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창업자를 탐색하는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육성을 담은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들은 대부분 1970년대에서 1980년대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이런 자료를 확보하는 일이 쉽지 않다.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나 현대의 정주영 회장의 자서전은 지금도 시중에 판매되고 있으니 극히 예외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효성그룹의 창업자 조홍제(趙洪濟·1906~84년) 회장은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에 ‘나의 회고(回顧)’라는 탁월한 자서전을 남겼지만 비매품이라 서점에서 구할 수 없다. 조 회장 후손으로부터 어렵사리 귀중본을 구할 수 있었다.
만(晩)에 좌절하지 말라
조홍제는 이 회고록 곳곳에서 스스로를 만진자(晩進子)라고 부른다. 남들보다 빨리 이룬 건 아니지만 “이 만진(晩進)에서 오히려 인생의 깊은 묘리(妙理)를 깨달은 바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회고록을 읽고 있으면 파란만장한 역정 속에서 빛나는 성취를 이루어내는 이병철, 정주영 같은 면모보다는 먼 길을 향해 가는 구도자(求道者)의 모습이 강하게 다가온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말은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에 나오는 대기만성(大器晩成)이다. 큰 그릇은 오히려 늦게 채워진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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