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브리가 운영하는 글로벌 작전 센터.
전 세계 해상 교통 위기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사진 앰브리
앰브리가 운영하는 글로벌 작전 센터. 전 세계 해상 교통 위기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사진 앰브리

“호르무즈해협(이하 호르무즈)은 당분간 분쟁 이전 수준의 ‘상업적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렵다.”

세계 최대 민간 해상 안보 및 인텔리전스 기업 앰브리(Ambrey)의 로버트 피터스(Robert Peters) 리스크 분석 총괄이사는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 발발 이후 6개월간 이어진 해상 병목 위기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2010년 영국에서 설립된 앰브리는 글로벌 해상 보안·보험 리스크 전문 기관이다. 올 초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앰브리는 한국을 포함해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홍해를 통항하는 글로벌 선사를 위해 미국 해군 주도 합동해상정보센터(JMIC)와 민간 해운 업계 간 정보 공백을 메우는 핵심 가교 구실을 했다. 피격 위협 선박에 대한 실시간 항로 우회 자문과 위성 기반 리스크 평가를 제공하고, ‘전쟁보험’ 인수 한도를 산정하는 핵심 기준 데이터를 국제 재보험 시장에 공급하며 글로벌 공급망 마비를 방어해 왔다. 평상시 선체 가액의 0.05% 미만에 불과했던 호르무즈 및 페르시아만 항로의 전쟁 리스크 보험료(전쟁보험료)는 1~5%로 치솟았다. 피터스 총괄이사는 호르무즈를 둘러싼 상업적 통항 환경에 대해 “이란이 민간 선박 공격을 완전히 중단하지 않는 한 선주와 보험사가 체감하는 근본적 불안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특히 한국 경제를 향해 “호르무즈 우회 파이프라인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여건이 개선된 서아프리카 기니만 등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등 다층적 전략을 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피터스 - 앰브리 리스크 분석 총괄이사, 영국 옥스퍼드대 역사 및 정치학,
전 액센추어 정보기술서비스경영 컨설턴트 /사진 앰브리
로버트 피터스 - 앰브리 리스크 분석 총괄이사, 영국 옥스퍼드대 역사 및 정치학, 전 액센추어 정보기술서비스경영 컨설턴트 /사진 앰브리

앰브리가 추산하는 통항 선박의 평균 전쟁 리스크 요율은 어느 수준인가.

“무사고 할인(No Claims Bonus)을 적용하고, 선박 피해율과 미 해군의 호위 아래 해협을 통과하는 물동량을 고려할 때 현재 상황에서는 1~2% 수준의 요율은 합리적이라고 평가한다. 실무적으로 대형 상선 선종 간 의미 있는 요율 차이는 거의 없다. 다만 호르무즈에 대해서는 추가 요율과 ‘면책 보증’ 조건이 적용되고 있다. 이는 오만만 수역의 요율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음을 뜻한다. 미·이란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오만만 통항 요율은 상당히 하락했다.”

반복되는 위기가 '리스크 피로감'을 유발해 향후 보험료 요율 변동성을 더 키울까.

“그렇지 않다. 해상보험 시장은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보험사는 현장 상황과 위험도를 즉시 계산해 요율에 반영한다. 위기 초기에 불확실성 때문에 일시적으로 높게 붙었던 ‘웃돈(프리미엄)’은 현장 정세가 파악되는 대로 빠르게 빠지는 편이다. 따라서 반복되는 위기가 장기적인 요율 급등이나 담보 축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앰브리는 페르시아만과 홍해의 리스크를 독립적으로 보고 있나.

“사우디아라비아 연계 선박(사우디 소유· 국적선·운항)의 요율은 올랐으나 다른 선박의 요율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후티 반군이 공언한 공격 표적 범위를 반영한 결과다. 지금까지 후티 반군의 공격은 사우디 국적선과 소유 선박을 넘어서지 않았다. 확실히 별개 리스크로 취급되며 선박의 연계성에 따라 위험도를 다르게 평가한다.”

지난 3월 전 세계 선주의 보험 연합체인 국제 P&I클럽이 전쟁 위험에 대한 보장을 취소하면서 선박 보험 시장이 얼어붙었다.

“보험사가 위협을 받아 줄 수 있는 보장 여력이 부족해 선주가 배를 띄우지 못하거나 아예 운항을 취소해야 할 가능성은 매우작다. 일부 인수사가 시장에서 철수했을 수는 있으나 다른 시장 참여사가 공백을 대체했다. 현재 담보 용량 부족과 관련된 구조적 문제는 확인되지 않는다.”

분쟁 해협 직접 통항과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를 선택할 때 어떤 기준을 적용하나.

“핵심은 선원과 선박에 가해지는 위험 수준 그리고 용선 계약 가치다. 전쟁 리스크 할증료, 추가 연료비, 운항 일수 연장 비용은 통상 용선주가 부담하며, 상당 부분 최종 소비자가격으로 전가된다. 이 비용을 선주가 직접 떠안는 경우는 드물다.”

해상 위협이 늘며 무장 보안팀과 드론·미사일 전파 방해(재밍) 장비 수요가 늘었나.

“무장 보안팀 수요는 더 우수한 훈련 수준과 경력, 정밀 장비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질적 고도화가 이뤄졌다. 보안팀을 기용한 선박에 보험료 할인 혜택이 적용되는 차별화도 뚜렷하다. 반면 해상 드론·미사일 재밍 장비에 관한 관심은 높으나 실제 도입률은 낮다. 해양 환경에서 성능 검증 미비, 규제 문제, 비용 부담 때문이다.”

글로벌 물류가 '저스트 인 케이스(Just-in-Case·안전성 확보)'로 전환하고 있다.

“공급망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진 것이 사실이다. 바브엘만데브해협의 경우 해운 업계가 이미 적응을 마쳤다. 대부분 선박이 안정적인 희망봉 항로를 택하면서 또 다른 형태의 적기 공급 체계를 구축했다. 호르무즈는 중기적으로 송유관 수송 용량을 대폭 늘리고, 철도를 통해 육상으로 운송하는 우회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호르무즈는 정상화가 가능할까.

“이란이 민간 상선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 분쟁 이전 수준의 온전한 신뢰 회복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 육로 운송을 확대하거나 셔틀 운항을 유지해 호르무즈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무역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위험 감수 역량이 있는 국적 선사가 1차 수송을 맡고, 제삼국 시장으로 옮겨 싣는 방식이 일반화할 것이다.”

한국의 리스크 관리 전략에 대해 조언한다면.

“한국 해운 업계는 원유 공급망을 안정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기업은 플랜트 건설과 인프라 시공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걸프 산유국이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파이프라인이나 철도 같은 대체 인프라를 건설할 때 가장매력적인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원유 수입처를 미리 넓혀 두는 전략도 필수적이다. 최근 뱃길이 안전해진 서아프리카 기니만 등이 좋은 대안이다.” 

Plus Point

호르무즈 마비인데 태평양 컨테이너 운임 '1만달러' 육박, 왜

이란 전쟁으로 정작 전쟁의 진앙인 중동보다 태평양을 건너는 미국행 컨테이너 운임이 폭등하는 역설이 나타났다. 8월 현재 극동~미국 동부 해안 운임이 40피트 표준 컨테이너(FEU)당 9500달러 안팎으로, 1만달러에 근접했고, 미국 서부 해안 운임도 6824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극동~북유럽 노선은 수요 둔화로 4000달러대, 극동~지중해 노선은 600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급등세는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항로가 고착하면서 전 세계 가용 선복량을 크게 잠식한 것이 일차적 원인이다. 미국 수입 업체의 연말 성수기 밀어내기 물량과 파나마운하 가뭄 규제도 한꺼번에 맞물렸다.


박근태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