 미국에 한국은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지역 동맹에 머물 수 있다. 반대로 인도·태평양과 글로벌 안보에서 함께 행동한다면 한국은 미국이 쉽게 포기하거나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룰 수 없는 전략적 동맹이 된다.
미국 항공모함 전력이 중동으로 이동하면서 인도·태평양의 일시적인 전력 공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미국이 유럽·중동·인도· 태평양의 여러 전구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시대에 한미 동맹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에 모든 것을 요구하면서 미국이 필요로 할 때 우리는 한반도만 바라보겠다는 동맹은 트럼프 시대에 지속되기 어렵다.
한미 동맹의 진정한 진화
을지연습 축소가 한미 동맹의 붕괴를 뜻하는 건 아니다. 한 번의 훈련 축소로 연합 방위 태세가 무너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를 트럼프의 돌출 발언이나 김정은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이벤트 정도로 넘겨서는 안 된다. 트럼프가 던진 진짜 질문은 북한과 대화할 것이냐가 아니라 한국이 미국에 어떤 동맹이 될 것이냐는 데 있다.
북한은 러시아와 손잡고, 동맹의 대가를 군사력 강화 기회로 바꾸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도 이제 한미 동맹의 지리적·전략적 범위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의 날짜보다 중요한 건 전환 이후에도 미국이 한국과 함께 싸울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한미 동맹의 미래는 변화하는 세계 전략에서 미국과 한국을 얼마나 더 단단히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