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시모 토레로(Maximo Torero)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빵 인플레이션(Breadflation)’과 곡물 공급망 불안의 근본 원인으로 지정학적 리스크와 상시 관리 비용의 구조화를 꼽았다. 그는 인터뷰에서 “소비자가 지불하는 빵값 70~75%는 농장 출하 이후의 물류, 가공, 에너지 등 유통 단계에서 발생한다”며 “해상 운임과 전쟁 위험 보험료, 공급망 중복성 유지 비용이 소매 빵값의 강력한 하방 지지선을 형성하고 있다”고 짚었다.
토레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은행(World Bank) 상임이사와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 본부장을 거쳐 2019년부터 FAO에서 경제 분석과 정책을 총괄해 온 글로벌 농업·원자재 분야의 최고 권위자다. 최근 발간된 유엔 세계 식량 안보 및 영양 현황 보고서(SOFI 2026) 작성을 주도했다.
그는 흑해 곡물 회랑 불안, 호르무즈해협발 에너지·비료 충격, 파나마운하 통항 제한 등 글로벌 물류 길목의 위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며 주요 20개국(G20)과 국제사회에 식량 보호무역주의 억제를 촉구하고 있다.
최근 빵값 상승을 유발하는 실질적 원인은 무엇인가.
“현재 FAO는 밀 가격 상승분의 몇 퍼센트가 해상 운임, 전쟁 위험 보험료, 체선료(지체 배상금)에서 비롯됐는지 구체적인 수치로 분해한 통계를 발표하지는 않는다. 지난 6월 곡물과 유지(식물성 기름) 종자의 해상 운송 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4% 상승했다. 전쟁 위험 보험료나 체선료는 별도로 정량화되어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6월 국제 밀 가격 지표는 전월 대비 오히려 하락했다. 미국산 경질 적색 겨울 밀은 5.4%, 캐나다산 밀은 9%, 프랑스산 밀은 1.9% 내렸다. 다만 미국산 밀은 가뭄 우려로 전년 동기 대비로는 여전히 19.4%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즉 물류비 상승이 최종 도착지 인도 가격을 끌어올리고는 있지만, 기초 밀 가격 형성의 유일하거나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식품 가치 사슬 전반에서 최종 소비자가격의 70~75%는 출하 이후 단계에서 발생하며, 가공과 물류 및 도매 단계가 차지하는 비중만 최대 40%에 달한다.”
글로벌 곡물 재고율은 32% 수준이다. 어느 정도면 위험 수준으로 볼 수 있나.
“현재 재고율은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이다. FAO는 2026년 세계 곡물 생산량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인 약 29억8300만t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맞물리면 재고 완충력은 실질적 한계에 부딪힌다. 복수의 주요 수출국에서 흉작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거나, 재고가 수출 여력이 없는 특정 국가에 편중돼 있거나, 물류망이나 비료 등 농업 투입재 공급이 동시에 단절되는 경우다.”
기후변화는 밀 품질과 생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기후변화는 수확량과 품질 모두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밀알이 영글 때 날씨가 너무 더우면 알곡 무게가 줄어들고, 폭염과 가뭄이 겹치면 반죽의 찰기가 떨어져 빵을 만들기 어려워진다. 2026년 6월 유럽 전역 기온은 평년보다 1.78도 높았으며,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은 평년 대비 3~5도 높은 이상고온현상을 보였다. 이에 따라 작물의 성숙이 비정상적으로 앞당겨지고 등숙(登熟) 기간이 단축됐다. 강우량이 적은 지역은 밀 수확량과 단백질 함량의 변동성이 더욱 극심해질 것이다.”
호르무즈발 에너지·비료 위기는 빵 원가에 어떤 경로로 영향을 미치나.
“에너지는 밀 생산 원가 전반에 반복 투입된다. 충격 발생 직후 유조선 통행량이 90% 이상 급감하자, 지난 4월 중순 요소 가격은 미국에서 약 52%, 브라질에서 약 60% 급등했다. 더 중요한 것은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파급효과다. 에너지·비료 가격이 고공 행진하면 농가는 공급량을 줄이거나 재배 작물을 바꾸고 투자를 미룬다. 농업 투입재 공급 교란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다음 생산 주기의 영농 계획 자체가 바뀌면서 공급 리스크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당시와 비교할 때 현재의 농업 보호무역주의는 얼마나 심각한가.
“현재 보호무역주의 확산 위험은 매우 크나 2022년 직후의 전면적인 수준까지 도달하지는 않았다. 2022년 당시에는 약 25개국이 수출제한을 도입해 글로벌 식품 무역의 8% 이상, 칼로리 기준 식량·사료 수출량의 17% 가까이가 묶였다. 현재는 엘니뇨 등에 대응한 대규모 곡물 수출 금지가 광범위하게 발생하지는 않고 있어 다행스럽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압박은 누구에게 가장 가혹하게 나타나는가.
“가격 압박이 가장 가혹하게 닥칠 곳은 통화가치가 낮고 에너지 비용이 많이 들며 재정이 취약한 식량 수입 의존국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국제 밀 가격 상승이 원인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자국 통화가치 하락분, 현지 제분 비용, 전력·가스비, 물류비를 소비자가 고스란히 추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란의 경우 정부가 밀 수입에 우대 환율을 적용했음에도 통화가치 하락 여파로 2026년 초 소매 밀가루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70% 폭등했다.”
빵은 왜 정치적으로 민감한 품목이 됐나.
“매일 소비되고 모든 소득 계층이 소비하며, 가계 체감도가 극도로 높고 다수 국가에서 정부 보조금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가 보조금을 투입해 가격 상승분의 소비자 도달을 일시적으로 막을 수는 있지만, 이는 충격을 국가 재정 적자로 이전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 빵 인플레이션은 가계의 실질 구매력, 국가의 공공 재정, 사회적 안정성이 교차하는 최전선의 뇌관이다.”
갓 구운 빵 냄새에 홀리는 이유
80만 년 전 유전자가 부른 ‘생존의 맛’
갓 구운 빵 냄새를 맡으면 군침이 돌며 손이 먼저 가는 현상은 단순한 미식(美食) 취향이 아니다. 80만 년 전 인류 조상 시절부터 유전자에 각인된 원초적 ‘생존 본능’이다.
미국 버펄로대 오메르 고크쿠멘 교수 연구팀은 고인류 및 현대인 게놈을 정밀 분석한 결과, 침 속 녹말 분해 효소를 만드는 아밀라아제 유전자(AMY1)의 중복 복제가 농경 시작 전인 약 80만 년 전에 이미 시작됐다는 연구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이 나눠지기 전부터 전분을 효율적으로 소화할 유전적 기반을 갖췄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아밀라아제 유전자 복제 수가 많을수록 전분을 빠르게 분해해 뇌의 핵심 연료인 포도당을 얻을 수 있어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다”고 설명했다.
빵이 농경의 결과물이 아니라 농경을 촉발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고고학적 증거도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아말리아 아란즈-오테기 교수 연구팀이 요르단 북동부 ‘슈바이카 1호’ 유적지에서 발굴된 빵 부스러기 24점을 분석한 결과, 약 1만4400년 전 나투프 수렵 채집인이 남긴 유물로 확인됐다. 본격적인 정착 농경보다 최소 4000년 앞선 시기다.
곡물을 빻아 열을 가하는 조리는 독성과 항영양소를 파괴해 안전성을 확보하는 행위다. 미국 하버드대 리처드 랭엄 교수의 ‘요리 가설’처럼 잘 익은 음식 냄새는 ‘안전한 고에너지원’이 준비됐음을 알리는 신호로 인식돼 왔다. 나아가 반죽과 굽기는 혼자 하기 힘든 집단 노동이다. 결국 빵 냄새에 끌리는 것은 80만 년 전부터 새겨진 에너지 확보, 안전 검증, 사회적 유대라는 복합적 진화 심리의 산물이라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