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9월 13일 아일랜드에서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9월 13일 아일랜드에서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

이미지 크게 보기

글로벌 채권시장의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금리가 글로벌 금융 위기를 초래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직전 수준으로 치솟았다. 9월 14일(이하 현지시각) 심리적 저항선인 5%를 돌파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9월 15일 5.041%까지 올라 2007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 장관이 가동한 60억달러(약 8조2000억원) 국채 바이백(재매입)은 시장 안정에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하 트럼프)의 중간선거 배당금 공약 논란 등이 이미 40조달러(약 5경3840조원)를 넘어선 미국 정부 부채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이란 전쟁이 호르무즈해협에서 홍해로 확전된 영향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의 확장 재정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아 장기금리 발작이 계속되는 것이다. 미국의 장기금리 상승은 일본·영국·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 국채 금리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국채 10년물 금리도 최근 4.5%대로 올라 레고랜드 사태가 터졌던 2022년 10월 수준으로 치솟았다.

기대 수익·투자 비용 모두 증가

오픈AI가 9월 3일 공개한 차세대 인공지능(AI) 모델 ‘GPT-6 아스트라’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인공 일반 지능(AGI)이 도착했다”고 말할 정도로 획기적이었다. 에이전틱 AI(자율 판단해 업무를 수행하는 AI) 확산을 이끌기 때문이다. AI 경제학 대가 에릭 브리뇰프슨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에이전틱 AI를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단으로 지목한다. 복잡한 업무를 처리하는 에이전틱 AI가 기업의 인건비와 운영비를 줄인다면, 막대한 AI 투자의 수익성이 향상될 수 있다.

미국 국채 금리가 5%를 넘어 상승세를 이어 가면 AI 투자의 셈법은 복잡해진다.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위해 미국 국채 대비 1.0~1.2%포인트의 가산 금리를 적용해 만기 20년 이상 초장기 회사채를 발행하는 오라클·아마존 등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재무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GPT-6 아스트라가 미래 현금 흐름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한편, 장기금리 상승은 자금 조달 비용을 끌어올려 미래 수익의 현재 가치를 낮추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AI 기업은 기술적 성능뿐 아니라 늘어난 투자 비용을 감당할 수익을 얼마나 빨리 창출할지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생산성 반등까지 버틸 자금은

브리뇰프슨 교수 등이 제시한 ‘생산성 J커브’는 신기술 도입 초기에는 교육·훈련 등 보완 투자에 자원이 투입돼 생산성 지표가 정체 또는 하락하지만, 이후 축적된 투자 성과로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반등한다는 이론이다. 그는 현 수준을 “물이 끓기 직전 상태”로 표현하며, AI의 생산성 도약이 머지않았다고 했다.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도 9월 10일 연설에서 AI가 세계경제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을 연간 약 0.5%포인트 높일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관건은 생산성 향상이 수익으로 이어지는 규모와 속도다. BIS는 업계 전망을 인용해 현재 약 5000억달러(약 673조원)인 세계 AI 투자액이 2030년 3조~4조달러(약 4095조~5384조원)로 급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데 코스 사무총장은 회사채와 사모 대출에 의존하는 AI 금융이 불투명하고 상호 연결된 구조이기 때문에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생산성 개선이 충분한 수익으로 이어지기 전에 이자 부담이 급증하면 투자 수익성이 악화하고, 채무 상환에 차질이 생겨 투자 붐이 금융 부실로 전환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9월 10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AI 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은행은 주요 전망 기관을 인용해 글로벌 AI 투자 증가율이 올해 61~ 95%로 정점을 찍은 뒤 2027년 38~40%, 2028년 13~21%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 규모 증가 속도가 갈수록 둔화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AI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거나 금융 여건이 악화하면 투자 증가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꺾일 수 있다고 했다. 

AI 속도 조절론, 반도체 호황에 변수

최첨단 AI 개발 속도를 둘러싼 논쟁은 새로운 변수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는 9월 12일 자기 웹사이트에 ‘우리는 최첨단 AI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AI가 인간 통제 능력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글에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일론머스크 테슬라 CEO 등이 동의하면서 빅테크 진영 전체로 AI 속도 조절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런 논의가 AI 모델 개발·출시 일정 조정으로 이어지면 투자 수익 회수도 늦어질 수 있다. 여기에 장기금리 상승까지 겹치면 AI 투자의 현재 가치는 더 낮아진다.  

생산성 도약 이전인 ‘J커브’의 하단에서 재무 부담이 과도해지면 투자 여력이 줄고, AI 인프라 투자 둔화는 반도체 수요 전망을 흔들 수 있다. 반도체 호황발(發) 초과 세수를 기대한 한국 정부의 재정 운용에도 부담이다. 향후 5년간 총지출을 연평균 8% 이상 늘리겠다는 국가재정운용계획이 재정 적자와 국가 채무를 키우는 악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Plus Point

미국 연준, 3년 2개월 만의 금리 인상… 트럼프 “금리 1%보다 낮아야”

케빈 워시 미국 연준 의장이 9월 16일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
케빈 워시 미국 연준 의장이 9월 16일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2023년 7월 이후 3년 2개월 만이다.

연준은 이날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연 3.50~3.75%에서 3.75~4.00%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투표권을 가진 위원 12명 모두 인상에 찬성했다.

연준은 2024년 9월 이후 여섯 차례 금리를 내렸다. 올해 들어서는 다섯 차례 연속 동결했다가 이날 금리 인상으로 방향을 틀었다. FOMC 참석자들이 예상하는 향후 기준금리 수준을 점으로 표시한 점도표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이 4.1%로, 6월 전망치 3.8%보다 0.3%포인트 높아졌다. 현재 기준금리 중간값이 3.875%인 점을 고려하면 연내 0.25%포인트 추가 인상을 예상한다는 뜻이다.

연준은 올해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3%로 높였다. 2027년 전망치도 2.3%에서 2.4%로 올렸다. 올해 실업률 전망치는 4.3%에서 4.1%로 낮췄다. 경기 둔화와 고용 악화에 대한 우려는 줄고, 금리를 올려 물가를 억제할 여력은 커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기조적 물가 상승률이 목표를 향해 분명하고 충분히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면서 “오늘의 조치는 물가 상승률을 더 신속하게 2%로 되돌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증시는 9월 16일 약세로 마감했지만 그 다음날 반등에 성공 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9월 17일 방향을 틀어 5% 아래로 내려왔다. 

트럼프는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국의 금리는 1%이거나 그보다 낮아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11월 3일 중간 선거 50일을 앞두고 자기가 임명한 워시 의장이 금리를 올린 것을 비판한 것이다.

정원석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