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화성 본사에서 만난 전호연 잇다반도체 대표는 반도체 설계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에서 16년간 시스템온칩(SoC) 설계를 담당했던 그는 “엔지니어가 실제 설계보다 문서 작성과 회의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며 “설계 자체보다 설계 정보를 전달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더 큰 병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잇다반도체는 2022년 설립된 반도체 설계 자동화 스타트업이다. 글로벌 전자 설계 자동화(EDA) 시장은 현재 미국의 시놉시스(Synopsys), 케이던스(Cadence) 그리고 독일 지멘스 그룹 계열의 지멘스 EDA(Sie-mens EDA)가 지배하고 있다.
잇다반도체는 반도체 설계자가 블록 다이어그램을 그리면 코드와 설계 문서, 각종 산출물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설계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코드 중심 설계 방식 대신 다이어그램 자체가 설계의 출발점이 되는 ‘노코드 반도체 설계’ 구현이 목표다.
전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SoC 설계를 담당하면서 설계 정보 관리의 비효율을 경험했다고 했다. 그는 “반도체 설계라고 하면 매우 고도화된 기술만 떠올리지만, 실제 업무 시간의 상당 부분은 개발보다 문서 작성과 회의에 쓰인다”며 “설계자 머릿속의 직관과 실제 코드, 문서가 서로 다른 상태로 관리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잇다반도체의 접근 방식은 기존 설계 과정을 뒤집는 데서 출발한다. 반도체 설계자는 통상 칩 구조를 코드보다 블록 다이어그램 형태로 먼저 이해하지만, 기존에는 코드를 작성한 뒤 별도로 설계 문서를 만들었다.
설계가 수정돼도 문서가 함께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많아 설계와 문서 간 불일치가 반복됐다. 전 대표는 “반도체 설계자는 반도체를 코드 형태로 이해하지 않고 그림 형태로 이해한다”며 “잇다반도체는 그림을 그리면 설계가 완료되고, 필요한 문서와 산출물이 동시에 생성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잇다반도체는 전력 설계를 자동화하는 ‘파워 캔버스(Power Canvas)’와 클록 설계를 지원하는 ‘클록 캔버스(Clock Can-vas)’를 공급하고 있다. 향후 버스(Bus), 테스트를 위한 설계(DFT·Design for Test)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해 시스템 설계 전반을 자동화할 계획이다.
전 대표가 궁극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은 반도체 설계 인프라 기업이다. 그는 시스템 설계를 도시 인프라 설계에 비유했다. 현재 잇다반도체가 제공하는 파워와 클록 설계는 도시 송전망과 수도에 해당하며, 향후 버스와 DFT까지 확대하면 도로와 치안 시스템까지 갖추는 것과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자동차 반도체도 주요 시장으로 보고 있다. 최근 AI 반도체 스타트업 하이퍼엑셀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자동차 반도체 시장 진출을 위해 ISO 26262 인증을 획득했다. 내년 초까지 제품 인증도 추진할 계획이다.
전 대표는 국내 반도체 설계 산업의 가장 큰 문제로 기술력보다 시장 부족을 꼽았다. 국내 설계 자동화 시장도 아직 초기 단계다. 잇다반도체는 글로벌 EDA 업체와 정면 경쟁하기보다 반복적인 시스템 설계와 정보 관리라는 새로운 자동화 영역을 개척한다는 전략이다. 다음은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반도체 설계자는 반도체를 코드가 아니라 블록 다이어그램, 즉 그림 형태로 이해한다. 기존에는 코드를 작성한 뒤 문서를 만들다 보니 직관과 실제 설계가 충돌하거나 서로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는 그림을 그리면 설계와 문서, 각종 산출물이 동시에 생성되는 방식을 구현하고 있다."
잇다반도체를 한 문장으로 소개한다면.
“반도체 설계를 손쉽게 할 수 있는 반도체 설계 플랫폼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회사다.”
삼성전자에서 16년간 SoC 설계를 한 뒤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창업은 죽기 전에 한 번 해 봐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삼성전자에서 SoC 설계를 하면서 반복적으로 느낀 것은 설계 자체보다 설계 정보 전달과 관리가 더 큰 병목이라는 점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구상했고 실제 고객 수요를 확인한 뒤 창업을 결심했다.”
기존 설계 방식과 잇다반도체 제품의 가장 큰 차이는.
“반도체 설계자는 반도체를 코드가 아니라 블록 다이어그램, 즉 그림 형태로 이해한다. 기존에는 코드를 작성한 뒤 문서를 만들다 보니 직관과 실제 설계가 충돌하거나 서로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는 그림을 그리면 설계와 문서, 각종 산출물이 동시에 생성되는 방식을 구현하고 있다.”
고객사가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현재 제품은 개발 일정을 정상화해 주는 역할에 가깝다. 반도체 개발 일정은 각 과정에서 거의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짜이지만, 실제로는 데이터 불일치와 오류로 일정이 자주 지연된다. 실제 고객사에서는 팹리스에서 디자인 하우스로 넘기기 전 합성이나 DFT 작업에 필요한 파일을 자동 생성해 2~3개월 걸리던 데이터 확인 작업을 3일 이내에 끝낸 사례가 있다.”
AI 반도체 시대에는 전력 설계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보나.
“AI 반도체는 전력 설계가 기본적으로 중요하지만 설계가 까다롭고 전문 인력이 부족해 국내에서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기업은 아직 많지 않다.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한 설계 기술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생성 AI(Generative AI)가 반도체 설계를 어떻게 바꿀 것으로 보나.
“현재 생성 AI는 검증 분야를 중심으로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반도체 설계가 요구하는 100% 수준의 정확도를 확보하기는 아직 어렵다. 사람은 무엇을 설계할지 요구 사항을 정의하고, AI는 어떻게 설계할지 조율하며, 잇다반도체 시스템은 정확한 설계 정보와 결과물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자동차 반도체 시장 진출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최근 ISO 26262 인증을 획득했고 내년 초까지 제품 인증도 추진할 계획이다. ISO 26262 인증은 자동차 반도체 고객이 요구하는 개발 프로세스와 품질 체계를 갖췄다는 의미다. 제품 인증까지 마치면 자동차 반도체 업체가 특정 설계 영역에서 신뢰하고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반도체 산업의 가장 큰 과제는.
“기술보다 시장이다. 국내 설계 역량은 충분하지만, 시장 경험을 쌓을 기회가 부족하다. 시장을 만나야 기술의 방향을 잡을 수 있다.”
글로벌 EDA 업체와는 어떻게 경쟁할 계획인가.
“국내 설계 자동화 산업은 사실상 불모지에 가깝고 과거 여러 기업이 도전했지만 대부분 사라졌다. 그 결과 국내 업체는 글로벌 EDA 3사의 기술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잇다반도체는 기존 EDA 업체와 정면으로 경쟁하기보다 시장을 새롭게 정의해 국내 반도체 설계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반도체 설계의 필수 인프라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도시마다 형태는 다르지만 기본 인프라 구조는 유사하다. 반도체도 반복적인 시스템 설계를 자동화하면 엔지니어가 칩의 본질적인 구조와 알고리즘 개발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반도체 업계가 고질적인 인력 부족과 생산성 한계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해 다양한 종류의 칩이 더 빠르게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Company Info
회사명 잇다반도체
창업자 전호연
본사 경기 화성
설립 연도 2022년
사업 영역 노코드 기반 시스템온칩(SoC) 설계 자동화 솔루션 개발
누적 투자 유치액 30억원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