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실명을 위협하는 3대 망막 질환의 환자 규모는 상당하다. 고령 환자 시력 상실의 주요 원인인 습성 노인성 황반변성(wet AMD)은 약 2000만~3000만 명, 당뇨황반부종(DME)은 약 2100만~2700만 명, 분지망막정맥폐쇄(BRVO)는 약 1600만~2300만 명으로 추산된다. 한국에서도 약 30만 명이 넘는 환자가 이들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질환은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에 따라 빠르게 환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치료제의 한계로 ‘미충족 의료 수요(의료적 필요성이 높으나 충족되지 못한 상태)’가 높은 분야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스텔리오스 에반겔로스 그라구다스 안과 석좌교수이자, 매사추세츠 안과·이비인후과 병원의 망막 전문의인 딘 엘리어트(Dean Eliott)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항VEGF(혈관내피성장인자) 치료제 등장이 실명 위기 환자에게 혁명적 전환점을 마련했다면, 이제 불완전한 치료 반응과 잦은 투약 부담을 극복할 ‘다중 표적’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며 “타이2(TIE2) 수용체를 직접 활성화해 혈관을 안정화하는 이중 항체 치료제가 향후 망막 질환 치료의 주류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딘 엘리어트 - 하버드대 의대
스텔리오스 에반겔로스 그라구다스 안과 석좌교수, 미국 듀크대 동물학, 밴더빌트대 의학 박사, 존스홉킨스병원 윌머안과연구소 안과 레지던트, 현 매사추세츠 안과·이비인후과 병원 망막과 명예원장, 전 망막유리체외과 펠로십 프로그램 디렉터,
전 하버드대 의대 당뇨병성 안질환 우수센터 공동 소장. /사진 인제니아테라퓨틱스
딘 엘리어트 - 하버드대 의대 스텔리오스 에반겔로스 그라구다스 안과 석좌교수, 미국 듀크대 동물학, 밴더빌트대 의학 박사, 존스홉킨스병원 윌머안과연구소 안과 레지던트, 현 매사추세츠 안과·이비인후과 병원 망막과 명예원장, 전 망막유리체외과 펠로십 프로그램 디렉터, 전 하버드대 의대 당뇨병성 안질환 우수센터 공동 소장. /사진 인제니아테라퓨틱스

엘리어트 교수는 수십 년간 현장에서 망막 질환 치료와 수술의 최전선을 지켜온 전문가다. 그는 인제니아테라퓨틱스(이하 인제니아)가 개발한 망막 질환 치료 후보 물질 ‘IGT-427(MSD 개발 코드명 MK-8748)’의 잠재력에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이 물질은 혈관 생성을 촉진하는 VEGF를 억제하는 동시에 혈관 내피세포를 강화해 혈액이나 체액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혈관 장벽을 안정화하는 TIE2 수용체를 직접 활성화하는 새 기전의 이중 항체다. 현재 표준 치료로 사용되는 항VEGF 치료제보다 투약 빈도는 낮지만, 효과는 더 높이는 걸 목표로 한다.

인제니아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기초과학연구원(IBS)의 기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 보스턴에서 창업한 바이오 벤처다. 글로벌 바이오텍 ‘아이바이오’에 IGT-427을 기술수출하고, 이후 대형 제약사 ‘머크(MSD)’가 아이바이오를 인수하면서 기술 가치와 상용화 가능성을 글로벌 무대에서 입증받았다. 국내 원천 기술과 미국의 막강한 자본·임상 인프라가 결합해 결실을 본 글로벌 협력 모델로 평가받는다.

핵심인 TIE-body 항체와 질병 단백질 분해 및 제거(LCIDEC) 플랫폼은 안과를 넘어 만성신장질환(CKD), 특발성 폐동맥 고혈압(PAH) 등 ‘혈관 질환’ 전반으로 파이프라인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MSD 주도로 습성 노인성 황반변성 환자 등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글로벌 후기 임상에 돌입해 있다. 엘리어트 교수는 IGT-427의 초기 전 임상부터 임상 진입 과정을 주의 깊게 지켜보며 일찌감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현재 인제니아의 투자자 겸 자문위원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최근 인제니아의 코스닥 상장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그에게 글로벌 망막 질환 치료의 패러다임 변화를 물었다.

표준 치료로 사용되는 항VEGF 요법이 안고 있는 한계는 무엇인가.

“항VEGF 제제 등장은 질환의 판도를 바꾼 대단한 혁신이지만, 여전히 뚜렷한 미충족 수요가 있다. 단독 요법에 최적의 반응을 보이지 않는 ‘불완전 반응’ 환자가 많다는 점이다. 1~2개월마다 주기적으로 안구 내 주사를 맞아야 하는 ‘치료 부담’도 한계다. 미국만 해도 고령 환자를 위해 가족 보호자가 휴가를 내고 병원을 오가야 하는 등 부담이 커 치료를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있다. 겨울철 폭설 등으로 진료 예약을 놓치는 사례도 빈번하다. 드물지만 안구 내 주사 시술로 인한 안내염 발생 위험도 상존한다.”

IGT-427은 이중 항체라고 들었다. 항VEGF 외에 '혈관 안정화'의 임상적 의미는.

“항VEGF 단독 치료는 질병을 유발하는 모든 경로를 차단하지 못한다. IGT-427은 혈관 내피세포 접합부를 강화해 구조적 온전성을 회복시키는 TIE2를 직접 활성화한다. 이를 통해 혈관 손상으로 인한 체액 누출을 효과적으로 막아준다. 임상적으로 망막 내 낭포와 삼출액을 신속하게 말려주는 망막 건조 효과가 매우 우수해, 기존 치료로 한계가 있던 병변을 구조적으로 복원한다.”

파리시맙 같은 경쟁 치료제와 비교해 TIE2를 직접 활성화하는 방식의 강점은.

“파리시맙은 TIE2를 간접적으로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반면 IGT-427은 TIE2 수용체를 직접 활성화해 수용체 군집화와 내재화, 인산화를 신속히 유도한다. 이론적으로 간접 활성화보다 훨씬 명확하고 강력한 하위 신호 전달 및 혈관 안정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우수성은 과학적 기전 측면에서 이론적 강점이며, 대규모 3상 결과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당뇨황반부종, 분지망막정맥폐쇄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 들었다.

“세 질환은 임상적 발현 양상은 다르지만, 근본적으로 망막과 맥락막의 혈관 질환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세 질환 모두 혈관 벽 손상으로 체액이 누출되는 병리를 공유하며, VEGF에 의해 크게 매개된다. 과거 단일 항VEGF 제제가 여러 혈관성 안과 질환에 공통으로 쓰였듯, 혈관 장벽을 튼튼하게 복원하는 TIE2 활성화 기전 역시 세 질환 모두에서 동일하게 강력한 치료 효과를 나타낸다.”

TIE2의 직접 활성화가 치료 지속 효과, 주사 간격 연장에 얼마나 도움이 되나.

“투약 간격이 얼마나 늘어날지는 아직 장기 데이터가 없어 확답할 수 없으며, 향후 확인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초기 1/2a상 연구에서 매우 인상적인 임상 신호가 확인됐다. 황반변성 환자 85%가 단 1회 주사 후 4주 차에 체액이 완전히 사라지는 완전 건조 상태에 도달했고, 이 효과가 12주 차까지 유지됐다. 20명 대상의 소규모 연구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보기 드문 극적인 결과다.”

줄기세포 이식, 유전자치료 등과 비교해 이중 항체 제제가 향후 어떤 위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는가.

“이미 대규모 2b/3상 임상에 진입해 3년 내 상용화가 가시권에 있다. 줄기세포 이식은 아직 대규모 3상 단계에 이르지 못했고 효능 입증까지 갈 길이 멀다. 유전자치료 역시 변이별 맞춤형 한계나 안전성 이슈가 남아 있다. 단독 요법 시대를 넘어 5~10년간망막 질환 치료 지형을 이끌 가장 현실적인 ‘이중 표적 플랫폼’이 될 것이다.”

한국 연구소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신생 바이오텍(인제니아)이 미국으로 건너가 글로벌 바이오텍(아이바이오)에 기술이전한 뒤 빅파마(MSD)에 인수돼 3상까지 이어지는 성장 모델을 어떻게 평가하나.

“글로벌 바이오 생태계의 강점을 완벽히 보여준 모범 사례다. 스타트업은 민첩한 혁신성이 있지만, 대규모 3상을 진행할 인력과 자본이 부족하다. 전문성을 갖춘 아이바이오가 1/2상을 신속히 진행했고, 이후 무제한 자원을 갖춘 MSD에 인수되면서 신약 개발 속도를 극대화했다. 수많은 스타트업 중 빅파마의 막대한 투자를 끌어냈다는 사실 자체가 과학적 타당성과 탁월한 실행력을 세계시장에서 검증받았음을 증명한다.”

향후 주목할 치료 패러다임 변화는.

“당장 임상 현장을 혁신할 패러다임은 혈관 생성 억제와 혈관 안정을 동시에 달성하는 ‘다중 표적 치료’다. 특히 기존 단독 요법에 반응이 불완전했던 난치성 환자에게 큰 혜택을 줄 것이다. 일선 망막 전문의로서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가 하루빨리 제공되기를 기대한다.” 

박근태 과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