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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팀장 - 감정평가사, 전 대림산업·노무라이화자산운용 근무
이선호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팀장 - 감정평가사, 전 대림산업·노무라이화자산운용 근무

아파트 분양 사업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 중 하나는 공급 평형(坪型·공급 면적 기준 주택 규모)의 결정, 즉 평형 포트폴리오의 구성이다. 분양 지역의 타깃 수요층에 맞는 평형을 적절히 구성해야 각 평형에 가장 높은 평당 분양가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아파트 단지의 총 분양 면적이 3만 평(약 9만9000㎡)이라고 가정하면 30평형 1000가구로 공급할지, 25평형 1200가구로 공급할지, 50평형 600가구로 공급할지에 따라 총 분양 금액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총면적은 같아도, 그 면적을 어떤 크기의 상품(평형)으로 공급하느냐에 따라 시장이 평가하는 총가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처럼 부동산의 가치는 면적을 단순히 합산한다고 해서 바로 추계할 수 없는 성질이 있다. 면적은 수치상으로 더할 수 있으나,가치는 수치를 통해 더할 수 없어서다.

건물의 분할과 합병

통건물을 구분건물로 나누면 전체 가치의 변화가 나타날까. 정답은 ‘증가할 수도, 감소할 수도 있다’로 귀결된다. 증가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신도시 상업지역의 근린생활시설을 구분 상가로 분양하는 것이다. 이는 적정 크기의 상가로 나눠 임대 효율을 높이고 구매 금액을 낮추면, 통건물로 매각할 때보다 수분양자가 지불 가능한 거래 단위가 돼 유효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감소하는 사례도 있다. 업무 권역에 있는 대형 오피스 빌딩을 여러 호실로 쪼개서 분양하면 소유자마다 의견이 달라 대규모 임차인 유치 등 임대 전략을 통일하기 어렵고, 건물 전체의 관리 체계가 복잡해지면서 통건물일 때보다 가치가 감소할 수 있다.

동일 물건이라도 상황에 따라서 그 가치가 높아질 수도, 낮아질 수도 있다. 재개발구역의 단독주택을 여러 가구의 빌라로 분양하면 빌라 수만큼 입주권이 부여되는데, 입주권 수가 늘면서 분할 가치의 합이 증가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권리산정기준일 이후 빌라를 분양하면 투기적 행위인 지분 쪼개기로 보아 모두 현금 청산 대상이 돼 오히려 분할 가치의 합이 감소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구분건물을 합쳐서 통건물로 변환할 때 전체 가치는 어떻게 변화할까. 마찬가지로 증가 또는 감소할 수 있다. 증가하는 경우는 주로 노후한 구분 상가 여러 호실을 단일 소유권으로 합침으로써 개발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할 때다. 다수의 소유자로 이뤄진 집합건축물은 개발을 위한 의견 합치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삽을 뜨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주로 디벨로퍼(시행사·건설사 등)가 여러 호실의 노후 상가를 저렴하게 매집(마지막 알박기 물건은 매우 비싸게 매입하더라도)해 단일 소유로 만드는 과정에서 상당한 가치 증가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구분 호수를 합쳐 해당 지역과 잠재 매수자의 투자 여력을 넘어서는 규모가 될 경우에는 오히려 환가성이 떨어져 전체 가치가 감소할 수도 있다.

토지의 분할과 합병

부동산 가치의 근본 원재료인 토지도 살펴보자. 먼저 토지를 분할할 때 가치는 어떻게 될까. 서울 명동 같은 가두 상권(하이스트리트 상권)에서는 토지 분할이 자주 일어나는데,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최소 점포 크기로 토지를 나누면서 전체 가치 역시 증가하는 구조다. 또는 과거 기획 부동산의 바둑판식 칼질을 통해 개인이 매입할 수 있는 금액대로 잘게 쪼개 토지 구매력을 높이는 예도 있다.

반면 전체 가치가 감소하는 경우도 볼 수 있는데, 업무 권역으로 분류된 넓은 대로변 토지를 분할해 대형 사무 시설(오피스)이나 상업 시설 개발을 어렵게 하면 토지의 개발 잠재력은 그만큼 떨어진다. 

토지 합병은 어떨까. 토지를 합쳐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이른바 합필 가치(플로티지 현상)로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합병을 통해 토지 형상이나 접면 도로 조건이 개선되거나, 자주식주차장을 갖춘 대형빌딩으로 개발할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합병 후 토지 가치가 의도치 않게 오히려 감소하는 경우도 있을까. 흔하진 않지만, 그런 경우가 있다. 이면부 꼬마 빌딩 개발에 적합한 개별 필지를 합치거나, 지방 소재 공장· 창고 용지를 합병해 환가성이 낮아지는 일이다. 접면 도로 폭 6m 이하의 수도권 일반주거지역 이면부 토지는 100평(약 330㎡)만 넘어도 토지 매매 평당가가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쪼갬·합침은 최유효 이용을 위한 부동산 활동

지금까지 건물과 토지, 분할과 합병, 가치의 증가와 감소를 조합한 여러 가지 경우를 살펴봤다. 부동산은 ‘최유효 이용(최고·최선의 이용, highest and best use)’ 상태에서 최고의 가치를 창출한다. 그리고 최유효 이용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부동산은 ‘분할 및 합병 가능성’이라는 인문적 특성을 발휘하며, 종전 상황보다 가치 증진을 도모하는 사람의 힘이 들어간다. 제대로 힘이 들어가면 가치가 증진할 것이고, 지금이 최유효 이용인데도 불필요한 분할이나 합병을 가하면 오히려 가치가 훼손될 수도 있다.

분할과 합병이라는 가공에 앞서 물리적· 권리적·경제적 타당성 검토가 선행된다. 물리적 검토는 비정형적인 부동산의 형상을 보정하거나, 진입 도로를 확보하는 등 더 효율적인 공간 이용이 가능한지를 분석한다. 권리적 검토는 주로 부동산에 대한 처분 권능과 통제력의 변화에 초점을 두면서 권리의 통합과 분리로 개발 가능성이 커지는지, 또는 소유권 단위에 따른 입주권 같은 프리미엄이 생기는지 등을 살펴본다. 경제적 검토는 가공 전후 상품성을 비교하는데, 부동산은 지리적 고정성으로 인해 그 입지와 타깃 수요에 맞는 표준적 규모가 존재하고, 그와 어울리는지를 분석한다.

이 점에서 부동산의 분할과 합병은 기업의 분할·합병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기업은 조직과 사업을 재편함으로써 비교적 자유롭게 경제적 단위를 새롭게 구성할 수 있지만, 부동산은 물리적으로 고정돼 있고 그 가치가 입지와 주변 환경에 강하게 결박된 바, 이미 존재하는 공간적·권리적 제약 안에서 최유효 이용에 맞게 가치를 재구성한다고 봐야 한다. 이는 ‘1+1 > 2(분할로 가치 증가)’ 또는 ‘2 > 1+1(합병으로 가치 증가)’처럼 수학 공식을 거스르는 일이다. 

이선호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