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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기 한국협업발전포럼 회장 - 현 멘토지도자협의회 회장, 현 AI미래융합지도사, 전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 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윤은기 한국협업발전포럼 회장 - 현 멘토지도자협의회 회장, 현 AI미래융합지도사, 전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 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글로벌 경제 전쟁의 무대에서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무엇일까. 흔히 압도적인 기술력이나 혁신적인 마케팅을 떠올리기 쉽지만, 지금의 초연결·초복잡성 시대에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진짜 비밀 병기는 바로 ‘탁월한 외교 역량(Corporate Diplomacy)’이다. 

과거의 경영이 내 안의 자원을 차곡차곡 더하는 덧셈(+)의 게임이었다면, 이제는 외부의 이질적인 역량과 결합해 기하급수적인 도약을 이뤄내는 ‘X-경영(곱셈 경영)’이 필수적이다.

특히 인공지능(AI)이 물리적 시간을 압축하고 경쟁의 판도를 통째로 바꾸는 시대에, 독자적으로 연구하고 자체 공장에서 만들어 대결하는 독불장군식 경영은 설 자리를 잃었다. 이 융복합의 속도전을 승리로 이끄는 연결 고리가 바로 기업의 외교력이다.

최근 기하급수적 성장을 이뤄낸 초일류 기업의 궤적을 보면 이 외교력의 실체가 명확히 드러난다. 네덜란드의 ASML을 보라. 초정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독점하며 세계에서 가장 입김이 센 초일류 기업이 된 비결은 단순한 기술력이 아니다. 부품사를 아우르고, 심지어 치열하게 경쟁하는 인텔, 삼성전자, TSMC를 끈질기게 설득해 공동 투자와 연구를 이끌어낸 탁월한 ‘생태계 외교’의 산물이다. 적과 아군, 공급사와 고객사를 하나의 굳건한 생태계로 묶어낸 위대한 융합이다.

AI 시대를 주도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엔비디아 역시 마찬가지다. MS는 자사 중심의 폐쇄주의를 과감히 버리고, 신생 기업이었던 오픈AI에 천문학적 투자를 단행하는 기술 동맹을 맺었다. 이를 통해 누구보다 빠르게 AI 모델을 자사 서비스에 탑재하며 속도전에서 기선을 제압했다. 엔비디아 또한 독자 생산을 고집하지 않고 대만 TSMC와 강력한 파운드리 동맹을 맺었으며, 소프트웨어 플랫폼 쿠다(CUDA)를 개방해 전 세계 개발자를 우군으로 만들었다.

이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를 이끄는 리더의 행보는 다방면에 깊은 안목을 갖춘 폴리매스(Polymath)형 리더십의 정수를 보여준다. 전 세계를 누비며 각국 국가 원수나 대기업 총수를 만나 규제의 빗장을 풀고 거대한 인프라를 선점하는 이들의 무기는 단순한 비즈니스 논리를 넘어서는 역사와 철학, 문화에 대한 폭넓은 식견이다.

진정한 기업 외교는 위기 상황에 다급하게 테이블에 앉아 펼치는 협상 스킬이 아니다. 평소 인간적 소통과 격조 있는 교류를 통해 끈끈한 휴먼 네트워크 인프라를 깔아두어야 한다. 이러한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유대감이 지정학적 위기나 공급망 붕괴라는 치명적인 순간에 굳게 닫힌 문을 여는 마스터키가 되기 때문이다.

반도체 패권 전쟁과 자국 우선주의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대한민국 기업이 생존을 넘어 초일류로 나아가려면 경영진의 시야를 획기적으로 넓혀야 한다. 기술의 초격차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외교의 초격차’다. 외부와 융합을 통한 기하급수적 성장 마인드로 무장한 최고 수준의 민간 외교관이 될 때, 우리 기업은 치열한 세계 무대에서 진정한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 대기업이 협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사내에 협상 교육 과정을 개설하거나 협상 전문가의 자문을 받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초일류 기업이 되려면 협상력 차원을 뛰어넘는 탁월한 외교력을 길러야 한다. 

윤은기 한국협업발전포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