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4일(이하 현지시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년 만에 미국을 국빈 방문했다. 5월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년 만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미·중 간 주요 현안과 중요한 글로벌 이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지 불과 4개월여 만에 양국 정상이 다시 만난 것이다. 정상회담 직후 발표된 양국 정부의 공식 문건은 이번 회담이 성공적이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국내외 학계와 언론은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미·중 양국이 의미 있는 전략적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해 왔다. 실제로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간 합의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은 발표되지 않았고, 회담 종료 후 양국 고위급 인사의 발언과 국내외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아도 핵심 사안에서는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이 글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이 거둔 성과와 의미를 평가하는 동시에 그 한계와 남겨진 과제를 분석하고자 한다.
우선 트럼프 집권 2기에 미·중 정상 간 직접 대면이 빈번하게 성사되고 있다는 점 자체는 주목할 만한 성과다. 바이든 정부 시기 미·중 전략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중 한 번도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고, 양국 정상은 2023년과 2024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두 차례 직접 만나는 데 그쳤다. 현재 미·중 양국 모두 최고 정책 결정권자에게 권한이 집중된 상황, 상대에 대한 오판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하는 긴장된 국제 정세, 실권자와 대면 협상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 성향을 고려할 때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논의하는 것은 미·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APEC 비공식 정상회의와 12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개최 예정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양국 정상이 상호 방문하기로 합의하면서, 향후 3개월 이내에 두 차례 더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매우 커졌다.
하지만 비판적으로 보면 미·중 정상회담이 이처럼 빈번히 개최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핵심 사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 장관이 미·중 무역 휴전이 2027년 1월 10일까지 2개월만 연장됐다고 발표한 데서 알 수 있듯, 양국은 핵심 사안을 놓고 치열하게 협상하지만,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양국 중 한쪽이 상대를 움직일 수 있는 확실한 협상 카드를 손에 쥐어야 의미 있는 협상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미·중 양국은 5월 정상회의에서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constructive relationship of strategic stability)’ 구축에 합의한 데 이어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존중·공평·대등에 기반한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를 구축한다”는 더욱 구체화된 표현 사용에도 합의했다. 이는 2049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이란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 대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미국의 전략적 압박을 최대한 완화하려는 중국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여기에 “미·중 양국이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연합국의 일원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워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언급도 추가됐다. 이 역시 중·일 관계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대일 외교의 명분상 우위를 확보하려는 중국의 외교적 노력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미국은 상술한 중국 요구를 수용하고 시진핑 주석에게 역대급 의전까지 제공하면서 무엇을 얻어냈을까? 이번 정상회담 성과 가운데 필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미·중 양국이 공조한 마약 단속 과정에서 중국인 21명을 체포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미국 측 팩트시트에는 중국이 펜타닐 원료 물질의 수출 통제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명시돼 있다. 펜타닐이 미국 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상황에서 이 문제 해결은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흥미로운 점은 트럼프 집권 2기 들어 미국은 지속적으로 중국에 펜타닐 문제를 강하게 제기해 왔지만, 이번 정상회담 전까지 중국의 공식 입장은 자국이 할 수 있는 조치는 이미 다 취했다는 것이었다. 그런 중국이 펜타닐 제조에 쓰이는 원료 물질 수출을 통제하고 마약 사범 단속에 미국과 공조했다는 점은 상당히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셋째, 양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이행해야 하며 어떤 국가도 국제 수로에서 통행료를 징수할 수 없다는 데 합의했다. 다만 이에 대한 미·중 간 표현에는 큰 차이가 있다. 미국이 발표한 팩트시트에는 양국 정상이 러시아와 북한·이란을 포함한 글로벌 우려에 대해 논의했다고 명시된 반면 중국은 공식 발표에서 러시아와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다. 즉 양국은 이란의 핵 개발이나 호르무즈해협 통행료 징수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지만, 중국의 전략적 파트너인 러시아와 유일한 동맹국인 북한에 대해서는 합의된 입장 도출에 실패한 것이다.
5월 미·중 정상회담 후 미국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양국 정상이 “북한 비핵화에 대한 공동 목표를 확인했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미국 측 발표문에도 북한 핵에 대한 언급이 사라졌다. 한국 입장에서 우려되는 대목은 여기에 있다. 중국이 이미 몇 년 전부터 ‘한반도 비핵화’ 혹은 ‘북핵’ 등의 표현을 피해 온 상황에서 미국까지 북핵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한국의 안보 환경에 큰 도전을 제기할 요인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정상회담 재개를 염두에 두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북핵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이라면, 향후 북미 정상회담이 다시 열리더라도 한국은 그 결과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밖에도 미·중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5월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로 무역위원회와 투자위원회를 설치하고, 300억달러(약 40조7460억원) 규모의 비민감 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에 합의했다. 또 인공지능(AI) 관련 논의를 위한 소통 채널을 만들기로 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그런데 이번 회담에서도 핵심 이슈에 대한 합의를 미뤘다는 점에서 보면, 합의한 사안보다 양국이 각각 주장했지만, 상대의 동의를 얻지 못한 사안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미국이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미국은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은 채 주중 대사를 통해 기존 입장(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을 반복했다. 반면 미국은 중국에 글로벌 공급 안정을 위해 정제유 증산을 요청했다. 이는 미국 내 디젤 가격 상승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줄이는 상황과 직결된 문제로 보인다. 중국 역시 이에 대해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미국이 제기했지만, 중국이 반응하지 않은 희토류 등 핵심 광물 수출 통제 문제와 미국·러시아·중국 삼국 간 군비 통제 협상 제안 등도 향후 지속적으로 양국 간 핵심 이슈로 남을 것이다. 이제 관심은 11월 또는 12월에 열릴 다음 미·중 정상회담 이전까지 국제 정세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에 모이고 있다.