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 AI(Generative AI)가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서 ‘이탈리아 여행’을 검색하면 대부분 로마·피렌체·베네치아 등 유명 도시를 추천하지만, ‘자연을 사랑하고 와인과 하이킹을 좋아하는데, 유럽에서 어디가 좋을까’라고 생성 AI에 물으면 관광객이 몰리지 않는 새로운 여행지를 추천해줄 수 있다. 관광객 분산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로 창업 30주년을 맞은 부킹닷컴의제임스 워터스(James Waters)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는 전 세계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오버투어리즘 해결에 생성 AI 기술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부킹닷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본사에서 청바지와 하늘색 드레스셔츠 차림의 짧은 머리 백인 청년(마흔이 훌쩍 넘었지만 첫인상은 그랬다)이 긴장한 듯한 표정으로 회의실에 들어왔을 때 그가 방문자 수 세계 1위(7월 기준 조회 수 약 5억7000만 명) 여행 예약 사이트의 전 세계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위치에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영국 출신인 워터스 CBO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2008년부터 부킹닷컴에서만 상품, 마케팅, 고객 관리 등 다양한 분야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의 학부·대학원 전공은 인류학이다.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AI) 접목으로 최상의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업의 본질에 가까워진 여행 업계의 현주소를 생각하면 다소 의외였지만, 오히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첨단 기술 선용(善用)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부킹닷컴 입사 후 지난 18년 동안 여행 예약은 어떻게 달라졌나.
“입사 초기에는 온라인 예약 확산이 가장 큰 변화였다. 그 전에는 여행사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야 했다. 한 화면에서 많은 숙소를 비교할 수 있게 됐다는 건 의미가 큰 변화였다. 부킹닷컴은 일찌감치 고객 리뷰 데이터 구축에 공을 들였고, 지원 언어를 20여 개에서 40여 개로 확대했다. 그런 노력이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경쟁에 앞서갈 수 있는 가속도를 더해줬다. 기술 발전으로 선택지가 급증하다 보니, 이제는 고객 취향에 맞는 선택지를 제공하는 게 가장 중요한 해결 과제가 됐다.”
바로 그런 부분 때문에 AI 기술 접목이 필요한 것 아닌가.
“AI 알고리즘 기반 추천 서비스가 큰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하다. AI를 활용해 응답 시간을 줄이고, 문제를 더 빨리 해결할 수 있다. 여행 계획도 AI가 곧잘 세운다. 하지만 실제로 예약 가능한 상품과 실시간 재고, 가격 등을 동시에 파악해 고객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능력은 개선이 필요하다. 아직은 관련 기술을 더 세밀하게 업데이트하면서 ‘신뢰’를 구축해 가는 과정에 있다.”
AI 관련 '신뢰 구축'의 중요성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 부탁한다.
“언젠가는 항공편이 취소되면 AI가 새로운 항공편을 찾고, 거기에 맞게 숙박과 렌터카 예약도 조정하는 일련의 작업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상당히 근접했다. 하지만 AI가 언제나 정확한 판단을 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이는 온전히 믿고 맡길 수 없다. 그렇게 되려면 AI가 개별 사용자의 선호도 차이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조금 비싸더라도 직항편을 원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시간이 조금 더 걸려도 저렴한 항공권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지 않나. 그런 부분까지 완벽하게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아직은 AI가 제안한 결과를 그대로 믿어서도 안 된다. 잘못된 여행 정보 하나가 고객 경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부킹닷컴에서는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간 전문가의 검증을 병행한다.”
AI 기술이 앞으로 더 발전한다 해도 인간의 서비스가 필요한 영역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기능적인 문제는 AI가 해결하고, 감성적인 대응이 필요한 부분은 인간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약 변경이나 취소 시 규정 설명 등은 AI가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호텔이나 공항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는 인간 직원이 직접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AI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려면 고객에게 ‘인간 직원과 대화’는 언제든 선택 가능한 옵션으로 남겨둬야 한다.”
여행 업계에서 AI 도입의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단순히 AI 접목을 늘리는 게 핵심성과지표(KPI)는 아니다. 사용 빈도가 아니라 그로 인해 고객이 더 만족스러운 경험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예약이 더 쉬워졌는가’ ‘문제 해결 시간이 단축됐는가’ ‘전반적인 여행 만족도가 높아졌는가’ 등이 AI 도입 성과의 평가 기준이다.”
개별 호텔과 항공사도 AI를 적극 활용해 직접 예약을 늘리려 노력하고 있다. 부킹닷컴은 앞으로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까.
“새로운 방식의 AI 모델이 계속 등장하면서 시장은 계속 변화할 것이다. 그렇다 해도 복잡하게 생각할 건 없다. 부킹닷컴의 사용 경험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고객은 계속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AI 기술 확산은 위협보다 기회가 되는 측면이 더 강할 것으로 본다. 에어비앤비가 등장했을 때 호텔 시장이 무너질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여행 시장의 파이가 더 커졌다. AI 기술 확산의 결과도 비슷할 수 있다.”
AI 기술이 오버투어리즘 해결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보나.
“일정 부분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서 ‘이탈리아 여행’을 검색하면 대부분의 경우 로마·피렌체·베네치아 등 유명 도시를 추천한다. 하지만 ‘자연을 사랑하고 와인과 하이킹을 좋아하는데, 유럽에서 어디가 좋을까’라고 생성 AI에 물으면 관광객이몰리지 않은 새로운 여행지를 추천해 줄 수 있다. 관광객 분산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부킹닷컴 같은 기술 중심 기업에서는 인재 확보와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핵심 인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인재 유치 경쟁은 전에 없이 치열해졌다. 중요한 건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자기가 하는 일이 실질적인 영향력이 있다고 느끼도록 도와야 한다. 부킹닷컴의 기업 문화는 ‘데이터 중심’과 ‘보텀업(bottom-up·상향식)’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 직접 실행하고, 측정하고,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최대한 보장한다. 회사의 목표(미션)를 분명히 설정하고 구성원과 공유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이 더 즐겁게 여행하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분명한 목표 의식이 직원의 몰입도를 높인다.”
앞으로 5년 뒤 여행은 지금과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사람들은 여전히 새로운 장소를 방문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어 할 것이다. 여행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은 훨씬 더 쉬워질 것이다. AI는 여행자가 수많은 선택지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줄 것이다. 또한 여행 중에도 실시간으로 상황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선택을 제안할 것이다.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서 AI가 여행을 대신하는 건 아니다. 여행을 더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여행 업계에서 AI 기술이 필요한 본질적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